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공주와 친구들
오늘은 일요일 아침입니다.
영희야, 일어나렴. 오늘이 우리 겨울공주 영희 생일인데 빨리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아침 먹어야지.
‘흥’
영희는 아침부터 자기 생일인데도 뾰로통합니다. 왜냐구요? 자기 생일이 겨울인 것이 못마땅한 것이지요. 겨울공주라는 별명도 겨울이 생일이어서 생일 때나 생일이 가까워지면 겨울공주라고 부르지요.
영희는 투덜거리며 세수하고, 밥 먹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딩동...
영희야~ 친구 왔다...
현관문을 열고 보니 자기의 단짝 친구 주영이가 와 있었습니다. 주영이는 영희를 만나자마자 선물을 주면서 생일 축하해 라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미리, 지슬이, 희성이 등 3명의 친구가 왔고 선물도 주었지만 영희는 여전히 뾰로통합니다.
자, 모두들 영희 방에 들어가서 놀고 있으렴. 얘들아...
네...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모두 영희의 안내를 받으며 영희 방에 들어갑니다.. 미리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난 내 생일인 가을이 싫어...
그 말을 듣고 있던 지슬이가 말했어요.
그래? 나는 내 생일인 여름이 싫더라. 난 겨울이 좋아...
맞아, 맞아... 주영이도 신나지만 추운 겨울이 좋나 봅니다.
희성이도 한마디 합니다.
난 내 생일인 봄이 싫어. 가을이 좋아...
뾰로통해서 한마디도 안하고 있던 영희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영희가 말했어요.
난... 내... 생일인 ... 겨울이 무지무지 싫어...
영희는 어찌나 겨울이 싫었던지 이 말을 하면서 울먹거렸지요.
1분간 -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흘렀어요. 그런데 갑자기 희성이가 무릎을 탁 치며 말합니다.
아하~ 그러면 되겠구나... 얘들아 내가 하고 말하려는데 영희가 말을 뚝 끊어버렸어요.
잠깐!!! 그런데 주영아, 내가 니 생일 파티에 갔을 때는 아무 말 없이 잘 지냈었잖아. 어떻게 한거니? 참은 거니?
응.
주영이가 대답합니다.
그럼 주영아~ 니가 참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안 될까?
하고 영희가 또다시 묻습니다.
좋아...
주영이가 대답합니다.
대신 너희들은 학생이고 나는 선생님이야.
그래 좋아...
희성이도 한마디 합니다. 지슬이와 미리도 아무 말 없는 것 보니 찬성인가 봅니다.
자... 그럼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내 생일에 관한 불만을 쓰는 종이를 주겠어요. 그곳에다 불만을 적으세요.
미리--내 생일인 가을이 싫다.
희성- 봄인 내 생일이 싫다.
영희- 겨울인 내 생일이 싫다.
지슬- 여름이 싫어. (내 생일인)
와~~ 한명도 빠짐없이 불만이 있구나
하고 주영이가 말했습니다.
그럼 생일 되면 그 계절의 좋은 일만 생각하는 거야. 봄은 새해가 있는 날. 여름은 물놀이를 하고, 거을은 독서, 겨울은 눈썰매 등 이렇게 말이야.
와 주영이가 오랜만에 큰 일을 했네
하고 미리가 놀립니다.
야~~ 미리 너 정말!!
하면서도 아이들 입에서 하나 둘 웃음보가 터져나옵니다.
우리 겨울공주 영희도 오랜만에 생일을 맞아 웃어 보내요.
글- 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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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ㅎ
참 짧기도 한 자서전입니다.
게다가 '나'라고 일인칭으로 하지 않고 '지윤이'라고 삼인칭을 쓰고 있는 특별한 자서전입니다.
이렇게 인칭을 선택할 때 자연스레 삼인칭을 쓰게 된 건 요즘 읽고 있는 전기문의 영향때문입니다.
그리고 00년 00월에 누가 태어났다로 하지 않고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법 또한 요즘 읽고 있는 전기문의 영향입니다.
자서전과 전기문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자서전을 쓰랬더니 전기문 형식이 된 겁니다.
지금 지윤 지승이가 4학년이니 전기문을 읽기에 적당하겠다 싶어 작은학교에 있던 전기문을 서울로 갖고 왔습니다. 지윤 지승 둘 다 이번 방학 때부터 부쩍 전기문을 재미있게 읽습니다. 학교 갔다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간식 먹으며 전기문 읽는 일입니다.
많이 읽으니 저절로 전기문의 형식을 습득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웅진출판사의 웅진 위인전기 문학관은 한국위인전과 세계위인전이 한 벌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996년 중판 발행된 책이니 오래 된 책입니다. 이 책은 고종사촌 언니 오빠가 읽고 무려준 겁니다. 읽을 거리를 물려주시는 지인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유치원 때 물려받았는데, 위인전 내용 중 서양의 화형에 관한 이야기나 독립운동가들에게 행해진 참혹한 고문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어린 나이에 접하면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아 치워두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정의감과 의협심, 선악에 대한 판단 기준이 어느 정도 형성된 듯하여 읽게 하였습니다. 요즘 지승이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전기문을 많이 읽고 있는데, 일본에 대한 울분을 가끔 토로합니다. 그런 울분을 바탕으로 대일본에 대한 역사관이 형성되겠지요. 아무리 지구촌이 하나라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게 대일 관계에 대한 나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들에게 참혹한 고문을 한 일본에 대한 아들의 분개에 동감을 표해주는 겁니다.
개학을 이틀 앞두고 방학숙제라고 쓴 자서전이 너무 짧아서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개 방법이 자연스럽고 문장이 매끄러워 그 점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지윤이가 쓴 글의 전개 방법이 지금 읽고 있는 전기문의 전개 방법과 같은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많이 읽는 것이 잘 쓰는 지름길이란 것을.
'다독 다작' 중 다독이 먼저인 것도 이유가 있는 겁니다. 글쓰기 교육의 기본은 역시 많이 읽히는 겁니다.
지윤이의 자서전 잘 읽었습니다. 깜찍한 느낌이 드네요.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축구선수가 여자아이들의 꿈이 될 수 있다는게 시간의 흐름을 읽게 합니다. 열심히 해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