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과 열하룻날 이야기


지윤 지승의 이모 중에 그림 쓱쓱 잘 그리는 이모가 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 나름대로 두 이모의 특징을 들어 별명이 다릅니다. 꿈이 만화가였던 이모가 그림 그리는 걸 보더니 ‘안 보고 쓱쓱 잘 그리는 이모’라 하고, 공책 표지 만화를 보고 그대로 따라 그려주는 이모는 ‘그림 보고 잘 그리는 이모’라 합니다.

애들한테 그림 잘 그리는 이모가 오늘 오시기로 했다고 했더니 묻습니다. ‘쓱쓱 잘그리는 이모요, 보고 잘 그리는 이모요?’하고.

‘보고 잘 그리는 이모’가 온다고 말해주고 친구 맞을 준비를 합니다. 삭힌 고추, 묵나물, 고사리나물, 마늘쫑 장아찌, 그런 반찬들을 챙겨보며 추억도 같이 챙겨보았습니다. 당연 멀리서 오는 벗을 맞음이 그 아니 기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 줄 것을 못 사왔다고 굳이 단양 읍내를 나가자고 해서 드라이브삼아 나섰습니다. 읍내 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샀습니다. 아이들은 이모가 사주는 과자를 받아들고 행복합니다. 엄마는 안 사주는 종류의 과자를 이모가 사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탄산이 들어간 청량음료 및 합성착향료, 합성착색소 들어간 음식물 반입 금지라고 하리하우스 공지란에 명기해 놓았기 때문에 과자를 사 올 때 원료를 확인하고 사 옵니다. 아님 미리 전화를 해서 어떤 과자가 좋냐고 물으면 그냥 합성향료 안 들은 씨리얼 하고 우유를 사다 달라고 합니다. 대부분 그 주문을 따라 주셔서 모르고 갖고 온 과자는 차에서 꺼내지 않는 성의를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은 부적합 한 과자들이 반입되기도 하는 데, 바로 이모가 골라 주어서 이미 아이들 손에서 다시 회수하기 어려운 ‘프링글스’였습니다.

프링글스, 참 맛있는 과자입니다. 참 비싸기도 하구요. 이모가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골라준 것인데다 그래 그게 어떤 맛인지나 알아봐라 하는 생각에 허락했습니다. 실은 내가 좋아하는 과자이기도 합니다. ㅋ ㅋ 생전 처음 먹어보는 프링글스 치즈맛과 바베큐 맛에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습니다. 아빠를 좋아하는 지윤이는 아빠를 드리겠다고 몇 개 남겨 놓았고 지승인 다 먹었습니다. 청소를 하다가 치즈맛 프링글스 통이 비었기에 재활용통에 넣었더니 지승이 다시 꺼내서 모셔둡니다. 왜 그러냐 했더니 냄새라도 아빠 맡으시라고 보관한다는 겁니다. 프링글스가 감자튀김이니 신선도만 유지된다면 크게 금지할 품목은 아닙니다. 그런데 치즈맛과 바비큐맛을 내는 합성착향료가 문제가 되어 금지한 것인데, 오히려 아빠를 위해 냄새를 남겨두기엔 합성향료가 유리했습니다. 왜냐하면 냄새가 진해서 과자 뚜껑을 열면 고소한 치즈향과 칼칼한 바비큐향이 짙게 풍겨나기 때문입니다. 아빠를 위해 냄새를 남겨두겠다는 아이들을 보고 ‘그림 보고 잘 그리는 이모’는 또다시 단양 읍내를 나갔습니다. 프링글스를 사러.

이모와 난로에 불 때서 고기 구워먹고 노래 불러 드리고 하면서 재미있는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이모는 그림을 그려 주시고 아이들은 모사란 무엇인지 자연스레 배우고. 뭐든 배움이 없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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