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키즈카페'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12/06/13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는 책들 (3)
  2. 2011/02/15 엿새 째 이야기 - 고요한 물과 소용돌이 치는 물의 전기량 변화 (1)
  3. 2011/02/11 닷새 째 이야기

자녀교육에 관한 책들

같은 또래의 아이가 있으면 소통이 잘 됩니다. 엄마가 키우는 아이건 할머니가 돌보시는 아이건 아이를 사이에 둔 어른들은 나이를 떠나 친구처럼 지내게 됩니다. 말을 붙이기 어색한 사이도 아이가 끼이면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렇게 아이를 통해 더 자연스런 친구가 된 조카가 있습니다. 조카의 아이가 아홉 살, 우리 아이들이 12살. 촌수로 따진다면 저희들끼리는 5촌 아저씨 아주머니뻘 되는 사이인데, 그냥 형 누나 동생하며 친구처럼 지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하도 동생과 놀고 싶다 졸라서 조카네 집에 갔습니다. 조카네 집 마루에 책이 한 스무 권 쯤 쌓여있는데, 모두 자녀교육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몇 권을 빌려와 읽었습니다. 자녀교육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으레 느끼는 것이지만, 알고는 있는데 실천이 안 되는 ‘좋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 좋은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을 모아봅니다.

<초등학교 때 수학 꽉 잡는 법>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 한 건 교과서의 중요성입니다. 수학책과 수학 익힘책을 꽉 잡는 게 수학을 꽉 잡는 길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엄마 학교>

이 책에서는 내가 하리하우스 ‘작은학교이야기’ 캠프에서 하는 놀이들이 소개되어서 반가웠습니다.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저절로 생각해 내는 놀이가 같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놀이로 크는 우리 아이들도 아름답게 성장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비맞기 놀이’는 올 여름에 많이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주인공이 비 맞으며 노래하는 부분이라 나 또한 아이들 핑계를 대고 빗속에서 놀아보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엄마학교>에서 ‘자녀를 기르며 자녀로 인해 부모가 울 수는 있어도, 자녀가 부모 때문에 눈물짓게 해서는 안된다.’는 글쓴이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부모는 참고 인내하여 가정을 아름답게 가꿔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유태인 엄마의 영재 교육법>

아이교육에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을 이런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늘 바쁘시기 때문에 언제 어느 곳에나 계실 수는 없다. 그래서 어머니를 만드셨다.’

아이 옆에 왜 엄마가 있어야 하는 지를 일깨우는 더 좋은 경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엄마와 아이의 유대관계가 지나치다 싶을 때 ‘끼고 돈다.’는 표현을 씁니다. 더 심하면 ‘마마보이’라는 표현이로 과잉보호를 문제 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과잉보호된 아이들의 예로 ‘아인슈타인, 프로이드, 프루스트’를 들고 있습니다. 과학과 철학분야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과잉보호’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보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하려는 의지를 갖고 독립하려고 할 때 까지 아이들을 ‘과잉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r광잉보호를 해서 천재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과잉보호' 그 자체를 문제삼지 말아야 할 경우도 있다는 것에 동감해서 입니다.  

우리 아들은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 엄마 옆에 누워서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 듣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것도 비판적으로 보면 일종의 ‘과잉’에 해당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 문호 괴테도 11살까지 어머니가 동화책 읽어 주는 걸 들으며 컸다는 말을 듣고는 스스로 읽는 걸 더 좋아할 때 까지 읽어 주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괴테가 아니라 셰익스피어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학습지 광고에서 ‘과학자 에디슨의 어머니는 아들을 직접 가르쳤고, 대문호 000의 어머니는 11살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주었습니다. 당신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하며 ‘학습지를 시키는 어머니가 되라’는 광고 문구에서 얼핏 본거라 괴테였는지 셰익스피어였는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확실한 건 아이가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어도 엄마가 읽어 주는 걸 좋아한다면 읽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유태인 엄마의 영재 교육법>에서 또 하나 인상 깊은 내용은 ‘보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의 작가가 첫 월급을 타서 어머니께 선물을 사서 ‘키워주신 은혜에 감사한다’며 드렸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선물을 사양하시며 ‘네가 나한테 고마운 게 있다면 그만큼 네 자식에게 베풀어라.’ 하셨답니다. 그래서 작가는 어머니께서 베풀어주시고 가르쳐주신 대로 자식에게 베풀고 가르치고 있답니다. ‘세대 간의 진정한 보은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며 나도 내 자식을 키우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 부모들의 7가지 습관>

성공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습관을 적은 책입니다. 7가지만 하면 자녀를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는 데 누군들 하고 싶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뭔가 특별할 것 같은 습관에 관한 내용이 너무나 특별하지 않아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말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만큼 평범한 습관 하나하나가 자녀교육에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기억하려고 메모를 해 두었습니다.

학문의 목적은 성장, 성공, 공헌에 있다. 보통 부모들은 학문을 통해 ‘성공’을 이루라 합니다. 그러나 ‘공헌’할 수 있는 학문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저는 아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개인적 꿈을 이룬 성공한 사람은 많지만, 사회에 공헌하는 훌륭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보탬이 되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을 들으면 개인적 성공 후에 사회에 기여하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될 거라 믿습니다.

<자녀 성공의 key는 아버지가 쥐고 있다>

이 책은 아빠를 위해 빌려온 책인데, 아마 제목만 봤어도 아버지 역할의 무게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책에선 한자 공부를 시키기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추구>라는 책과 <명심보감>이란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맡겼습니다. 겨울방학 며칠동안 <추구>는 외우고 <명심보감>은 읽으라고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놀 시간도 부족한데 한문까지 하면 자칫 한문을 미워하는 아이들이 될까봐 염려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한문이 사랑스러워지면 <추구>도 읽고<명심보감>도 읽겠지 싶은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작은 소리로 아들을 똑똑하게 키우는 법>

책을 천천히 큰 소리로 읽게 하라는 것과 사내아이는 몸으로 배운다는 것을 메모했습니다.

<딸을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여성의 감수성이 여성을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게 하는 는 힘이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엄하게 키우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교육법이 딸들에겐 더 적합하다는 내용도 수긍이 되었습니다.

<영어, 낭독 훈련에 답이 있다>

외국어 습득에 ‘큰 소리로 읽기’가 중요함을 강조한 책입니다. 리듬을 살려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했는데, 그 중 ‘잠언’(proverbs)을 소개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수준별 영어책 목록이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자녀교육에 관한 책은 읽는다고 다 실천하는 건 아니지만, 부모로서 잘못하는 건 없나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참 교육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의미가 있습니다.

책을 돌려주며,

“아는 얘기고 쉬운 일인데 책대로 실천하긴 참 어렵지?”

하고 서로 보고 웃었습니다.

조카의 아이들도 나의 아이들도 훌륭한 사람이 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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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2/06/28 0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녀를 교육하는데 있어서 정도와 정답은 사실 의미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아이들의 교육은 그 아이에 맞춰서 이뤄질때 가장 좋은 것이죠. 눈 높이에 맞는 교육이죠. 그런데 솔바람님 얘기를 들으며 교육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모든 부분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생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만 내가 아들의 눈높이로 맞춰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생활 전반에 걸쳐 아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기 보다 내 눈높이에 아들의 수준을 맞추려는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책을 읽히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책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를 않죠. 부모의 행동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감이 됩니다. 식사를 할때 잡곡밥이 건강에 좋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잡곡밥은 소화하기 힘든 모래와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소화하기 힘든 잡곡밥을 강요하는 그런 부모가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솔바람 2012/06/28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저런 이유로 한참을 들여다 보지 못했었는데, 나그네님 방문 하신 걸 보니 반갑습니다.
    나그네님 댓글 아래에 있는 열 몇개의 장난꾸러기 댓글을 지우고 오는 길입니다.
    그 날 우리 딸은 시험공부를 하느라 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었는데, '감히' 누가 우리 딸 이름을 도용하여 장난댓글을 올린 겁니다.

    요즘 우리 딸이 '감히' 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처음엔 아이가 그 단어를 쓰는 게 재미있어 그냥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들으니 아이가 '감히' 엄두를 못내는 일들이 많아질까 하는 염려가 드는 겁니다. 그래서 말해주었습니다.
    너에게 '감히'란 없어. 넌 뭐든 할 수 있어라고.
    우리 딸이 지극히 높은 자존감을 갖고 '무엄하도다. 감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입니다.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야 상대의 인격도 높게 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고수들 끼리의 예도 자존감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하리하우스에 나그네님과 같은 고수가 계셔서 기쁩니다.

    • 나그네 2012/06/29 1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고수라니요?저는 지금도 배우고 있는 사람인걸요. 저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솔바람님께서 진정한 고수이시지요~

작년에 전기와 관련된 실험을 두 가지 했습니다. 전기 전자 분야의 전문가이신 나그네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전동기 만들기와 전기 만들기 수업을 해 주셨습니다. 그 두 수업에 전기의 양을 재는 기계를 사용하였는데, 호기심 많은 지승이가 그 기계를 너무 좋아해서 나그네님께서 선물로 주셨었습니다.  기계는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승이가 이것 저것에 흐르는 전기량을 측정해 보려 하면 고장 나지 않게 다루란 잔소리를 늘 해왔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찍 일어난 지승이가 생수병에 두개의 구멍을 뚫어놓고 실험을 하고 있는 겁니다. 뭐하냐고 물었더니 물에 있는 전기량을 측정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생수병을 흔들었다가 놓기도 하고 두 개의 생수병에 각각 구멍을 뚫어서 그 두 병에 있는 물 사이에도 전기가 흐를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물이 가만히 있을 때와 흔들어서 소용돌이 치게 했을 때 측정되는 전기량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슬그머니 딴청을 하고 있기에 생수병을 치워주고 기계는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 했습니다. 구멍 뜷린 생수병을 버릴까 하다가 다음에 또 한다면 줘야지 하고 놓아두었습니다. 이 실험으로 지승이 무엇을 알아냈는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좋은 실험도구를 갖고 자유롭게 전기량을 측정해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추억은 느닷없는 순간에 뛰쳐나와 가만 미소 짓게 하곤 합니다. 그 날 지승이가 실험용으로 쓴 생수병이 다른 생수병과 섞여버린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외갓집에서 물을 받다가 양 옆에서 분수처럼 솟아나는 물줄기를 보고 어이없어서 웃고 말았습니다.

 
오후엔 1층에 있는 도서실을 꾸몄습니다. 이모가 보내주신 조화바구니들을 책 사이에 옮겨놓으니 도서실이 훨신 밝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장난감 방으로 만들어 주었던 방에서 바닥에 깔았던 스티로폼을 걷어내고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있게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앉아서 만들어야 하는 블록 장난감들을 2층 사랑방으로 옮겨주었습니다. 장난감을 정리하다가 토머스와 기차들에 나오는 토머스 장난감을 보더니 지윤이가 말합니다.

“우리 영어 선생님 아들이 한참 토머스를 좋아할 때라고 하셨는데, 이 토머스 선생님 아들 주라고 선물로 드릴까?”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고 그 토머스를 챙겼습니다. 그런데 지윤이가 그 토머스 장난감을 갖다 드리지 않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스티커도 붙여져 있고 그런데 좋아 하실지 걱정이 되서 그런다는 겁니다. 그래서 ‘분명 좋아하실 거다, 그리고 스티커가 붙여져 있어서 더 예쁜데 맘에 걸리면 떼어서 드려라’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영어 수업이 종료된 뒤라 선생님 뵙기가 쉽지 않고 막상 드리려니 용기가 없는지 아직까지 책상위에 두고 있습니다.

언젠가 지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랑 우리 영어선생님이랑 생각이 같나 봐요. 영어 시험 보는 데 가림판이 필요 없다고 가리지 말고 보라고 하셨어요.”

“영어 선생님도 엄마랑 생각이 같나 봐요. 영어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말하게 되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사과하면 apple이라고 안 생각해도 사과를 보면 그냥 저절로 apple이 생각나게 해야 된데요. 집에서 영어 비디오 많이 보고 그러면 좋다고 하셨어요.”

‘시험 볼 때 친구가 내 것을 보지 못하게 가림판으로 가리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 같다. 내가 친구 시험지를 보지 않는 것처럼 친구도 내 시험지를 보지 않는다고 서로 믿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가림판 사용에 대해 아이들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아마 영어 선생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고 가림판 없이 시험을 보셨던 모양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 준비물에 가림판이라는 게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은 가림판을 거의 모든 선생님들께서 당연하게 사용하게 하고 계시니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누가 내 시험지를 보고 썼느니 어쨌느니 하는 시비 요인를 없앤다는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누가 내 것을 볼 지도 모른다는 ‘의심’하는 마음을 전제한 가림판이라 마음에 꺼려지던 참에 가림판 없이 시험 보라고 한 선생님이 계시다니 그 자체로 좋았습니다. 그런 선생님이라면 장난감 정리를 하다가 토머스를 좋아한다는 아기가 생각나서 드린다는 선물을 괄시할 리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윤이가 선물은 진심이 통하면 되는 거라는 가르침도 얻을 기회가 될 것 같아 꼭 보내드리려 합니다.

하리하우스 1층에 도서실을 꾸며놨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습기’입니다.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습기를 막으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지만, 땅이 갖고 있는 습기 자체를 막을 방법이 뚜렷하지 않아 우선은 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놓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여름에 사람이 없이 비워 둘 때 창문을 닫아두면 더 습해서 천연 재료로 된 것들엔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막기 힘듭니다. 그래서 자바라식 방범용 문을 설치하고 사철 문을 열어둘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힘 중에 막기 어려운 것이 ‘습’ 인 것 같습니다. 물이 솟아오르는 정도는 아니지만, 강 가 마을에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바닥에서 피어나는 습한 기운. 아이들이 더 쾌적하게 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꼭 해결해야할 하리하우스의 과제입니다.

지윤 지승은 하리하우스 1층을 꾸미는 일에 잘 협조를 해 줍니다. 책상을 같이 들자고 하면 들고, 조화 바구니를 옮기자하면 옮기고 장난감을 정리하자면 합니다. 그 모든 것이 자신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임을 알기에 더 잘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함께 꾸미는 재미가 있는 곳. 하리하우스가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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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1/04/12 0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큰 발견은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대한 과학자나 발명가의 상당수는 다른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재미나고 엉뚱한 생각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지승이가 가진 작은 호기심이 지승이에게 훌륭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원천이 될것이라 믿습니다.이번 여름엔 지난 겨울에 못했던 방음벽을 만들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측정기구도 이미 확보했구요. 아이들에게 소리에 대한 좋은 실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지난번 하리에서 만들었던 방식대로 집에서 친환경 전지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이번엔 콜라를 사용했는데 시계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다음엔 마그네슘(산과의 반응상태가 좋아서 전압을 크게 만들 수 있답니다)을 이용한 콜라전지를 만들어서 시계도 움직여 보고 전구에 불도 켜 봐야 겠습니다.

오늘은 꼭 엄마를 찾아 가야지 하고 별러서 하리 농협 앞에서 12시 33분 버스를 탔습니다.

올거라 믿고  기다리시는 데 못 가면 안 될 것 같아 꼭 간다는 약속은 안 드리고 갈 수도 있다는 운만 띠워놓았습니다. 친정 엄마를 방문하는 건 늘 이렇습니다. '갈 수도 있어요' 오늘 꼭 간다고 하면 외할아버지께서 버스정류장으로 마중을 나오실 것이기 때문에 걸어서 가려는 계획도 어긋날 수 있어서 그냥 상황 봐서 가겠다고 말씀드려놓은 것입니다. 일부러 고생 좀 해보라고 돈 내고 해병대 교육도 보내는 데 시골길 한 시간 남짓 걷는 거야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여 걸어갈 계획을 하는 것인데 외할머니는 추운데 아이들 고생한다고 걱정을 하십니다. 버스 차비를 내려고 잔돈을 준비하느라 농협에서 팥영양갱을 하나 샀습니다. 곧은터 쯤에서 기운 떨어질 때 먹으면 될 것입니다.

버스로 12분쯤 걸려 기동 정류소에 내렸습니다. 이년 전 여름 거기서부터 솔고개까지 걸어가는데 놀며 놀며 컵라면 끓여 먹으며 갈 때는  두 시간 정도 걸렸었습니다. 오늘은 추워서 걸음이 빠를 것이니 그것 보단 빨리 갈 수 있을 겁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이동형 구르마에 짐을 매었습니다. 그리고 구르마를  지승이가 끌었습니다. 밀고 끌고 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뒤쳐져 오면서도 힘들다는 애길 안합니다. 처음엔  엄마가 끌고 간다고 달라고 하여도 싫다고 하더니 한 25분 쯤 가서는 엄마에게 달랬더니 짐을 넘겨줍니다. 힘들었나보구나 생각하고 짐을 끌고 가는데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지승이가 힘들었겠구나 했습니다.
한 10분 걷다가 지윤이에게 짐을 넘겼습니다. 무거운 건 나눠들 줄 알아야 해서 지윤이에겐 곧은터 서낭당까지 의무적으로 끌고 가야한다고 책임을 주었습니다. 곧은터까지 가면 영양갱을 먹는다는 생각에 열심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날이 좋을 땐 서낭당 당산나무 그늘아래서 컵라면을 먹기도 하지만 지금은 영양갱 하나만 나눠먹으며 곧장 외갓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컵라면을 먹는 게 낭만이라 하지만 안먹을 수록 좋기 때문에 일부러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외갓집에 가서 눈썰매를 탈 생각에 빨리 가고 싶어했습니다.
곧은터에서 한 20분 걸어 앞저넘 언덕에  오르면 솔고개 마을이 한눈에 보입니다. 학강산 아래 외갓집이 따뜻하게 서있습니다. 거기서부턴 하나도 힘이 들지 않습니다. 솔고개는 다 외갓집 같기 때문입니다. 두시가 거의 다 되어 외갓집에서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바로 눈썰매를 타러 나갔습니다. 지난번에 눈썰매 타고 바지가 젖어서 내복바람으로 집에 갔던 걸 생각해서 스키바지에 여벌옷까지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지난 번 탔던 밭이 아니고 다른 밭에서 탔는데, 준비가 완벽한 만큼 오래 타라고 했는데 얼마 안타고 들어와 버립니다. 알고 보니 눈 속에 뭐 엉덩이를 찌를 만한 것들이 있는데다 지난번엔 아빠가 같이 있어줬는데 이번엔 저희끼리 타니 재미가 덜 했나 봅니다.

자고 가라는 걸 가야 한다고 했더니 갈 거면 날 밝을 때 가라고 재촉을 하십니다. 생수통에 물을 받아서 외삼촌 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다음엔 기동에서 하리까지 과방재를 넘어 걸어볼 참입니다. 과방재라고도 하고 과거재라고도 하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을 때를 골라 넘어보려 합니다. 차로 몇 분이면 될 거리를 몇 시간을  들여 걸어보는 경험이 아이들 삶에 어떤 의미로 살아날지 모르지만, 더 크면 국토횡단 같은 계획을 세울 밑거름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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