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새 차를 몰고 옵니다. 아빠가 오는 어귀에 아들은 마중을 나갔습니다. 정확히 차를 마중 나갔습니다. 아이들 두 돌 때 부터 11년을 함께한 차가 더 이상 우리 가족의 애마 역할을 할 수 없어 새 차를 맞이하게 된 첫날입니다. 그렇게 좋을까! 앞치마를 벗어놓고 나도 구경을 갑니다, 정확히는 아들을 구경 갑니다.
아들이 차를 보고 한 첫마디는 이랬답니다.
“이게 우리 차야? 이게 진짜 우리 차야? ”
아들을 따라 차에 탔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여기가 천국이네!”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되묻습니다.
“그럼, 엄만 안 좋아요?”
과일과 북어포와 막걸리와 시루떡과 돗자리를 주섬주섬 챙겨서 집 근처 인적이 뜸한 큰길로 갔습니다. 옛 풍습이라 무시하긴 그렇고, 그렇다고 하자니 쑥스러운 고사를 지내러 간 겁니다. 쑥스러움을 없애려고, ‘이건 일종의 파티야, 즐기는 거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맘 한켠은 쑥스럽고 또 한켠은 엄숙해지고...
차를 향해 절을 하고 바퀴에 막걸리를 붓고 하다가 그 쑥스러움을 못이긴 아빠가 말합니다.
“최첨단 기계를 놓고 절을 하다니 ...”
그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최첨단에 마법을 거는 거지!.”
고사를 준비하던 내내 엄숙하고 진지하던 아들의 마음이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차는 마법에 걸린 차입니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하는 내내 안전하고 행복한 길로 이끌라는 주문에 걸린 신비한 차입니다.
그리고 나는 마법에 걸린 엄마입니다. 언제까지고 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법에 걸린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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