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선생님 RE DEL
(2010/03/05 11:58)
하리하우스가 꿈꾸는 이야기

하리하우스에서 먹고 자는 것이 가능해진 후로 주말이나 방학이면 힘닿는 한 아이들을 하리하우스에서 지내게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음 닿는 한 사람들을 불러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리하우스가 지윤 지승에게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마냥 놀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한 2년 되어갑니다.
지윤 지승을 데리고 작년 이맘때쯤 서울 롯데월드를 갔습니다. 무료입장 가능했던 나이에 가 보고 뭘 좀 탈 줄 아는 나이 되어서는 처음이었습니다. 어찌나 잘 놀던지 10시 조금 넘어 입장했는데 9시가 다 되어서야 꾀어서 겨우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활동적인 지윤이는 롯데월드가 너무 좋았나 봅니다. 또 가자고 하기에 입장료가 너무 비싸고 또 그런 실내공간보단 동네 놀이터가 더 좋다고 하며 한 5년 쯤 후에나 한 번 더 데리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리하우스하고 롯데월드하고 바꾸자고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겁니다. 세상에나! 한편으론 지윤이가 하리하우스를 한낱 놀이공원과 바꾸자고 하는 것에 좀 실망스러웠고 한편으론 하리하우스가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롯데월드와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하리하우스는 지윤 지승을 위해 더 의미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롯데월드하고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꿀 거라고 설명했습니다.(이런 걸 호언장담이라 하죠?)
그리고 한 일 년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은 하리하우스 1층에 도서관도 꾸미고 실험실도 꾸미고 화실도 꾸미고 놀이방도 꾸미고 거기에 텐트도 쳐 줄 거란 엄마의 약속을 믿고 좋아합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지승을 위해 실험실을 만들고 (그간 갖고 싶어 했던 현미경을 고운 청운 오빠에게서 물려받았습니다. 실험실엔 일단 현미경 있으면 반은 채운 거죠) 그림을 좋아하는 지윤을 위해 화실을 꾸미고 (조만간 이젤을 장만할 거예요. 만들든 중고를 사든 물려달라고 떼를 쓰든) 둘째 외삼촌이 남긴 책도 가져오고 물려받은 책도 정리하고 우리 책도 정리하면 제법 그럴듯한 도서관이 꾸며질 것 같습니다. 다섯 수레의 책을 모아 주는 것을 당대의 목표로 삼고 있으니 한 3대 째에는 진정한 독서가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입니다.
그리고 이 도서관은 하리마을 이웃에게 개방할 계획입니다. 하리엔 아이들이 거의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다가 심심할 때 들러 책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쓸 계획입니다.
지윤이 지승이 마음에 하리하우스는 고향입니다. 편안하고 언제든 가도 되고 부모와 동격이 될 고향. 그리고 지윤 지승 둘만으로 외로울 만큼 하리하우스는 넓습니다. 그래서 혼자 자라는 소영이도 소정이도 한이도 종현이도 인경이도 유경이도 언니고 누나고 형이고 오빠로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선화언니네, 동용이 오빠네 이모, 나은이 언니네 이모, 원섭 형아네 이모, 광용이 오빠네 이모, 그림 쓱쓱 잘 그리는 이모, 그림 보고 잘 그리는 이모, 현진이 누나네 이모, 태형이 오빠네 이모, 진짜 이모, 수많은 이모들이 드나들며 수다를 떠는 시끌벅적함 속에서 하리하우스가 여럿의 고향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도 더 폭넓은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위해 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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