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 RE DEL
(2013/04/12 10:11)
딸의 문체

지윤이가 제주여행을 다녀와서 쓴 일기다. 확실히 우리 딸은 생기기가 넘친다. 쓰는 단어에도 생기가 넘친다. 표현력이 좋다. 문장의 흐름이 매끄럽다. 아마 지윤이 의식하지 못하는 새 저절로 그렇게 써지는 것이리라. 그건 지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늘 읽고 또 읽다보니 자연스레 글쓰기의 기본이 길러진 것이다.

'에메랄드빛이었는데 나는 그 색이 갖고 싶다.'

딸은 보석이 갖고 싶은 게 아니라 색을 갖고 싶은 것이다. 마음 그대로를 꾸밈없이 쓰는 자체가 좋은 표현이 되는 예이다.

'하지만 우리 맞은편 계단에 종이 있었다. 우리는 계단에서 내려와 냅다 뛰었다.'

냅다 뛰었다. 글을 거침없이 쓸 때 나올 수 있는 표현이다. 거침없음. 그 것 또한 딸의 재산이다.

“얘들아, 여기 싸다! 여기도 가고 서귀포 박물관 둘 다 가자!”

그래, 난 분명 그렇게 말했을 거다. 입장료가 얼만가 물어보고 대인 2000원 소인 1000원이란 말에 그렇게 말했을 거다. “ 얘들아, 여기 싸다!...” 순간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힘. 그래서 성산포 조가비 박물관은 입장료가 싸고도 좋았던 인상이 더 강렬하게 전달되는 거다. 내가 딸에게서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딸이 스승이다. 있는 그대로... 강렬하게....

딸의 일기장은 재밌다. 형식도 참 여러 가지다. 한라산은 보고서 형식이다. 단촐 하고도 진지하다. 바람이 몹시 불던 곳이 해발 1800미터일 걸 어떻게 기억했을까 아님 추측일까. 어쨌든 거센 바람이 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런 마음인 것도 맞다.

한라산에 다녀온 후 아들과 딸은 농담을 주고받는다. 네팔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는 가면 안 된다고. 엄마가 히말라야나 알프스 눈밭을 트래킹 하자고 할 거라서 안 된단다. 하긴 일본엘 가면 후지산을 오르자 하고 싶다. 후지산을 걷다보면 ‘일본’이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Powered by Tattertoo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