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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하리하우스 데크에서 지윤이와 지승이 그리고 옥이 신랑^^


아주 특별한 체험 1
   ---눈발 속으로 날아오르기

지난 겨울 서울에 눈이 평평 내리던 날 아이들을 데리고 옥상엘 올라갔습니다. 앞뒤가 탁 트인 공간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면 마당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서요. 서울엔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러나 대부분 그렇게 높은 곳은 막힌 공간이지요. 사방이 열린 공간. 바로 슬라브주택의 옥상이지요. 우리 집 옥상은 난간이 없어서 위험하지만 엄마의 철저한 보호(? 감시)아래 잠깐씩 올라갑니다.

 봄볕이 너무 좋을 때나 눈발이 흩날릴 때 아이들을 데리고 옥상엘 갑니다. 그러면 멀리 수락산도 불암산도 보인답니다. 탁 트인 곳에서 느끼는 해방감, 호연지기가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길 바라는 거죠.

 지승이가 옥상에서 펄펄 내리는 눈을 보며 하는 말,

 “엄마, 이렇게 하면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보는 자세) 꼭 내가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  이 나요.”

 눈송이가 내게로 오는 건지 내가 눈송이들 속으로 날아오르는 지 잠깐 착각하는 느낌을 표현하는 거겠지요.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경험한 지승이, 언젠가 지승이의 삶 한편에 있다가 지승이의 유년을 추억하는 순간에 문뜩 떠오르는 한 조각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아니면 하늘을 나는 로봇, 로봇 태권브이가 현실이 되게 하는 일에 지승이의 경험이 한 몫을 차지하게 될 지도 모르구요.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체험학습을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실제로 써 먹을 기회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요. 물론 실용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건 체험학습 자체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행복한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이와 옥상에서 눈을 맞으며 아이들처럼 내 마음도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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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이 외갓집 뒷목재 진달래와 소나무 - 1000x669

                [사진]지윤이와 지승이 외갓집 뒷목재 진달래와 소나무 - 1000x669


개구리 알을 건졌어요! <999 마리의 형제> -피카소 동화나라-

봄이 완연합니다.
하리하우스 뒷밭엔 마늘이 크고 뒤뜰엔 온갖 풀들이 자랍니다. 우리 뒤뜰은 아무래도 학습장으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자라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베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졸졸 흐르는 개울엔 물이끼들이 끼였고 갈대를 잘라내고 불태운 자리가 거뭇거뭇합니다. 그 검불 속에서 새싹이 또 자라나겠죠.

 지윤이가 둑을 오가가 먼저 개구리 알을 발견했습니다. ‘어디, 어디’하며 지승이가 달려들었고 둘은 곧장 개구리 알을 잡으러 내려갑니다. 개울을 따라 늘어서 집의 생활폐수가 개울로 흘러들어오지만, 뭐 그 정도는 자연의 자정작용으로 해결 될 만 해서 물에서 노는 것을 굳이 말리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 더럽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개구리 알을 잡을 수 있겠어요. 다행히도 적성면 하리에도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긴다고 하니 그러면 더욱 깨끗해지리라 기대합니다.

 둘이서 손으로 개구리 알덩이를 잡더니 난립니다. 소리 지르고 징그럽다고 몸서리피고, 두 손에 떠 오다가 질질 흘리고, 지승이가 지윤이를 건드려서 (실수로) 지윤이는 개울물에 엉덩방아를 찧고, 바지는 다 버리고 울고, 그러다 또 알 잡고 놀고......
결국 건져오지 말라고 그냥 거기 개울에 두고 관찰하라는 엄마 말 무시하고 한 웅큼씩 통에 담아 올라옵니다.

 한 반 넘게 다시 개울에 부어주고 나머지만 큰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마당에 놓고 왔습니다. 한 2주 있어도 마르지 않을 만큼 충분히 물을 담은 데다 그 사이 비도 왔으니 아마 알이 말라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 개구리 알을 상기시키며 <999마리의 형제>를 읽어 보자고 해야겠습니다. 999마리 형제의 우애로 봄날의 나른함을 쫒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개구리 알이 개구리로 자라는 생명들임을 일깨우고 이번 주에 가면 통에 있는 개구리 알을 도로 개울에 넣어 주자고 말해보려 합니다.

2008년 4월 4일

---오늘은 4월 30일이구요, 개구리알은 올챙이가 되어서 꼬물 꼬물 살고 있구요. 몇 마리만 남기고 다시 개울에 넣어주자고 했는데, 차 막힐까봐 정신없이 오다보니 이번에도 개울로 못 보내주고 왔네요. 담에 갈 때까지 잘 살고 있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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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이와 지승이 - 큰사진보기!

            [사진]외갓집 솔농원에서 지윤이와 지승이 - 2007년 1월 13일 - 900x675


호두나무 가지치기 -하리하우스 놀토 체험학습 계획서

‘호두나무’하면 왠지 좀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귀하다는 느낌과 함께 낯설음과 호기심이 묘하게 섞인 느낌이지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주는 호두나무가 하리에 네 그루 있습니다. 호두나무란 단어를 인식하면서 오는 복합적인 감정과는 다르게 ‘하리의 호두나무’ 실체를 볼 때의 감정은 단순명료합니다.

 ‘멋지다!’

 추측컨대 네 그루 호두나무가 동시에 식재되었을 텐데 두 그루는 좀 ‘여위었다’ 싶고 두 그루는  ‘풍성하다’ 싶습니다. 그 둥 제일 큰 호두나무는 가지치기를 해 주는 게 이롭겠다고 권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가지치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맞은 편 파란 지붕이 있는 집 마당이 너무 그늘져서 두 번째로 큰 호두나무도 가지치기를 해 주었습니다. 지윤이와 지승이는 낮은 가지에 밧줄을 매 놓고는 타잔 흉내를 내며 놓았습니다. 전기톱으로 베었는데 제법 굵은 가지를 자를 때는 나무 조각이 눈가루처럼 흩어져 날았습니다.

 지윤이와 지승이는 잘라낸 나뭇가지를 정리하는 일을 도왔는데, 지승이는 제법 큰 나뭇가지를 끌어 옮겨서 일을 도와주러 오신 셋째 외삼촌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힘에 부칠 텐데 한 번 하고자 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강단 있는 지승이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지윤이는 학교에 놀토 체험학습 보고서를 내는 숙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방학 전까지 놀토 활용계획서를 세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리하우스라는 공간에서 지윤 지승 둘의 노력과 상상력으로 해 낼 수 있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주로 자연과학과 관계 되는 실험 중 지윤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로 선택했습니다. 자료는 이종사촌언니들이 물려준 <학생백과사전>-금성출판사-에서 찾았습니다.

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일단 연필로 계획서를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계획은 변동 될 수도 있는데  연필로 써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계획에 매달리는 것 보다 계획을 조절 할 수 있는 여유를 연필이 주는 것이지요. --딴소리 잠깐, 갑자기 사랑을 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라는 유행가가 떠올랐어요. 나이 들면서 절절히 느끼는 건데, 유행가 가사가 인생을 진하게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는 겁니다.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된다는 노랫말, 남이란 글자에 점 하나 빼면 님이 된다는 가사는 인생을 절반 이상 살아 본 사람이라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에구, 나도 절반 이상 살았나 봅니다. 유행가 가사가 쏙쏙 들어오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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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지윤이와 의논해서 작성한 하리하우스 놀토 체험활동 계획서입니다.

3월 22일  봉숭아 씨 심기
4월 12일  그림자 놀이
4월 26일  나무로 불 일으키기
5월 10일  식물의 증산작용 관찰하기
5월 24일  뒷밭에서 개미 관찰하기
6월 14일  비가 만드는 도랑
6월 28일  수생동물 - 다슬기 잡기
7월 12일  곤충의 입과 먹이 관찰
9월 27일  호두열매 줍기 껍질 까보기
10월 11일 마당에 새 모으기
10월 25일 사이펀의 활용
11월 8일  은행 줍기 까기 구워먹기
11월 22일 공기 비중의 차이 알아보기
12월 13일 구름 만들기

나무로 불 일으키기 계획한 날 날이 너무 습하면 다음으로 미룰 수 있고, 그 날은 대신 메밀 부침개를 해서 둘러 앉아 먹으며 ‘날궂이’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수제비까지 해 먹을 수도 있구요. 실제로 4월 26일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메밀부침을 해 먹었고 나무로 불 일으키기 대신 수양개선사유적지 유물 전시관엘 다녀왔습니다. 비가 만드는 도랑을 관찰하기로 한 날 그런 도랑을 찾을 수 없으면 <물덩이 아저씨> -비룡소 그림책-를 읽고 물놀이를 하는 것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순간에도 즐겁게 학습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을 거란 의지이지요.

 호두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날 오전에 지윤이와 지승이가 드릅나무 가에다 봉숭아 씨를 심었습니다. 싹이 잘 나야 씨 뿌리는 기쁨을 알 텐데 걱정이 됩니다.  봉숭아꽃이 필 무렵엔 ‘울밑에선 봉선화’도 불러주고 봉숭아물도 들이고 분위기 되면 현철의 ‘봉선화 연정’도 한 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2008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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