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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05 입을 것에 관한 이야기 - 도깨비 팬티이즘
  2. 2007/01/31 지승이 아빠랑 솔농원에서...
  3. 2007/01/31 엄마! 나 무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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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것에 관한 이야기> - 도깨비 팬티이즘

도깨비 팬티는 튼튼하고 질겨서 4천년 동안 쓸 수 있다. 3천년 동안은 팬티로 나머지 천년 동안은 걸레로 쓰는 거다. 우리 아이들 옷도 도깨비 팬티만큼 질기게 입고 있다. 물려 입고 입다가 흰색이 누렇게 되면 천연염색해서 다시 입고 그래도 작아지면 친척 동생 물려주고, 물려주기 어려운 옷은 잘라서 형겊으로 재사용한다. 무엇이든 뚝딱뚝딱 나오게 하는 도깨비들도 팬티 하나를 4천년 입는데, 도깨비 방망이도 없이 자꾸 소모하기만 하는 인간임에랴. 얼마나 아껴야 할지 알 노릇이다.


빈티즘 우리 아이들

세련되면서 좀 색다르고 약간 촌스런기운을 살짝 풍기면서 예스럽기도 한 인테리어 경항을 빈티즘이라 한다나?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 웬 빈티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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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의 빈티즘이란 ‘빈(가난한) 티가 줄줄 나는’의 빈티즘이다. 하긴 앞의 것과 예스럽다는 공통점은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 옷에도 유행이 있는 데 늘 물려 입는 옷이다 보니 유행에 뒤쳐지고 예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입는 옷이 가장 좋은 옷이라고 누누이 강조 해온 바 아직까진 우리 아이들이 물려 입는 옷 싫다는 투정을 부릴 줄 모르니 에미 마음에 다행이다 싶다가도 정말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딸아이에겐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어쩌다 새 옷을 한 벌 사서 입혀 볼라치면  우리 딸 질문이 이랬다.

“엄마, 이건 누가 물려준 거예요?”

어떨 땐 누가 빌려준 거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 빌려준 게 아니고 언니가 커져서 너한테 아주 준 거야라고 설명해 준다.
살다보면 가끔 헛돈이 나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애들 쫄바지도 새 걸로 팍팍 못 사주는데...’

하지만 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물려받고 물려주는 미덕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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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소 아이들 옷을 입히는 기준은 ‘편안한 옷’이다. 밖에서 화장실 가기 편하고, 놀이터에서 그네뛰기 편하고, 세탁기에 막 빨기 편하고, 너무 화려해 보이지 않는 옷. 다행히 내게 옷을 챙겨주는 사람들도 내 취향과 비슷한지 편안하게 잘 입히고 있다.

그런데 옷을 물려 입으면 좋은 진짜 멋은 아이들과 나에게 생기는 추억에 있다.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보면 이 옷은 누가 준 것. 이 옷은 누가 준 것 하고 그 ‘누구’에 해당하는 이름이 마음에 떠오른다. 그래서 생각 난 김에 안부 전화 한 통하고 정 한치 쌓고 한번 웃을 수 있다.

배냇저고리 물려 준 현진이, 새 옷 같은 옷 물려주는 소영이, 몇 년 후에 입을 수 있는 옷도 챙겨주는 나은이와 지승이 옷 물려주는 진슬이와 동용이, 아기적 공주 같은 옷 물려주던 민이. 내 아이들 사진 속에서 함께 떠오르는 이름들이다.

모두 고맙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사준 옷 중에서 가장 명품은 바로 17개월에 사서 7살이 된 지금까지 입고 있는 오리털 파카이다.

처음 사선 롱코트로, 그 다음엔 하프코트로, 이제 와서야 딱 맞는 잠바로, 아마 내년엔 조금 작은 잠바로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겨울에도 장갑 끼우고 파카 입히고 파카에 딸린 모자 씌우면 추울까 하는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으니 내 기준에선 제일이다. 올 꽃샘추위까지 다 지나가면 잘 빨았다가 늦둥이 낳은 친구에게 보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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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로 많은 것을 판단하는 사회분위기다 보니 혹 내 아이들이 빈티나는 옷차림새 때문에 제 대접을 못 받을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 옷의 본질적 기능은 신체 보호와 편안한 활동성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아이들이라 기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긴 공주님인 우리 딸을 위한 하늘하늘하고 바닥에 질질 끌리는 드레스를 위해 동대문에서 분홍 레이스 천 사다가 치마에 덧대주는 정도의 성의를 보였으니 딸도 크게 섭섭하지 않으리라 믿어본다.

내 나이 한 예닐곱 되어서였을 때 친척 동생이 입다 보내온 빨간 잠바를 엄마가 버리셨단다. 그랬더니 내가 울며 불며 부엌 아궁이에서 다시 꺼내오더란다. 왜 그랬는지, 내가 정말 그랬었는지 어렴풋하지만 아마 짐작컨대 그때도 아까워서 그랬을 성 싶다. 뭐든지 멀쩡한 걸 그냥 버리는 걸 너무 아까워하는 건 나의 천성인 듯하다.
지금은 물자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아끼는 마음이 더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함부로 버리지 않고 겉으로 꾸미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아이들로 크면 좋겠다.

“얘들아, 호랑이는 무늬가 겉에 있지만 사람의 무늬는 속에 있다는 라다크 속담이 있단다. 우린 옷으로 무늬를 나타내는 사람 말고 마음 속에 멋진 무늬를 새기고 사는 사람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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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솔농원에서 지승이와 지승이 아버님^^

나 한테는 매제가 되는 지승이 아빠는 참 자상하다. 쿠~ 나 같으면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자상한 지승이 아빠는 낭중에 참 좋은 아빠, 참 자상한 아빠, 멋진 아부지로 지윤이와 지승이에게 기억 될 것 같다. 쿠쿠~ 그래도 몰라요! 질풍노도의 시기도 아직 남았고... 그러니 고삐를 넘 풀어주면 안돼요! 적절한 간섭은 사랑이고 보약 입니다. 그렇다고 아이에 대한 과욕은 인권침해? 입니다. 부모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병들고 사회가 병드는 모습을 발견 할 때는 참 어른들이 문제 구먼... 다 큰 사람들이 어찌 저리 염치없고 사리분별 못 할까? 생각나게 하는 어른들도 참 많지만 그래도 안 그런 엄마, 아빠들이 더 많기에 이 사회가 진보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 지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지윤이 지승이 아빠는 참 좋은 사람 입니다.

화이팅! 지윤 & 지승 아부지!!!!


소구리 하우스에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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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003년도 솔농원에서 옥이와 지윤이

이 사진 보면 참 즐겁습니다. 지윤이도 힘들고 지윤이 엄마도 힘들고.... 그래서 아이들은 커가면서 독립만세를 외치는지도 모르겠지요.

지윤: 엄마!? 나 무겁지? 나도 힘들어....요.*__*
옥이: 그래 무거워 죽겠어. (마음의 소리).... 요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나. 이젠 드는 것도 힘들어 죽겠당!
지윤: 그러니깐 누가 강제로 끌고 가라고 그랬남?! 크, 나도 이젠 많이 컸다구!
옥이: 그 만좀 먹어라. 이러다가 뚱녀 되면 어떡할려구!!!
지윤: 엄만! 이게 다 엄마가 키웠잖아. 다시마 주고, 곶감 주고, 잡곡밥 먹이고, 매실차 주고, 또 뭐뭐뭐 주고... (마음의 소리) 초콜릿, 사탕, 과자, 햄버거... 등등.. 골고루 먹고 싶어요!!!
옥이: 안돼!!!!
지윤: @@~!!!

대충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을 법한 영상으로 다가오지 않나요? 쿠쿠~ 옥이도 힘들고 지윤이도 힘들고는 확실히 느끼지지 않나요?


소구리 하우스에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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