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에 거는 기대

노현 교육감 당선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당선만큼의 의미가 있습니다. 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엄마로서는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러기에 새 교육감에 거는 기대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만큼이나 크고 희망찹니다.

이런 저런 말로 하기 구차한 자잘한 일들 때문에 - 그러나 내 아이들 인생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근심거리가 생길 때 혁신학교를 생각했습니다. 대안학교는 너무 나 큰 결심을 해야 하고, 교육 선진국으로의 유학은 꿈도 꿀 수 없고, 홈스쿨링을 하기엔 능력이 부족하고, 사립은 또 그대로의 장점은 있지만 역시 내가 꿈꾸는 참교육의 장은 아닐 것 같고. 이래저래 아이 둘을 공교육에 맡기고 있는 학부모로서 가장 귀가 쫑긋해지는 단어가 바로 ‘혁신학교’였습니다. 텔레비전을 전혀 보지 않고 산지가 오래되어 ‘남한산초등학교’의 이야기를 말로 잠깐 전해 들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비슷하게 운영되는 학교가 판교의 어느 초등학교와 북한산 어느 초등학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남한산초등학교로 전학을 갈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마음뿐 여건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마음 같으면 어느 부모가 ‘남한산초등학교’로 전학가지 않겠습니까.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한 것을 생각하면 요즘 부모들의 열정이야 삼십 번을 마다하겠나마는 현대사회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 그냥 저냥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혁신학교를 서울에 만들겠다고 하니 큰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합니다.

제가 거는 기대요? 크지 않습니다.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시험 성적으로 아이들이 평가 되지 않는 학교,

아이들끼리 점수로 친구를 놀리는 일이 없게 교육하는 학교,

아이들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어떠한 체벌도 언어폭력도 없는 학교.

먹을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이런 학교가 제가 꿈꾸는 학교입니다.

여름엔 조금 더워도 되고 겨울엔 좀 썰렁한 교실이어도 좋습니다. 지금의 공교육 안에 있는 학교보다 좀 불편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교육의 목적을 인성교육에 두고 있길 바랍니다.

공동체 교육과 자연친화 교육에 두고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학습 결과물이 아닌 학습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게 하는 교육에 두고 있길 바랍니다.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배우고 익히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배우는 것의 기쁨을 느끼기 전에 억지로 해야 하는 공부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사랑해서 해야 행복하고 그래야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고 자신의 발전과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 하나가 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쳐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까지 공부하란 말을 안 하고 키울 수 있는 학교. 아직 못 깨우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도 그 아이의 부모도 행복한 학교가 바로 혁신학교이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그런 혁신학교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국의 어린이, 학부모, 학교, 선생님들까지 성적 지향주의가 되게 만드는 일제고사 폐지 등의 교육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곽노현 교육감 당선자의 말대로 기초학력 부진 학생은 일제고사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한 달 안에 파악 하실 수 있는 실력을 갖고 계신 선생님들이라고 믿습니다.

교육제도 개선의 밑받침 위에 참교육을 위한 선생님들의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학부모가 있어야 합니다. 내 아이만 돋보이는 교육, 내 아이가 시험 일등인 교육이 아닌,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교육이 무엇일까 늘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있을 때 서울의 모든 학교, 아니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꿈이 이루어져서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한 서울이 되길 바랍니다.

트랙백 주소 :: http://www.harihouse.co.kr/trackback/45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나그네 2010/06/06 0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곽 교육감께 거는 기대가 큼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번에, 단시간내에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랜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렇지만 이것이 곧 시작입니다. 한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결국 바위를 깨트리는 것처럼 저는 앞으로 태어나고 자라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곽 교육감께 한표를 던졌습니다. 지금 당장 뭔가 변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서서히, 한발한발 그 꿈으로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2. 솔바람 2010/09/09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편지를 가정통신문으로 받아 왔습니다. 하나는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고 하나는 부모님들께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읽어보게 하였습니다. 다 읽고 난 딸이 '근데 시험을 줄인다는 말은 왜 없어!' 하는 겁니다. 교육감 선거 당시 이 분이 교육감이 되면 아마 시험을 덜 보게 될거라고 설명을 해서 아이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는 중인데, <체벌 전면 금지>라는 내용만 있고 시험 횟수를 줄인다는 설명이 없으니 실망했나 봅니다.
    그러나 부모인 입장에선 너무나 반가운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말하기 민망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체벌하는 경우가 종종 회자되는 교육환경에서 <학교체벌 전면 금지>를 결정하였다는 것은 희소식 중의 희소식입니다. 새학기가 되어 부모들 사이에서 오가는 선생님들에 대한 정보 중 '아이들을 때린다더라'하는 내용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기쁩니다.
    교욱감의 편지 내용 중 '학교 체벌은 학생들에게 억압과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악습입니다. 체벌 금지는 이미 109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거역할 수 없는 문명세계의 보편적인 상식입니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보편적 상식이 지켜지는 교육이 현장에서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의 교육수준은 한 단계 올라 설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무력으로 통제되는 사람이 아니라 자율의 힘을 배운 아이들이 사회로 나아갈 때 우리 사회도 더 민주적인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학부모인 나에게가 아니라 부모인 나에게 '선생님들을 향한 부모님들의 무한한 신뢰와 지원, 따뜻한 격려가 선생님들에게서 더 큰 사랑과 헌신을 끌어낼 수 있음을 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교사와 부모와 학생들이 모두 노력하여 이루어야 할 <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며할 것을 약속하며, 서울 특별시 교육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3. 나그네 2010/09/17 0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는 영국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매를 때리자는 측면보다는 매 속에 들어 있는 가르침의 사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제가 틀릴수도 있지만... 이제는 선생님의 매를 사랑의 매로써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좀 아쉽습니다. 당연히 매를 들지 않고 교육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되지만.....교육의 현실이 그럴수 있을지 좀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곽 교육감의 의견에는 동감을 합니다. 체벌을 안하는 것이 무관심에서가 아니라 진정한 교육에서 나오는 선생님의 사랑과 애정이길 바랍니다.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합니다.

  4. 최병옥 2011/09/02 0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사가 알아줄 것인데...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고 사람들은 후회와 반성으로 가슴아파했습니다.
    언론이 몰라줘도 역사가 알아줄 것인데.

    곽노현 교육감님!
    학부모로서 이땅의 교육 발전을 위해 응원합니다.
    언론은 보도할 뿐 판단은 훗날 역사가 합니다.
    절대 사퇴하지 마시고 더욱 신중하고 열정적으로 교육에 전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