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돼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0/07 샬롯의 거미줄 - 거미와 돼지의 우정

<샬롯의 거미줄>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내 아이는 나의 거울이다. 내가 바로 해야 내 아이도 바로 할 수 있다. 내가 웃어야 아이도 웃는다. 아이가 감동 깊게 책을 읽게 하고 싶다면 내가 책을 읽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샬롯의 거미줄>을 읽게 하고 싶다면 내가 샬롯의 거미줄을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애들 책을 어른이 읽어서 뭐 감동스럽겠냐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천만의 말씀. 어덜 땐 아이들이 이걸 이해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깊은 이야기가 나온다. 때론 어른인 나를 깨우치는 내용이 나오고 때론 나를 울게 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너무 아름다운 표현이 나와서 메모를 하게도 하고 작가들의 삶의 철학이 베어나는 깊이를 느끼게 하는 책들도 있다. 아이들 책을 부모가 같이 읽는 것은 절대 시간낭비가 아니다. 민사고를 어떻게 보내냐는 둥 과고를 보내려면 초등학교시절부터 어떻게 학습시켜야 한다는 둥의 내용의 책을 불을 켜고 볼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읽다 말은 동화를 같이 읽고 엄마가 읽어 봤더니 정말 재밌더라는 동류의식을 느끼게 하는 말 한마디가 아이를 진정한 독서의 길로 가게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부모의 마음도 크는 것이리라.

-윌버는 이 끔찍한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


<샬롯의 거미줄>의 한 부분이다. 끔찍한 외로움. 작가는 윌버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다. 과연 아이들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아이들도 가끔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심심함이나 지루하다는 감정의 적극적인 표현일 수 있다. 반면 어른이 느끼는 외로움은 상실이나 허무함을 동반한 괴로움일 수 있다. 아이와 부모가 서로 이해 할 수 없는 감정을 한번 섞어 본다면 혹시 윌버가 느끼는 외로움을 제대로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감저의 교류를 통해 부모는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는 부모를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 마음으로 샬롯의 다음 대화를 읽으면 윌버와 샬롯의 만남이 얼마나 극적이고 진실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극적’ 요소와 ‘진실’의 만남으로 <샬롯! 의 거미줄>은 정교하게 짜여있다.


-친구를 원하니, 윌버? 내가 내 친구가 되어 줄게.-

윌버와 샬롯은 그렇게 만났다.


샬롯은 그렇게 윌버에게 다가갔다. 아무 조건도 없이 한 영혼이 한 영혼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래서 샬롯은  윌버를 위해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된다.  신비로운 우정의 힘!


-윌버는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나는 근사하지 않아, 샬롯. 난 그냥 보통 돼지야.”

샬롯이 부드럽게 대꾸했다.

“나한테는 네가 근사한 돼지야. 바로 그게 중요한 거야. 너는 나의 가장 친한 벗이고, 나한테는 네가 놀라워.”


-윌버는 우정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뿌듯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맞다.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중요한 사람이 친구라 하지 않던가. 나이가 들고 외로움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윌버의 마음에 동감을 표할 것이다. 오늘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말해보는 거다.

“윌버가 그러는데, 세상에서 가장 가슴 뿌듯한 것이 우정이래....”


<샬롯의 거미줄>의 작가는 아마도 거미를 오래 관찰한 사람일 것이다. 거미의 몸놀림을 표현하는 부분이 그렇고 거미의 부화를 얘기하는 부분이 그런 오랜 관찰을 느끼게 한다.


-윌버는 겨울이 끝나고 새끼 거미들이 나오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무언가 일어나거나 부화되기를 기다릴 때에, 삶은 언제나 풍요롭고 차분한 시간이 된다.


-새끼 거미들은 따뜻한 상승기류를 느꼈다. 그 거미는 거꾸로 서서, 방적돌기를 공중으로 향하게 하더니, 고운 비단실을 구름처럼 뽑아 냈다. 그 비단실은 풍선이 되었다. 윌버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끼 거미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거미들의 부화를 따뜻한 가슴으로 바라보며 숨죽이고 앉아있을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샬롯의 거미줄>에서 흥미로운 것은 샬롯이 윌버에게 간단명료하게 단어의 뜻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아마 샬롯은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언어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필생의 역작’ 이니 ‘가엾은 대물림’ 이니 ‘다재다능하다’ 와 같은 말을 넣어 짧은 글짓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아니면 아예 사전찾기 놀이를 해도 되고. 아직 우리 아이들은 한글도 못 뗀 처지라 사전찾기나 짦은 글짓기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움이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샬롯의 거미줄>을 읽게 되면 짧은 글짓기와 사전에서 단어 찾기 놀이를 꼭 해봐야 겠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