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우리 아들'에 해당되는 글 21건

  1. 2015/05/20 느낀만큼 표현한다
  2. 2014/09/16 마법에 걸린 차
  3. 2014/04/15 아들의 커튼 (1)

아들은 맛있게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아들의 오른편이 내 자리다. 나란히도 아니고 정면도 아니게 서로 다른 모서리를 끼고 앉아 밥을 먹는다. 딸은 나의 오른쪽에서 직각으로 꺾어진 모서리에 앉아 밥을 먹는다. 좌청룡 우백호의 당당함과 뿌듯함을 늘 느끼며 밥을 먹는 나는 행복하다.

 

그런 행복한 밥상머리에서 내가 아들의 숙제 이야기를 꺼냈다. 꿀맛인 듯 밥숟가락을 놀리던 아들이 감정이 상했다. 자기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나. 그러면서 혼잣말인 듯, 나 들으라는 듯 중얼거린다.

엄마는 미꾸라지야. 맑은 물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아들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다. 아들의 심리상황에 딱 맞는 너무 멋진 비유였기에 그 진지함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앞으론 아들이 기분 좋게 밥 먹을 땐 절대 숙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아들은 좋아한다. 물론 딸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한다. 그리고 셋이서 좋다고 듣고 또 들으니 자연 아빠도 익숙해한다.

아이들은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 영화를 포함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여러 곡 중 단연 뮤직 어브 더 나이트란 곡을 제일 좋아한다. 같은 곡을 영화에선 제라드 버틀러가 불렀고, 뮤지컬 10주년 기념 공연에선 또 누군가가 불렀고, 25주년 기념공연에선 라민 카림루가 불렀다. Best of voices 라는 음반에선 앤서니 월로우가 불렀다. 그 중 아들과 나는 best of voices 음반에 수록 된 앤서니 월로우가 부른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말하자면 젊은 시절 앤서니 월로우의 뮤직 어브 더 나이트를 가장 좋아한단 뜻이다. 최근에 그가 부른 노래를 들어봤는데, ! 목소리도 세월을 먹는구나 하고 절감했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목소리에도 주름을 만든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들이 젊은 날 앤서니 월로우가 부르는 노래를 이렇게 평했다.

감정이 제일 풍부해.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 같아.”

호소력 있고 현장감, 현실감이 느껴진다는 표현을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표현 하는 능력. 그건 아들이 그 노래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능력인 것이다. ! 인생에서 사랑만큼 대상을 정확히 알아내게 하는 힘이 있으랴. 콩깍지가 끼는 사랑 말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빠가 새 차를 몰고 옵니다. 아빠가 오는 어귀에 아들은 마중을 나갔습니다. 정확히 차를 마중 나갔습니다. 아이들 두 돌 때 부터 11년을 함께한 차가 더 이상 우리 가족의 애마 역할을 할 수 없어 새 차를 맞이하게 된 첫날입니다. 그렇게 좋을까! 앞치마를 벗어놓고 나도 구경을 갑니다, 정확히는 아들을 구경 갑니다.

아들이 차를 보고 한 첫마디는 이랬답니다.

이게 우리 차야? 이게 진짜 우리 차야? ”

아들을 따라 차에 탔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여기가 천국이네!”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되묻습니다.

그럼, 엄만 안 좋아요?”

 

과일과 북어포와 막걸리와 시루떡과 돗자리를 주섬주섬 챙겨서 집 근처 인적이 뜸한 큰길로 갔습니다. 옛 풍습이라 무시하긴 그렇고, 그렇다고 하자니 쑥스러운 고사를 지내러 간 겁니다. 쑥스러움을 없애려고, ‘이건 일종의 파티야, 즐기는 거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맘 한켠은 쑥스럽고 또 한켠은 엄숙해지고...

 

차를 향해 절을 하고 바퀴에 막걸리를 붓고 하다가 그 쑥스러움을 못이긴 아빠가 말합니다.

최첨단 기계를 놓고 절을 하다니  ...”

그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최첨단에 마법을 거는 거지!.”

고사를 준비하던 내내 엄숙하고 진지하던 아들의 마음이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차는 마법에 걸린 차입니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하는 내내 안전하고 행복한 길로 이끌라는 주문에 걸린 신비한 차입니다.

 

그리고 나는 마법에 걸린 엄마입니다. 언제까지고 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법에 걸린 엄마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휘핑크림과 새우와 버섯을  듬뿍 넣은 크림 스파게티! 느끼함이 그리워서 시작하지만, 김치로 마무리 하지 않으면 안되는 크림 스파게티.
크림스파게티에  쓰고 남은 휘핑크림을 얼른 써야 되겠는데, 크림 스파게티가 먹고싶어지려면 시일이 좀 지나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날짜 지나기 전에 휘핑크림을  쓸 요량으로 생크림 만들기에 도전을 했습니다. 휘핑크림을  넣고 저을 작은 양푼 밑에 깔을 얼음을 얼려서 준비해 놓고 그 얼음이 빨리 녹지 않게 하려고 아이스 팩을 얼음이 들은 큰 양푼 밑에 깔았습니다. 설탕을 곱게 갈아서 쓰면 좋다고 해서 설탕도 갈았습니다. 휘핑크림을 담을 양푼은  냉장고에 넣었다 꺼냈고 휘핑크림도 냉동실에 5분 정도 넣었다 꺼냈습니다. 처음 해보는 생크림 만들기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젓기 시작했습니다. 핸드믹서에 달린 거품기를 사용한거라 팔이 아프지는 않았는데, 뜻밖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바로 휘핑하는 동안 크림이 사방으로 튀는 겁니다. 팥죽 쑬 때 끓는 팥죽이 튀듯 작은 크림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생크림 만드는 법 어디에도 사방으로 생크림이 튈 수 있다는 경고는 없었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난감했습니다. 그렇다고 점점 액체에서 걸죽한 크림의 형태로 바뀌는 걸 보고 크림 만들기를 중단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방으로 튀는 생크림은 주로 설겆이해서  엎어둔 그릇들로 튀었습니다. 생크림이 되어가는 건 좋지만 저 그릇들을 다시 씻어야 할 걸 생각하니 내가 괜한 짓을 하고있나 후회도 좀 되고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와서 상황을 보더니 말없이 빨래집게 두 개를 들고 왔습니다. 그러더니 그릇놓는 선반에 커튼을 쳐주고 가는 겁니다. 빨간 행주 양 끝을 빨래집게로 선반에 고정 시킨 아들의 커튼!
물론 그 커튼은 크기가 작아 선반에 엎어둔 그릇에 생크림이 튀는 걸 다 막아주진 못했습니다.그러나 나는 사방으로 튄 생크림을 닦아내는 일에 짜증을 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마음에 아들의 빨간 커튼이 드리워졌기 때문입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생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졌고,  생크림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들에 대한 추억하나도 만들어 졌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우리 아들의 힘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솔바람 2014/04/15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아들은 엄마를 '보기만 해도 줄줄 녹아내리는 버터처럼 느끼한 엄마'라고 합니다. 버터처럼 느끼한 엄마의 아들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