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이야기 8 - 난세, 남녀


<권3>
p35
나는 지금 어떻게 하면 애태우지 않고 봄 다음에 올 여름을 기다릴까 궁리하고 있어.자연은 애태우지 않지. 오늘도 ㅁ벙 안 숲에서 꾀꾀리들이 예쁜 목소리로 울고 있더군.하지만 자연은 꾀꼬리를 언제까지나 울게 내버려두지 않아. 그렇지 할아범?

p36
인간도 칼과 마찬가지로 오래 쓰지 않고 두면 녹슬기 쉽다.

P36
그 생각을 하면 모토야스는 더욱 더 멍청이 같은 한가로움을 꾸며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다만 겉으로 꾸며보이는 것만으로는 괴로워견딜 수가 없었다.그때그때의 환경에 따라 교묘하게 자기를 융화시켜, 봄에는 꾀꼬리를, 여름에는 두견새며 매미 울음소리를 황홀하게 들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터득하고 싶었다.

p38
여자의 아름다움은 처녀시절보다 유부녀, 유부녀는 아이를 낳으면 더욱 다른 아름다움이 생긴다. 그리고 모든 생활이 남편의 사랑을 받으려고 의지하는 형태가 되면, 그 의지가 이윽고 남자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지시하고 싶은 본능으로 발전해가는 모양이었다.

p43
내일을 믿을 수 없는 시대에 사는 인간들에게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은 찰나의 만족인 듯하다-고 모토야스는 생각한다. 그 찰나의 만족 가운데 남녀의 성행위가 가장 또렷하게 삶을 확인시켜 준다. 그러므로 난세일수록 남녀의 성행위가 빈번해지고, 빈번해질수록 가엾은 씨앗은 늘어간다.

p53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겠다. 승패와 생사에 대한 것이야 인간의 힘으로 어쩌겠는가. 이것만은 내 힘이 미치지 못하고, 요시모토나 노부나가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

p54
"...모르겠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 떨어질 지 모르면서 다만 반찍이고 있을 뿐이다."
"할 일을 다 하고 천명을 기다리라는 분부이신지."
"아니, 인가의로서의 할일은 다하지 말라고 해도 다하게 되는 것임을 깨우치라는 거야."
"살아남으려고 떨어지는 순간까지 저마다의 지혜만큼, 힘만큼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게 인간의 본성이지. 나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줘. 그리고 나에게 지혜도 힘도 없다면, 그때는 다함께 죽을 각오를 하는 거야."

---난세를 건너는 법, 남녀의 교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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