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 RE DEL
(2010/06/08 10:04)
나무는 세월을 먹으며 변합니다.
뽀얀 아기 살결 같던 원목 자투리는 비 맞고 햇볕에 그을리고 하며 사랑채 툇마루처럼 색이 바랬습니다. 꿈의 데크도 노을 진 뒤의 침침한 하늘처럼 약간씩 어두워 졌습니다. 아무리 인공적으로 결을 다듬은 나무라 하나 나무는 나무인지라 세월을 먹으며 변하는 게 당연합니다.
이번에 작은학교 데크와 난간에 오일스테인을 칠하려고 오일스테인 색을 고르는 데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투명으로 하면 세월의 흔적이 보일 것이고 흔히 보는 공원 데크처럼 도토리색으로 하면 새로 만든 데크처럼 산뜻할 것이고. 고민하다가 결국 투명한 오일스테인을 주문했습니다. 세월을 이겨낸 사람들의 주름이 당당하고 아름다운 것처럼 빗물, 햇살 먹고 산 데크의 퇴색도 당당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꿈의 데크를 만든 지 3년째 됩니다.
그 사이 아이들은 꿈의 데크에서 줄넘기를 했고 술래잡기를 했고 자투리를 세워놓고 볼링을 했고 비 오는 날 우산 살 끝에 매달린 물방울에 비치는 거꾸로 된 세상도 봤고, 데크에 서서 흰 연기 안개처럼 내뿜는 소독차도 봤고 오래 서서 흐르는 구름도 봤습니다.
꿈의 데크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노래도 한 자락 씩 해 봤고 난간에 기대 커피도 마셔봤고 별을 본다고 드러누워도 봤고 텐트를 치고 잠도 잤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하고 싶었던 꿈의 데크에서 그 모든 것을 현실로 체험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놀이를 품어주고 나의 작은 학교를 향한 꿈을 품어주느라 삭아가는 데크의 육신을 인정해주고 감싸주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투명 오일스테인. 이번 주말에 가서 듬뿍 발라 주어야겠습니다, 투명한 오일스테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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