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고운 우리 딸
아이들 키우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가 참 많습니다. 모든 면에서 미안한 감정이 안 생길만큼 완벽하게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지만 여건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중간고사 이후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일종의 명예회복(?)을 위해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몇 글자 안 되는 데 문제집에는 왜 이렇게 내용이 많은 것인지 그 내용을 한 번 씩 읽고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학교 갔다 와서 한 1시간 정도 쉬고 그때부터 공부를 합니다. 한 과목을 보는 데 20분에서 30분 정도 소요되고 쉬는 시간이 10분인데 (길어져서 20분씩 쉬기도 합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네 과목을 다 하려면 밤 9시가 훌쩍 넘어 못 끝내고 자는 날이 많습니다. 이런 날이 반복되다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앉으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작은 일에도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제는 가만히 딸 아들 얼굴을 보니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나 어렸을 때는 학교 숙제만 하면 땡이었고, 그나마 모든 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용했었는데, 지금 나의 아이들은 ‘20분 읽기 10분 쉬기’ 하는 식으로 보내야 하는 게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디에 몰입할 수도 없고 감질만 나는 쉬는 시간 10분. 이렇게 10분 단위로 통제 받던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얼마나 자기 주도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걱정도 되는 겁니다. 그래도 기말고사는 좀 잘 봐서 자신감을 얻게 하는 게 좋겠다 싶어 공부를 시키긴 시키는 데, 하면서 자꾸 화를 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딸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있잖아, 엄만 화가 나는 일이 많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화를 낼 수는 없잖아. 그런데 지윤이 지승이 한테는 자꾸 소리 지르고 화를 내게 돼. 미안해.”
그랬더니 딸이 이러는 겁니다.
“그럼 우리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화를 안 낼 거 아니예요!”
~~~ 아! 명쾌하고 발랄한 우리 딸~~~
지난 중간고사에서 과학을 9개 틀렸다고 놀린 아이들 코를 납작하게 해 주자는 말에 기말고사를 잘 봐도 코를 납작하게 하지는 말자고 하던 딸 지윤이!
천성이 밝고 아름다운 우리 딸 지윤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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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ㅎ
참 짧기도 한 자서전입니다.
게다가 '나'라고 일인칭으로 하지 않고 '지윤이'라고 삼인칭을 쓰고 있는 특별한 자서전입니다.
이렇게 인칭을 선택할 때 자연스레 삼인칭을 쓰게 된 건 요즘 읽고 있는 전기문의 영향때문입니다.
그리고 00년 00월에 누가 태어났다로 하지 않고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법 또한 요즘 읽고 있는 전기문의 영향입니다.
자서전과 전기문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자서전을 쓰랬더니 전기문 형식이 된 겁니다.
지금 지윤 지승이가 4학년이니 전기문을 읽기에 적당하겠다 싶어 작은학교에 있던 전기문을 서울로 갖고 왔습니다. 지윤 지승 둘 다 이번 방학 때부터 부쩍 전기문을 재미있게 읽습니다. 학교 갔다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간식 먹으며 전기문 읽는 일입니다.
많이 읽으니 저절로 전기문의 형식을 습득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웅진출판사의 웅진 위인전기 문학관은 한국위인전과 세계위인전이 한 벌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996년 중판 발행된 책이니 오래 된 책입니다. 이 책은 고종사촌 언니 오빠가 읽고 무려준 겁니다. 읽을 거리를 물려주시는 지인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유치원 때 물려받았는데, 위인전 내용 중 서양의 화형에 관한 이야기나 독립운동가들에게 행해진 참혹한 고문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어린 나이에 접하면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아 치워두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정의감과 의협심, 선악에 대한 판단 기준이 어느 정도 형성된 듯하여 읽게 하였습니다. 요즘 지승이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전기문을 많이 읽고 있는데, 일본에 대한 울분을 가끔 토로합니다. 그런 울분을 바탕으로 대일본에 대한 역사관이 형성되겠지요. 아무리 지구촌이 하나라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게 대일 관계에 대한 나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들에게 참혹한 고문을 한 일본에 대한 아들의 분개에 동감을 표해주는 겁니다.
개학을 이틀 앞두고 방학숙제라고 쓴 자서전이 너무 짧아서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개 방법이 자연스럽고 문장이 매끄러워 그 점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지윤이가 쓴 글의 전개 방법이 지금 읽고 있는 전기문의 전개 방법과 같은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많이 읽는 것이 잘 쓰는 지름길이란 것을.
'다독 다작' 중 다독이 먼저인 것도 이유가 있는 겁니다. 글쓰기 교육의 기본은 역시 많이 읽히는 겁니다.
지윤이의 자서전 잘 읽었습니다. 깜찍한 느낌이 드네요.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축구선수가 여자아이들의 꿈이 될 수 있다는게 시간의 흐름을 읽게 합니다. 열심히 해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