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이야기>를 읽고.


백제에 대한 따뜻한 눈길

<백제이야기>

김유진 지음 창비아동문고

그랬다. 작가의 말처럼 백제를 무시했다. 힘으로는 고구려를 당하지 못하고 술수(외교)로는 신라를 당하지 못해서 결국은 조연을 한 나라라고 생각해왔었다. 백제의 멸망을 생각함에 계백의 장렬한 죽음보다 의자왕이라는 사내의 못난 짓거리를 먼저 떠올렸다. 후백제의 역사조차 견훤과 신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칼을 겨누어 멸망하는 장면으로 기억되었다. 그러니 백제의 역사를 굳이 들추어 되새길 게 무에 있을까 싶어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작가 김유진은 백제의 시조 온조왕에서부터 마지막 의자왕에 이르기까지 줄곧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의 시선을 따라 스며들어간 백제는 민감하고 따뜻한 나라였다. 민감하여 예술이 발전하였고, 따뜻하여 일본에 선진문물을 전해주는 미덕이 있는 나라였다. 승리한 나라의 기록에 의하여 역사에 대한 편견이 생기기 전에 승리 반대편에 있었던 나라의 역사를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승리의 뒷면을 이해하는 눈이 될 것이고, 패배를 끌어안고 전진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담담히 펼치는 <백제 이야기>의 따뜻한 시선 뒤에 백제의 흔적에서 살아온 작가의 자부심과 소명의식도 느껴졌다.

<백제 이야기>를 읽고 얻은 큰 소득은 일본에 미친 백제 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자부심이다. 오오사카 히라가타시에 있는 왕인박사 묘와 도오쿄오 우에노 공원에 있는 왕인박사에 대한 비석 두 개. 일본 남향촌의 ‘백제 마을’, 그리고 백제의 기술자들이 지은 법륭사(호오류사)를 통해 백제인들의 숨결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 교과서의 ‘백제는 발달한 문화를 일본에 전해주었다.’는 짧은 내용에선 알 수 없었던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한편, 곰나루 이야기, 백제의 노래 정읍사, 아사달과 아사녀에 나오는 백제의 정서는 여리디 여린 것이어서 마음이 아팠다. 마음은 여리되 행동이 결연했던 백제 여인들. 전쟁포로가 되어 겪어야할 치욕스런 삶보다 비장한 죽음을 택한 낙화암의 흰꽃같은 여인들. 지혜로써 부부의 신의를 지켜낸 도미 부인. 배반에 상처받은 곰여인의 눈물. 남편을 기다리는 노래가 된 여인네. 아사달을 그리워하다 원혼이 된 아사녀. 모두 안타깝고 안쓰러울 뿐이다.

애틋함을 더하는 전설을 안고 백제를 찾아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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