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참 바보입니다. 아니 나는 참 바보입니다.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겠다 하면서 자유롭지 못하게 키웠으니 나는 참 바보입니다.
딸의 유치원 때 사진과 초등학교 들어가서 찍은 사진을 보면 그 표정이 참 다른 겁니다. 어느 날 딸이 유치원 다니던 때 웃는 얼굴을 찍은 사진을 보았는데, 그 웃는 얼굴이 너무나 맑고 예쁜 겁니다. 그런데 최근엔 그렇게 활짝 웃는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웃으라면 웃고 찍지만 왠지 유치원 시절의 웃음만큼 해맑지 않은 겁니다. 자신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딸의 꿈 중에 하고 싶은 것이 하나 늘었는데 바로 유치원 선생님입니다. 왜 유치원 선생님이냐고 했더니 수학을 안 가르쳐도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딸이 2학년 때 중간고사를 보았는데, 점수가 형편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틀린 문제를 보니 더 속이 상하는 겁니다. 충분히 알 수 있는 문제도 틀린 것에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안타까워하지도 않고 다음에 잘 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시험은 자기가 못 본 거고 자기는 괜찮은데 왜 엄마가 속이 상하냐는 겁니다. 평소 '공부 공부' 하지 않고 '점수 점수' 하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반 이상은 넘겠지 하는 기대를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 했던 건 엄마의 착각이었습니다. 그 기대에 못 미치자 속이 상했는데, 아이마저 다음엔 좀 잘 해보겠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안 속상한데 왜 엄마가 속상해 하냐고 하는 말을 듣고는 뭔가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만 널 언제나 사랑해. 그러나 언제나 자랑스러운 건 아니야.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못 하는 건 자랑스럽지 않아. 다음엔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면 좋겠어."
최선을 다한 후 오는 결과에 대한 자긍심이나 승부에 대한 인식이 생기길 바라면서 한 일종의 '극약처방'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내가 했던 말이 좋은 말이 아니었음은 늘 마음의 빚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그 말로 상처를 받았을 거란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 후에도 스스로 공부를 잘 해 보겠다는 악착같은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때 사진과 비교해서 왜 아이 얼굴 표정이 해맑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긴 하지만 자랑스러워하지는 않는구나!'
딸이 이런 생각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실제로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딸이 상처받았는데, 그 상처를 아프다 하기 싫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나! 만약 나의 어머니께서 내게, '난 네가 사랑스럽다. 그렇지만 자랑스럽진 않구나!'라고 말씀하셨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를 생각하니 딸에게 한 말이 얼마나 모질고 못된 말인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모진 말을, 그렇게 비교육적인 말을 해놓고, 밖에서 혹시 내 딸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지내는 일은 없나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참 바보입니다.
딸에게 해맑은 미소를 다시 찾아주어야겠다 생각하고 뭐가 내 딸을 힘들게 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된다고 규제했던 것들을 하나씩 돌아보았습니다.
형편상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 주었는데, 단 게임은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정했습니다. 물론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한 규칙을 아이에게 통보하고 지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게임은 안 되냐고 묻기에 '핸드폰은 통화를 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게임을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답변을 늘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엄마가 만들어 놓은 ‘안 돼’ 라는 규제들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고 있는 게 딸에게도 느껴졌는지, 얼마 전부터 딸이 자기가 한 잘못들을 술술 털어 놓는 겁니다. 실은 자기가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다는 겁니다. 또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 안 듣고 책에 낙서를 하고 놀기도 하고 딴 생각도 많이 한답니다. 저절로 딴 생각이 나는 것 보단 자기가 일부러 딴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한답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지겹다는 겁니다. 선행이고 예습이고 안 하고 생판 처음 듣는 내용이니 지겨울 까닭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건 엄마 착각인 겁니다. 또 수업시간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에 안 듣고 책에 낙서를 하기도 했답니다. 한번은 교과서에 아이 얼굴이 슬픈 표정이라서 웃는 표정으로 바꿔서 그렸는데, 처음보다 더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림판이 없으면 자기도 모르게 눈이 저절로 친구 시험지를 보게 된다고 하면서 자기는 그래서 가림판을 쓰는 거에 찬성한다는 이야기도 하는 겁니다.
핸드폰은 게임하는 게 아니라고 하는 엄마,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엄마, 가림판이 없어도 절대로 친구의 시험지에는 눈이 가면 안 된다고, 그런 행동은 자존심을 지킬 줄 모르는 행동이라고 딱 자르는 엄마, 시험을 못 본 딸을 사랑하긴 하지만, 자랑스럽진 않다고 말하는 엄마....
우리 딸이 올바른 것만 말하는 엄마 밑에서 올바른 것만 하는 딸로 지내려니, 거짓말이 생기고 숨기는 일이 생기고 마음에 걱정이 생겼던 겁니다. 그래서 꼭 지켜야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표정은 어두워 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요즘은 해맑은 딸의 미소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말고는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은 없어. 너는 니가 원하는 대로 할 자유가 있어."
그러면서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 부터 존경을 받는 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왜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보다 나은 곳에 놓기 위해 노력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젠 이렇게 덧붙여 말해 줄 겁니다.
"널 언제나 사랑해. 그리고 언제나 네가 자랑스러워!"
지윤이의 3년전 모습이 참으로 귀엽습니다.지윤이가 지금 엄마의 규재 때문에 어렵고 힘들어 하더라도, 또 엄마가 하신 말씀 때문에 상처를 좀 받더라도, 그것이 엄마의 사랑안에서 나온 것임을 알 것입니다. 표정이 좀 어두워졌더라도 그 내면은 엄마의 사랑으로 밝을 것이라 믿습니다.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시멜로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15분간 달콤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고 견디게 하는 실험인데 이 실험을 통과하는 아이에게는 마시멜로를 상으로 하나 더 주고 15분 이전에 먹는 아이에게는 더 이상의 상을 주지 않는 간단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 15년 후 마시멜로 실험을 통과했던 아이들과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을 찾아본 결과 통과했던 아이들 상당수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실패했던 아이들은 많은 수가 인생을 허비하거나 되는데로 사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모든 이에게 적용되거나 일반적인 학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작은 실험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줍니다. 그것은 절재입니다. 어릴때부터 절재를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절재하는 마음을 길러 줄 것인지 아니면 자유롭게 크게 할것인지..... 자유는 사람에게 창조적인 힘을 길러 주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절재라는 제어 장치가 필요합니다. 절재가 동반된 자유가 참다운 자유라는 것을 이 실험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절재를 강조한다는 것은 무척 잔인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릴때 절재를 배우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 배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절재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해야 할일에 최선을 다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것도 절재의 한 기능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절재 가운데 아름다운 자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솔바람님께서 찾으시는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은 마약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분들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 아이들이 집중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담배를 피우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담배 때문에 6초에 한명씩 죽어가는 현실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 게임도 마약에 중독되는 것과 똑같은 뇌 반응을 가져옵니다. 아이들은 더 쉽게 중독됩니다. 그리고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게임을 하며 발생하는 집중력은 도박을 하면서 생기는 집중력과 같습니다. 책을 읽거나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생기는 집중력과는 분명 다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은 마약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내가 원할 때 게임에서 빠져 나올 자신이 있다면 자식에게 게임기 선물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아니라면 좋을 책을 선물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자유와 절제. 그 둘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일 때 가장 아름답겠지요. 그러나 그 어떤 순간에도 선택은 자기 자신의 몫이지요. 자유롭게 일을 진행하는 데 너무 방만해진다 싶을 때 제가 잘 쓰는 표현이 '너가 선택해!'입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거의 좋은 쪽 보단 옳은 쪽을 선택하더라구요. 물론 그 기준은 제가 세운 거지만요.
이번 시험에서 지윤이가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수학 백점이구요 나머지 과목 모두 한 개씩만 틀렸습니다. 시험이 지난번 보다 쉽기도 했겠지만, 준비도 많이 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다음 시험부턴 '니가 시험을 잘 보고 싶으면 스스로 계획해서 공부해.'라고 하려구요. 일단 지윤이도 맘먹고 하면 잘 한다는 걸 보여줬으니 엄마가 끌고 가는 건 안하려구요. 지금이 아니면 선택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해서요.
다음에 지윤이 지승이 만나시면 오버 칭찬 부탁해요~~~
실은 나그네님을 알기 전에는 제가 쬐~에금 걱정했었습니다. 혹시 진현이가 아빠한테 억지로 끌려가는 거면 어쩌나 하구요. 근데 이렇게 세심하고 자상하게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하시는 걸 보구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리고 진현이에 대한 더 큰 기대가 생기구요. 대화와 스스로의 의지로 크는 아이의 실력은 그 성과가 아름다울 것입니다.
오~지윤이 참 잘했네요.저와 와이프가 많이 기뻐했다고 전해주세요.열심히 한 것에 대한 결과는 항상 좋은 것 같습니다.진현이는 나름대로 자기 꿈에 대한 고집이 있습니다.억지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죠.이제껏 억지로 한것은 좋은 결과가 없었습니다.하고 싶어서 한 공부는 결과가 만족스러웠죠.그러나 가끔 안스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올해 여름 방학때는 넓은 바다와 산을 좀 보여주려고 합니다.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요.
산과 바다로 가신다니 진현이가 좋아 하겠어요.
저희도 지금 여름 방학 계획을 짜고 있어요. 주로 하리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려구요. 근데 주위에 제주도 못 가본 아이들이 없는 거예요. 거기다 학기 중에 갖다오면서 제주 감귤 초콜릿을 나눠주니 애들은 그 초콜릿 나눠주는 게 더 부러운가봐요. (참고로 전 제주도 가도 감귤 초콜릿 안 사옵니다. 거기도 인공 향료 들었거든요.^^ 생 귤은 사오면 좀 보내 드릴게요 ㅎ ㅎ )그래서 이번엔 제주도를 가려구요. 근데 제가요, 좀 짠순이거든요. 웬만해선 책도 잘 안사요. 소장 가치가 있겠다 싶은 책만 고민고민 하다가 사요. 근데 이번에 제주도 여행과 오토캠핑에 대한 책을 4권 팍 샀어요. 우찌됐든 제주로 뜨려구요. 비행기는 내년에 타려구 남겨 놓고요, 올해는 배타고 가려구요. 가능하면 텐트치고 가능하면 걸어서 가능하면 느리게 가능하면 아껴서 갖다 오려구 해요.
꼭 하고 싶은 일, 제주가 아니면 안되는 일만 하려구요.
첫째, 백록담 보고오기. 둘째, 스킨스쿠버 체험하기. 셋째, 마라도 가 보기. 넷째,말 방복장 보기. 다섯째, 바다에서 맘껏 놀기. 끝으로 맛있는 순대국 먹어보기.
ㅎ ㅎ 제일 끝에 것은 저를 위한 것입니다. 회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서는 자리물회 한 그릇으로 대신하려구요.
좋은 박물관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다지만 그렇게 욕심내면 못 갈 것 같아서요. 다 빼고 자연과 관련된 체험들에 촛점을 맞추려 합니다.
혹시 제주 여행서 필요하시면 빌려 드릴게요. 저는 얻고자 하는 정보는 거의 다 봤거든요.
아침에 정신없이 학교 보내다 보니 한국화부 준비물 빼먹었습니다. 지금 갖다 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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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참 바보입니다. 아니 나는 참 바보입니다.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겠다 하면서 자유롭지 못하게 키웠으니 나는 참 바보입니다.
딸의 유치원 때 사진과 초등학교 들어가서 찍은 사진을 보면 그 표정이 참 다른 겁니다. 어느 날 딸이 유치원 다니던 때 웃는 얼굴을 찍은 사진을 보았는데, 그 웃는 얼굴이 너무나 맑고 예쁜 겁니다. 그런데 최근엔 그렇게 활짝 웃는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웃으라면 웃고 찍지만 왠지 유치원 시절의 웃음만큼 해맑지 않은 겁니다. 자신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딸의 꿈 중에 하고 싶은 것이 하나 늘었는데 바로 유치원 선생님입니다. 왜 유치원 선생님이냐고 했더니 수학을 안 가르쳐도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딸이 2학년 때 중간고사를 보았는데, 점수가 형편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틀린 문제를 보니 더 속이 상하는 겁니다. 충분히 알 수 있는 문제도 틀린 것에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안타까워하지도 않고 다음에 잘 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시험은 자기가 못 본 거고 자기는 괜찮은데 왜 엄마가 속이 상하냐는 겁니다. 평소 '공부 공부' 하지 않고 '점수 점수' 하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반 이상은 넘겠지 하는 기대를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 했던 건 엄마의 착각이었습니다. 그 기대에 못 미치자 속이 상했는데, 아이마저 다음엔 좀 잘 해보겠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안 속상한데 왜 엄마가 속상해 하냐고 하는 말을 듣고는 뭔가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만 널 언제나 사랑해. 그러나 언제나 자랑스러운 건 아니야.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못 하는 건 자랑스럽지 않아. 다음엔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면 좋겠어."
최선을 다한 후 오는 결과에 대한 자긍심이나 승부에 대한 인식이 생기길 바라면서 한 일종의 '극약처방'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내가 했던 말이 좋은 말이 아니었음은 늘 마음의 빚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그 말로 상처를 받았을 거란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 후에도 스스로 공부를 잘 해 보겠다는 악착같은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때 사진과 비교해서 왜 아이 얼굴 표정이 해맑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긴 하지만 자랑스러워하지는 않는구나!'
딸이 이런 생각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실제로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딸이 상처받았는데, 그 상처를 아프다 하기 싫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나! 만약 나의 어머니께서 내게, '난 네가 사랑스럽다. 그렇지만 자랑스럽진 않구나!'라고 말씀하셨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를 생각하니 딸에게 한 말이 얼마나 모질고 못된 말인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모진 말을, 그렇게 비교육적인 말을 해놓고, 밖에서 혹시 내 딸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지내는 일은 없나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참 바보입니다.
딸에게 해맑은 미소를 다시 찾아주어야겠다 생각하고 뭐가 내 딸을 힘들게 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된다고 규제했던 것들을 하나씩 돌아보았습니다.
형편상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 주었는데, 단 게임은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정했습니다. 물론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한 규칙을 아이에게 통보하고 지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게임은 안 되냐고 묻기에 '핸드폰은 통화를 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게임을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답변을 늘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엄마가 만들어 놓은 ‘안 돼’ 라는 규제들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고 있는 게 딸에게도 느껴졌는지, 얼마 전부터 딸이 자기가 한 잘못들을 술술 털어 놓는 겁니다. 실은 자기가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다는 겁니다. 또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 안 듣고 책에 낙서를 하고 놀기도 하고 딴 생각도 많이 한답니다. 저절로 딴 생각이 나는 것 보단 자기가 일부러 딴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한답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지겹다는 겁니다. 선행이고 예습이고 안 하고 생판 처음 듣는 내용이니 지겨울 까닭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건 엄마 착각인 겁니다. 또 수업시간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에 안 듣고 책에 낙서를 하기도 했답니다. 한번은 교과서에 아이 얼굴이 슬픈 표정이라서 웃는 표정으로 바꿔서 그렸는데, 처음보다 더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림판이 없으면 자기도 모르게 눈이 저절로 친구 시험지를 보게 된다고 하면서 자기는 그래서 가림판을 쓰는 거에 찬성한다는 이야기도 하는 겁니다.
핸드폰은 게임하는 게 아니라고 하는 엄마,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엄마, 가림판이 없어도 절대로 친구의 시험지에는 눈이 가면 안 된다고, 그런 행동은 자존심을 지킬 줄 모르는 행동이라고 딱 자르는 엄마, 시험을 못 본 딸을 사랑하긴 하지만, 자랑스럽진 않다고 말하는 엄마....
우리 딸이 올바른 것만 말하는 엄마 밑에서 올바른 것만 하는 딸로 지내려니, 거짓말이 생기고 숨기는 일이 생기고 마음에 걱정이 생겼던 겁니다. 그래서 꼭 지켜야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표정은 어두워 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요즘은 해맑은 딸의 미소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말고는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은 없어. 너는 니가 원하는 대로 할 자유가 있어."
그러면서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 부터 존경을 받는 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왜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보다 나은 곳에 놓기 위해 노력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젠 이렇게 덧붙여 말해 줄 겁니다.
"널 언제나 사랑해. 그리고 언제나 네가 자랑스러워!"
지윤이의 3년전 모습이 참으로 귀엽습니다.지윤이가 지금 엄마의 규재 때문에 어렵고 힘들어 하더라도, 또 엄마가 하신 말씀 때문에 상처를 좀 받더라도, 그것이 엄마의 사랑안에서 나온 것임을 알 것입니다. 표정이 좀 어두워졌더라도 그 내면은 엄마의 사랑으로 밝을 것이라 믿습니다.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시멜로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15분간 달콤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고 견디게 하는 실험인데 이 실험을 통과하는 아이에게는 마시멜로를 상으로 하나 더 주고 15분 이전에 먹는 아이에게는 더 이상의 상을 주지 않는 간단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 15년 후 마시멜로 실험을 통과했던 아이들과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을 찾아본 결과 통과했던 아이들 상당수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실패했던 아이들은 많은 수가 인생을 허비하거나 되는데로 사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모든 이에게 적용되거나 일반적인 학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작은 실험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줍니다. 그것은 절재입니다. 어릴때부터 절재를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절재하는 마음을 길러 줄 것인지 아니면 자유롭게 크게 할것인지..... 자유는 사람에게 창조적인 힘을 길러 주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절재라는 제어 장치가 필요합니다. 절재가 동반된 자유가 참다운 자유라는 것을 이 실험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절재를 강조한다는 것은 무척 잔인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릴때 절재를 배우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 배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절재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해야 할일에 최선을 다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것도 절재의 한 기능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절재 가운데 아름다운 자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솔바람님께서 찾으시는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은 마약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분들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 아이들이 집중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담배를 피우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담배 때문에 6초에 한명씩 죽어가는 현실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 게임도 마약에 중독되는 것과 똑같은 뇌 반응을 가져옵니다. 아이들은 더 쉽게 중독됩니다. 그리고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게임을 하며 발생하는 집중력은 도박을 하면서 생기는 집중력과 같습니다. 책을 읽거나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생기는 집중력과는 분명 다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은 마약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내가 원할 때 게임에서 빠져 나올 자신이 있다면 자식에게 게임기 선물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아니라면 좋을 책을 선물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자유와 절제. 그 둘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일 때 가장 아름답겠지요. 그러나 그 어떤 순간에도 선택은 자기 자신의 몫이지요. 자유롭게 일을 진행하는 데 너무 방만해진다 싶을 때 제가 잘 쓰는 표현이 '너가 선택해!'입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거의 좋은 쪽 보단 옳은 쪽을 선택하더라구요. 물론 그 기준은 제가 세운 거지만요.
이번 시험에서 지윤이가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수학 백점이구요 나머지 과목 모두 한 개씩만 틀렸습니다. 시험이 지난번 보다 쉽기도 했겠지만, 준비도 많이 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다음 시험부턴 '니가 시험을 잘 보고 싶으면 스스로 계획해서 공부해.'라고 하려구요. 일단 지윤이도 맘먹고 하면 잘 한다는 걸 보여줬으니 엄마가 끌고 가는 건 안하려구요. 지금이 아니면 선택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해서요.
다음에 지윤이 지승이 만나시면 오버 칭찬 부탁해요~~~
실은 나그네님을 알기 전에는 제가 쬐~에금 걱정했었습니다. 혹시 진현이가 아빠한테 억지로 끌려가는 거면 어쩌나 하구요. 근데 이렇게 세심하고 자상하게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하시는 걸 보구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리고 진현이에 대한 더 큰 기대가 생기구요. 대화와 스스로의 의지로 크는 아이의 실력은 그 성과가 아름다울 것입니다.
오~지윤이 참 잘했네요.저와 와이프가 많이 기뻐했다고 전해주세요.열심히 한 것에 대한 결과는 항상 좋은 것 같습니다.진현이는 나름대로 자기 꿈에 대한 고집이 있습니다.억지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죠.이제껏 억지로 한것은 좋은 결과가 없었습니다.하고 싶어서 한 공부는 결과가 만족스러웠죠.그러나 가끔 안스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올해 여름 방학때는 넓은 바다와 산을 좀 보여주려고 합니다.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요.
산과 바다로 가신다니 진현이가 좋아 하겠어요.
저희도 지금 여름 방학 계획을 짜고 있어요. 주로 하리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려구요. 근데 주위에 제주도 못 가본 아이들이 없는 거예요. 거기다 학기 중에 갖다오면서 제주 감귤 초콜릿을 나눠주니 애들은 그 초콜릿 나눠주는 게 더 부러운가봐요. (참고로 전 제주도 가도 감귤 초콜릿 안 사옵니다. 거기도 인공 향료 들었거든요.^^ 생 귤은 사오면 좀 보내 드릴게요 ㅎ ㅎ )그래서 이번엔 제주도를 가려구요. 근데 제가요, 좀 짠순이거든요. 웬만해선 책도 잘 안사요. 소장 가치가 있겠다 싶은 책만 고민고민 하다가 사요. 근데 이번에 제주도 여행과 오토캠핑에 대한 책을 4권 팍 샀어요. 우찌됐든 제주로 뜨려구요. 비행기는 내년에 타려구 남겨 놓고요, 올해는 배타고 가려구요. 가능하면 텐트치고 가능하면 걸어서 가능하면 느리게 가능하면 아껴서 갖다 오려구 해요.
꼭 하고 싶은 일, 제주가 아니면 안되는 일만 하려구요.
첫째, 백록담 보고오기. 둘째, 스킨스쿠버 체험하기. 셋째, 마라도 가 보기. 넷째,말 방복장 보기. 다섯째, 바다에서 맘껏 놀기. 끝으로 맛있는 순대국 먹어보기.
ㅎ ㅎ 제일 끝에 것은 저를 위한 것입니다. 회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서는 자리물회 한 그릇으로 대신하려구요.
좋은 박물관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다지만 그렇게 욕심내면 못 갈 것 같아서요. 다 빼고 자연과 관련된 체험들에 촛점을 맞추려 합니다.
혹시 제주 여행서 필요하시면 빌려 드릴게요. 저는 얻고자 하는 정보는 거의 다 봤거든요.
아침에 정신없이 학교 보내다 보니 한국화부 준비물 빼먹었습니다. 지금 갖다 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