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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29 읽는 것에 관하여 - 아이들 책읽기에 대한 생각
  2. 2007/03/06 노랑가방과 마틸다

서점 교육관련 코너에 보면 자신의 학습방법을 소개하거나 자신의 아이 키우는 방법에 대한이야기를 쓴 책들이 많이 있다. 어떤 것이 건 간에 잘 나가게 된 사람의 이야기거나 잘 나가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우선 부러운 감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내 아이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목차를 한번 씩 들추어 보곤 하는 데, 실은 그런 책은 한 번도 산 적이 없다.   왜냐하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관한 책을 많이 갖고 있거나 방안을 많이 알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중요한 건 아이를 위해서 얼마나 실천하느냐이다. 아니, 아이를 위해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사는 凋응보여주기 위해 빨래를 가지런히 널려고 노력하고, 반찬도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사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TV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방을 깨끗이 하려고 노력하고, 모르는 말은 사전에서 찾으려고 노력하고, 어떤 것이든 버리기 전에 뭐에 쓸까 생각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하려고 노력하고, 귀찮지만 자연 속에서 텐트치고 자려고 노력하고,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항상 책을 읽고 뭔가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 모든 것들을 내가 다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잘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자체가 교육이라는 생각에 게으르지 않으려고 또 노력한다. 노력. 그게 내 아이들에게 보여 주는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단 친구가 내게 선물해 준 <보든의 자녀 교육 이론 -웅진 출판사>이라는 책을 갖고 있는데, 영어는 어떻고 수학은 어떻고 하는 학습의 방법을 이야기 하는 책이 아니라 기본적인 뇌의 바탕을 마련하게 하는 책이라 좋다. 그리고 거기서 쓰고 있는 방법은 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한 번 씩 시도해 본 내용들이라 더 좋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이제 겨우 일곱 살인 우리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감히 교육적 성과 운운 하랴마는, 가끔 우리 아이들이 나를 더 노력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물건 포장지나 상자를 보면 그냥 버리지 않고 무조건 아이들에게 준다. 그러면 그걸로 로봇도 만들고 후드도 만들고 냉장고도 만들고 한다.  재사용을 통한 창의력 교육이다. 그리고 그 자체가 즐거우니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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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가방과 마틸다

틈틈이 초등학생용 권장도서 중 호기심 가는 책을 골라 읽고 있다. 대부분 외국 창작동화인데, 내가 초등학생 시절엔 접할 수 없던 책들이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읽으면서 이 책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나만의 방법으로 별표를 하고 있는데, 별표를 많이 주는 첫 번째 기준은 얼마나 감동적이냐이다. 감동 전에 교훈을 주려는 책들이 가끔 있는데, 그런 책은 내 기준으로는 낙제점이다. 어쩌면 나의 기준이 편협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도 감동적인 동화를 읽을 때 책읽기의 재미를 흠뻑 느끼고 그래야 다른 책도 읽어 볼까하는 마음이 동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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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것 중 <노랑 가방> -비룡소 출판사 - 과 <마틸다> -시공 주니어-가 좋았다. 특히 <노랑가방>은 주체성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해 볼 수 있는 책으로 저학년보단 고학년이 읽기를 권한다. <마틸다>는  옳지 못한 권위에 대한 도전적인 내용이고 결국 세상이 밝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통쾌하게 그리고 있다. <지각대장 존> -비룡소 출판사 - 과 함께 비교해 보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샬롯의 거미줄>- 시공 주니어-이 영화화 되어 국내에서 화재가 되고 있다. 샬롯이 열심히 거미줄 짜는 얘기를 책으로 읽었을 때는 특별한 감동이 없었는데 영화로는 어떤지 궁금하다. 그러나 내가 책으로 읽고 영화로 보고 한 것들의 대부분은 영화가 책이 주는 감동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는데, 아마도 영화는 피동적 행위이고 책읽기는 능동적 행위인데서 오는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간혹 권장도서목록을 믿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다. 평가 기준의 차이에 의한 것 말고 간혹 실수로 책을 잘못 선택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000옮김을 사야 하는데 실수로 000엮음으로 된 책을 사는 경우가 그러하다. ‘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 작가의 <도련님> 이란 책을 읽었는데 읽다가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이 정도 수준의 책을 그렇게 대단한 것으로 광고를 하다니 하며 실망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겉표지를 찬찬히 보는 순간 알았다. 000번역 또는 000옮김이 아니라 000엮음이었던 것이다.

실은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거의 금서 취급을 하는 책 중 하나가 000엮음 또는 편집부 엮음 이라고 돼 있는 책들이다. 다시 말하면 줄거리 중심으로 엮은 글로서 그런 글들은 원작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대부분 원작이 갖고 있는 웅장한 서사나 혼이 깃들어 있는 묘사는 가지치기 당하고 줄거리를 짜는 데 필요한 껍질만 남은 글들이 십중팔구다. 이렇게 껍질만 있는 책을 읽게 되면 동화나 소설을 감동적으로 읽을 수 없다. 감동을 느끼지 못하면 책에 대한 욕구가 주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서사나 묘사가 뛰어난 문학작품을 오히려 지겹게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완역된 책 고르기를 강조한다. 빨간 머리 앤도 폭풍의 언덕도 ‘논술대비 초등 세계 명작’ 운운하며 엮음으로 나온 책 말고 토씨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우리말로 옮긴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긴 글을 읽기 어린 나이라면 20 페이지짜리 외국동화를 20페이지짜리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을 보는 편이 훨씬 낫다고 본다.  

좋은 책을 읽는 목적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논술 대비가 목적이 아니다. 주객이 전도돼서 결과가 좋을 리 있겠는가?

지난 여름 휴가 길에 휴게소에서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을 싸게 팔기에 옳거니 하고 사서 읽었는데 재미있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났는데 ‘원작으로 읽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자꾸 들었다. 같이 읽은 남편도 그 점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하나 하게 된 생각.
’내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도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이나 청소년을 위한 토지는 권하지 말아야지. 차라리 조금 어 커서 성인이 된 후에 그냥 <토지>와 그냥 <장길산>을 읽으라고 해야지.

우리집 아이들 책을 여기저기서 물려 받다보니 때론 내 관점에서 보아 부적합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읽었으면 하는 생각에 얻어 갖고 온 상자에서 꺼내지 않고 쌓아두었는데, 용케도 이책 저책 꺼내서 읽어 달란다. 할 수 없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읽는데, 알리바바의 욕심쟁이 형을 도둑들이 ‘갈기갈기 찢어 죽였다.’는 표현이 나와서 순간적으로 ‘칼로 찔렀다.’로 얼버무려 읽었다. -칼로 찔려서 어떻게 됐는데? 라고 딸이 물으면 아마 의사선생님이 고쳐 주셨겠지 뭐! 라고 대답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안 물어 보더라 - 다음 장면에 토막 난 시체를 구둣방 할아버지가 꿰맸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또 어쩔 수 없이 대충 넘어가서 읽어 주는 수밖에.  아무리 동화라지만, 자기네 것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도적들 얘기는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조금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차라리 아니 읽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글쎄 ......

얼른 하리하우스를 손봐서 책들을 정리했으면 좋겠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좋은 책을 딱 꽂아놓고 이렇게 끔찍한 내용이 있는 책은 까치발을 하고도 뽑을 수 없는 곳에 꽂아두고 싶다.

세상에 좋은 책은 끝없이 많은데 책값은 비싸고 어쩌나. 벌써 여기저기 흩어져버린 아이들 세뱃돈을 다시 그러모아 새로 나온 그림책이나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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