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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08 뭐든지 장난감 --살림살이 같이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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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우리집 귀염둥이 지윤이 솔농원에서 2006

뭐든지 장난감 --살림살이 같이 써요.

아이들이 보행이 자유롭기 시작하고 서람이나 여닫이 문을 열 수 있을 때쯤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곳이 바로 부엌 조리대와 개수대 하단 수납장이다. 그 수납장에는 주로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냄비 따위가 주로 들어있는데 아이들은 뭐가 신기하고 좋은지 자꾸 열어보고 물건들을 꺼내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열고 꺼내고 늘어놓는 시간은 주로 엄마가 주방에서 일를 하는 시간이다. 엄만 끊임없이 쏴 쏴 씻고 톡탁톡탁 썰고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아이는 보행기 태워놓고 가만 보고만 있으라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스테인레스 뚜껑과 숟가락이 부딪히면 어떨 땐 긴 여운을 가지 아름다운 소리가 나기도 한다. 트라이앵글과 비슷한 소리. 그리고 어떤 냄비 뚜껑은 뒤집어 놓고 돌리면 잘 돌아간다. 마치 팽이처럼. 그러니 냄비뚜껑은 훌륭한 장난감이다.

많은 양의 나물을 씻을 때 쓰는 플라스틱 바구니엔 아이가 쏙 들어가 앉아서 놀 수도 있다. 또 작은 양동이에도 두 발을 넣고 들어갈 때가 있다. 아이가 밥상에 하고 달려들어 궁여지책으로 큰 양동이에 넣어 놓기도 했는데 밑면이 좋은 양동이레서 놀다가 앞으로 코방아를 찧은 적도 있다. 그래도 또 들어가고 싶어하니 양동이에 들어가는 자체가 아이들에겐 즐거운 놀이임이 틀림 없다.

지금 막 생각났는데, 노란 플라스틱 바가지가 있었다. 생긴 것이 꼭 안전모처럼 생긴데다 크기도 아이들 머리 크기와 비슷해서 잘 쓰고 놀았었다.

부엌 살림살이를 개방한 탓인지 우리 아이들은 요리하는 놀이를 잘 한다. 요리는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행위다. 앞으로는 즉석요리가 더 넘쳐나는 시대가 되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투자해서 맛있는 요리를 하는 여유있는 삶을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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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엄마 맘은 그래도 ... 난 이런 게 좋아> -베틀 북-에 냄비 후라이팬 컵 심지어 패달 달린 쓰레기통까지 놓고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집안 가제도구의 거의 모든 것을 갖고 놀 수 있게 허락해 준다. 소꿉놀이도 사 주지 않았다. 그러나 코펠세트와 플라스틱칼, 강판과 수세미까지 진짜 실감나는 조리기구를 구성해주고 있다. 못쓰게 된 믹서기도 당연히 아이들 몫이다. 단 수납장 칼꽂이가 있는 문은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들을 때까지는 못 열도록 묶어놓았었다. 그리고 무거운 냄비는 꺼내다가 발을 찍힐까봐 미리 꺼내 주었다. 믹서기는 칼날을 빼고 주었고 강판은 잘못 만지면 아플 수도 있다는 걸 미리 알려 주었다. 또 달팽이는 입이 강판처럼 생겨서 먹이를 갉아먹는다는 걸 설명할 때 직접 당근을 강판에 갈아보게 했다. 

우리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나를 불러세운다. 그러면 이렇게 말한다.

“집에 비슷한 게 있나 찾아보자. 있으면 너희 줄게.”

경제를 생각하면 소비가 미덕일지 모르나 지구를 생각하면 절약이 미덕이다. 살림살이 중 아이들이 원하는 한 장난감으로 주다보면 절약의 지혜도 함께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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