팔방미인 '양파'




무르익은 봄이다. 파종과 모종의 단계를 거쳐 남녘 들판을 초록으로 메우는 양파의 시절이다. 그런데 경상도 창녕이나 전라도 무안처럼 양파의 주생산지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알랴, ‘’양파 숫놈!“을.

엄연히 암그루와 수그루라는 점잖은 이름이 있음에도 예쁘장하고 성격 활달한 경상도 아가씨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 아, 저거. 양파 숫놈!.”이었다. 하여 이후부터 양파를 볼 때마다 생생히 살아나는 그 표현의 정직성에 웃음이 새나오곤 한다.

종자상태에서 모종을 할 때까지는 암수를 구별할 수 없고, 커가면서 수그루에만 마늘쫑 같은 것이 자라는데, 그걸 보고 수그루를 솎아 낸다. 수그루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둥글둥글한 알을 맺지 못하므로 버려지는 것이다.. 그러나 새끼처럼 키운 농작물을 어찌 그냥 버리겠는가. 대파처럼 송송 썰어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굵은 밑부분은 잘라 피클이나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수양파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으니 일반인에게는 역시 경이로운 이름

“양파 수놈!”으로 남을 밖에...... .

양파를 논(論)함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약용성분.
양파에 관한 “이렇게 저렇게 먹으면 어디 어디에 좋다더라 ” 하는 요법이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 양파가 다이어트에 좋다더라 ’ 하는 이야기는 생양파의 ‘페쿠친’이란 성분이 몸 속의 불필요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스펀지가 물기를 쫙 빨아내듯 생양파가 불필요한 지방을 쭉 훝어내준다고 한다.

‘ 양파껍질 달인 물은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에 좋다더라 ’ 하는 이야기는 ‘구엘친’이라는 색소가 혈관강화 성분임이 밝혀졌다. 블랙푸드의 안토시아닌이 항암과 노화억제의 주역이고, 레드푸드의 리코펜이 암과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주역인 것처럼 양파껍질의 구엘친은 모세혈관 강화작용이 있어 혈관계 질환의 예방 치료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 노화방지와 피부미용에 좋다더라 ’ 하는 이야기는 인체 산화방지효소 활성상승효과가 표고4%, 당근16%, 오이20%임에 반해 양파가 48%나 된다는 수치가 증명한다.
‘ 고기 먹을 때 양파를 같이 먹으면 참 좋다더라 ’ 하는 이야기는 양파가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 양파가 불면증에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바로 양파의 알린에 관한 이야기다. 양파의 한 성분인 알린은 썰거나 다지게 되면 알리신이라는 유황을 함유한 휘발성 물질로 바뀌게 된다. 이 맵고 톡 쏘는 휘발성분은 신경의 진정효과가 뛰어나 스트레스성 질환이나 불면증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알리신이 뇌의 연수를 자극해 피로를 풀고 흥분을 가라 앉힌다. 불면증일 때 양파을 썰어 머리맡에 놓아두고 자면 된다. 양파가 신경안정에 좋은 이유는 칼슘과 철분, 칼륨 등의 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식품이라는 점과도 관련이 된다. 칼슘, 칼륨 등의 무기질이 혈액을 맑게하여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피로를 풀어주어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당뇨에 좋다, 치매예방에 좋다, 골다공증을 억제한다, 소염, 살균작용이 있다.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좋다, 보습작용이 있어 피부미용에 좋다 ...... 양파에 관한 ‘ 어디어디에 좋다러라 ’ 가 근거 있음이 과학적인 성분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러니 ‘양파’를 믿고 가까이 하여 사랑할 밖에.

특히 이 봄에 양파를 가까이 하여야 함은 양파의 항 알레르기 성분 때문이다.

양파는 황사로 인한 호흡기 알레르기나 꽃가루에 의한 피부가려움증, 발진 등의 알레르기 증상을 진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목안이나 기관지에 붙어있는 이물질을 쓸어내리는 작용을 하므로 기관지 천식에도 효과가 있고 강력한 살균작용이 있어 오염된 황사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넘치면 모자라니만 못하다 하였다. 양파가 몸의 기운을 돋우고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나 생양파의 과다섭취는 위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또 양파가 항알레르기 작용이 있다고 하나 오히려 사람에 따라 양파의 매운 황 성분에 대해 두통 등의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약리효과를 따져 식품을 섭취할 때는 개인의 생리적 특성에 맞는 방법을 찾아 유익한 수준에서 섭취량을 조절하여야 할 것이다.

양파의 섭취를 생각하며 우리 식탁을 가만히 돌아보면, 양파는 늘 가까이 있었으되 눈에 띄지 않는 연기력 있는 조연 같은 존재이다.

만약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피자나 햄버거에 들어있는 다진 양파와 친숙할 것이며,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쌈장에 찍어먹는 생양파와 친근할 것이다. 얼큰한 낙지볶음이나 매콤새콤한 골뱅이무침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빨간 양념장에 들어가 있는 양파즙을 알게 모르게 먹었을 것이다. 시원한 멸치국물 낼 때도 비린맛 없애려고 양파 동동 띄워 끓일 것이고, 일식에 따라나오는 아삭아삭한 튀김에도 양파가 한몫 한다.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 식단에 양파와 당근을 넣고 볶는 감자 볶음은 단골메뉴이고, 심지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낵류 곳곳에 ‘양파씨즈닝’이란 이름으로 첨가된 경우가 많다.

자 이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먹어왔던 양파를 우리 식생활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보자. 특히 바쁜 생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섭취하게 되는 인스턴트 식품에 양파를 넣어보자.

예를 들어 분말형태의 인스턴트 스프를 끓일 때 양파를 다져 넣어 함께 끓이면 부족한 섬유질을 보충 할 수 있다. 또 즉석 자장면은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기름기가 많은 것이 흠이다. 여기에 양파를 다져 넣어 조리하면 지나친 지방의 흡수를 막을 수 있고, 양파에 많이 들어있는 식물성 단백질의 섭취로 영양의 균형을 잡을 수도 있다. 손쉽게 먹으려고 찾는 라면에 양파 썰어 넣기가 귀찮겠지만, 고혈압부터 피부미용까지 팔방미인 양파의 효능을 생각한다면 송송 양파 채썰어 넣기를 주저하지 말자.

그런데 이렇게 좋은 양파를 주재료로 하는 요리는 없을까?

양파 피클이나 양파 장아찌는 육류를 섭취할 때 곁들이는 야채로 좋다. 햇양파가 한창인 5월에 한 번 해볼 만 하다. 장아찌든 피클이든 간장이나 식초, 설탕의 양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가감 할 수 있다.

장아찌의 경우 간장 1컵 식초 4컵, 설탕 1컵 소금1/2컵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피클은 간장을 빼는 대신 소금의 양을 조금 늘리면 된다. 양파는 2등분이나 4등분으로 하고 즙의 양은 양파의 1/3이 잠길 정도면 된다. 양파 숨이 죽고 대신 즙이 많아져서 양파 전체가 잠기게 될 것이다. 양파가 익을 때까지 2-3일간은 용기 뚜껑을 닫고 가끔 흔들어서 잘 섞어준다. 주의할 점은 양파를 씻어 물기를 다 빼고 담궈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하지 않는다.

피클이나 장아찌처럼 밑반찬으로 말고 양파를 더 쉽게 많이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양파샐러드를 만들어 보자.

양파를 가로 세로 0.3센티미터쯤 되게 잘게 다진다. 양파는 칼질하기가 어려우므로 0.5센티미터로 해도 무방하다. 다진 양파에 소금을 조금 넣고 양손으로 주물러 양파의 숨이 좀 죽으며 즙이 나오도록 한다. 접시에 담고 기 뭐니뭐니해도 가정요리의 기본 정신은 사랑이다. 그리고 21세기의 양념은 창조성이다. 사랑으로 하는 요리에 양파로 색다른 점을 찍어보자.

기호에 따라 토마토 케첩과 머스터드소스를 뿌려 비빈다. 톡쏘게 먹고 싶다면 머스터드소스 약간과 살사소스를 섞어 비벼도 좋다. 소스에 버무려진 양파샐러드를 또띨라 칩(totilla chips)이나 크래커에 얹어가며 먹으면 과자의 바삭함과 양파의 아삭함을 즐길 수 있다. 모닝빵에 치즈 넣고 햄 넣고 양파 샐러드 얹으면 간단히 햄버거로도 즐길 수 있다. 치킨이나 피자먹을 때도 곁들이면 좋은 양파샐러드. 매운 양파맛이 싫으면 썰어서 한 30분 정도 방치해서 매운 성분을 좀 날려보내고 요리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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