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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08 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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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식혜


홍합에 대한 이야기가 과거형의 추억이라면 가자미 식혜 이야기는 미래진행형이다. 지금부터 쭈~욱. 가자미 식혜를 완성할 때 까지 이어질 희망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친구 둘을 만나 와인 한 잔 마셨다. 집 식구들이 잘 안 먹는 것 먹어 치우는 차원에서 훈제 연여 꺼내고 (그렇게 말해도 안 섭섭한 사이), 그것만 밋밋하여 와인 한 잔씩 따랐다. 연어보다 와인보다 좋은 건 역시 친구. 이런 저런 얘기하다 ‘너 혹시 가자미 식혜 먹어 봤니?’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이다. 역시 가자미식혜는 흔치 않은 음식임에 틀림없다. 흔치 않은 귀한 음식이기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우리 나라 음식의 매력은 발효에 있다. 각종 김치, 된장을 비롯한 장류, 그리고 가자미 식혜! 요즘 난 가자미 식혜의 매력에 흠뻑 취해있다.

김치가 잘 익은 김치통은 뚜껑이 부풀어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김치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자미를 담아 놓은 통도 뚜껑이 부풀어 오른다. 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해물을 소금에 절여 삭히는 젓갈과 달리 가자미는 가자미를 양념에 버무려 발효시킨다. 기장으로 밥을 지어 가자미와 섞어 같이 발효시키는데, 살짝 절여 물기를 짠 무채를 넣고  고춧가루 마늘로 양념하여 먹는다. 기호에 따라 발효시킬 때 엿기름을 쓰기도 한다. 잘 익은 가자미는 뼈까지 몰랑몰랑하게 삭아 뼈째 먹는다. 그래서 가자미 식혜는 칼슘 보급원으로도 좋다.

생선은 회, 탕, 구이, 어포 등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다. 거기에 식혜라는 새로운 영역이 하나 추가되었다.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아 성공(?) 하면 친구들을 부르리라. 불러 안 어울릴 것 같은 화이트 와인 한 잔씩과 가자미 식혜 한 접시의 조화가 어떻게 사람을 흥건한 그리움에 젖게 하는 지 보여주리라.

그리움의 시작은 가자미 식혜. 가자미의 허물도 기장 낱알도 무의 속살도 영역 없이 넘나드는 가자미 식혜의 포용력에 안기리라. 추억의 메모장 하나씩 들고 올 친구들아, 서로의 그리움을 안아 주자꾸나!

후기 -- 작년에 선물 받은 가자미 식혜를 잘 드시기에 올 해는 직접 무 양념을 했다. 기장을 넣어 삭은 가자미가 속초에서 왔고 거기에 내가 무채를 넣고 양념을 했다. 내 입엔 맛있어 죽겠는데 시어머님이 잘 안드신다. 그래서 이유를 여쭤봤더니 작년에 선물 받은 것은 맛있었는데, 올해 건 가자미 냄새가 나서 이상하다 신다. 아하, 알겠다. 어머님은 반찬으로 드셨으니 맛을 정확히 짚으신 거고, 나는 와인 안주로 먹었으니 가자미냄새를 못 느꼈던 것이다. 와인이 가자미 냄새는 없애주고 와인 한 잔에 떠오른 추억의 향취만 전해준 탓이다. 어쩌나, 할 수 없이 이번 가자미 식혜는 와인하고만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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