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 RE DEL
(2013/04/17 12:02)
지윤이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한 2년 가까이 해리 포터하고만 지냈습니다. 그래도 글을 후딱후딱 읽어 치우는 스타일이기에 중간중간 다른 책도 좀 읽으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초원의 집>의 매력에 빠져서 요즘은 로라 이야기만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지냅니다.
그런데 이제 지승이 그렇습니다. 한 2년 째 오로지 해리 포터만 보고 지냅니다. 디비디도 해리 포터만 책도 해리 포터만. 그래, 뭐든 빠져보면 좋은 거야. 그래서 해리 포터 영화 한편의 대사를 다 외거나, 아님 우리글 해리 포터 책 한 편을 다 외우면 진짜 로봇을 하나 사주겠다는 제안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따라 말하는 걸 보니 진짜 다 외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식으로 외워보겠다는 도전은 안한답니다. 부담이 싫은 거겠지요. 나도 거의 반은 아들을 놀려주는 기분으로 한 제안이긴 했습니다. 놀리느라 하는 말인 것도 모르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들은 정말 보기에 귀엽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들이 드뎌 해리 포터를 졸업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편을 보고 책을 다 읽어야 영화 디비디를 사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딸은 어느새 후딱후딱 읽어치웠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과 줄거리 정도를 파악한 셈입니다. 그러나 아들은 후딱후딱을 잘 못하는 데다 워낙 <반지의 제왕>이 초등 6학년이 읽기엔 어렵기 때문입니다. 굳이 읽으라고 권하지 않았건만, 디비디를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읽는 것입니다.

왠지 영화로 본 것은 원작을 읽게 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보다 더 멋진 원작의 감동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해리 포터 디비디를 사 줄 때도 책을 다 읽으면 사준다고 한 것이고, 반지의 제왕도 같은 차원에서 책을 먼저 읽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영화를 보려고 읽고, 재밌으면 나중엔 책 자체의 재미로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아들은 가방에 반지의 제왕을 들고 갔습니다. 해리 포터를 외워보라는 미션을 수행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해리 포터를 넘어서 한 발 나아가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한 책읽기입니다.

그나저나 아들은 중학교는 꼭 호그와트에 가겠다고 했는데, 학교를 포기하고 가운데 땅으로 원정을 나서겠다 하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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