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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02/08 거미
 

2010 작은학교 이야기 겨울방학 보고서


15박 16일의 이야기


2011. 1. 8 


좀 허전하고 쓸쓸한 하루였습니다.

아빠는 서울로 가시고 지윤, 지승과 셋이 남았습니다. 떠나는 사람보다 남은 사람의 허전함이 컸습니다. 속담에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표가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시 남은 사람들의 허전함을 표현한 말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허전함을 달래주려고 저녁엔 인스턴트 고기 만두국을 쏘았습니다. 아이들은 공장에서 나온 만두를 좋아합니다. 아마도 L-글루타민산나트륨의 그 자극적인 감칠맛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의 입맛이 언제가 되어야 화학조미료의 맛을 감칠맛이 아닌 느끼함이라고 깨닫게 될까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집에서 신나게 만두를 빚게 되겠지요. 얼큰하고 개운한 김치 만두를.

오후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냈습니다.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없으니 집 안에서 아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책읽기입니다. 눈가리고 잡기나 공기내기 같은 놀이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혼자서 책을 읽습니다. 지윤인 <로테와 루이제>을 읽고 지승인 우리 몸의 기능에 대한 과학책을 읽었습니다. 지승이가 읽은 내용에 인체면역력에 대한 설명이 나왔습니다. 마이크로 파지와 T세포, 항체 등의 용어에 대해 나에게 설명을 합니다. 그래서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어야 면역력을 높이는 세포들이 힘이 세지고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마침 나의 만성중이염이 심하게 도져서 고생하던 참이라 몇 가지 약재를 넣고 끓여  마시고 있었는데, 그 맛을 보여주고 거기에 들어간 식물들이 면역력을 높이고 항체 형성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도 해 주었습니다.

약차 재료는 관동화, 대추, 진피, 삼백초입니다. 처음엔 압력밥솥에 넣고 끓였고 그것을 전기밥솥에 넣고 보온상태에서 우려내었습니다. 중이염이 단번에 가라앉으리라는 기대는 아니라도 도움은 되겠지 하는 맘으로 먹었습니다.

관동화는 머위꽃이 피기 전 꽃대를 캐서 말린 것입니다. 면역력을 높이는 귀한 약재라하여 아이들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안 먹어서 결국 내 차지가 되었습니다. 관동화 달인 물은 보리차처럼 갈색이 나는데, 맛은 쓴맛과 아린 듯 한 느낌이 동시에 나서 아이들은 안 먹습니다. 집에 프로폴리스를 비상약으로 두고 있어서 굳이 먹기 힘들어하는 관동화 달인 물을 안 먹여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 봄에도 또 캐서 말리려 합니다. 관동화 말린 것을 두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올해는 신이도 만들어 보려합니다. 하리 마당에 백목련이 한그루 있는데, 꽃이 피기 전의 복슬복슬한 꽃봉오리를 말리면 그것을 신이라 하여 그 또한 비염과 면역력 강화에 좋은 약재가 된다합니다. 관동화나 신이 둘 다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관동화든 신이든 아픈 이의 몸속에서 꽃보다 귀하게 피어나면 그 또한 아름답지 않겠나 하는 맘으로 꽃대를 꺾는 미안함을 달랩니다.

지루해진 지윤이가 공기를 해 달래서 한 판 붙었습니다. 말하자면 공기대련입니다. 그런데 지윤이 공기가 말썽을 부립니다. 그러니까 그 공기알을 잡고 지윤이가 ‘너 서울 가서 혼난다.’ 하고 말합니다. 왜 서울 가서 혼나냐고 했더니 말 안 듣는 공기를 혼내주는 장소가 서울에 있다는 겁니다. 가만 생각하니 서울 안방에 있는 삼단 서랍장 꼭대기가 말 안 듣는 공기알을 혼내주는 장소인 겁니다. 서랍장 꼭대기에 말 안 듣는 공기알을 올려놓고 손으로 밀어서 떨어뜨리는 게 공기를 벌주는 방법입니다. 공기알이야 허구한 날 허공으로 올라갔다 땅바닥으로 내려갔다 하는 게 일인데 그깟 삼단 서랍장 꼭대기에서 밀려 떨어지는 게 뭐 그리 큰 벌일까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응징’이란 단어가 떠올라 놀랐습니다.  어쨌거나 ‘한 번 더 봐준다’는 관용의 말보다 ‘혼난다’는 응징의 말을 더 많이 한 엄마의 불찰이거니 생각했습니다. 앞으론 ‘한번 더 봐준다. 더 잘 해’ 라는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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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늑대거미 꼬마거미

굴아기거미

다 똑같네.

배 끝에다 알주머니

달고 다니네.


으뜸은 염낭거미.

새끼를 보호하고

목숨을 바치네.


사람과 똑 같다,

새끼를 사랑하는 마음.


2011. 2. 7



동전 초콜릿


냠냠 맛있다. 동전 초콜릿.

한 번 먹으면 두 번 먹고 싶고

두 번 먹으면 세 번 먹고 싶네.


게임 중독처럼

초콜릿 중독을 일으키네.

얼마나 달까 시험 삼아 먹어보다가

홀라당 다 먹어버리겠네.


2011. 2. 7



학교에서 거미에 대한 내용을 배웠는데, 거미에 대해 글쓰기가 숙제랍니다. 지승이가 부르고 그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그리고 지승과 의논하여 두 군데 수정을 하였습니다.  4행과 5행을

‘배 끝에다 알주머니를

붙이고 다닌단 말이야’

라고 했는데 위와 같이 수정하였습니다. 읽을 때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를’을 삭제했고 ‘붙이고 다닌단 말이야’를 2음보로 끊어 읽을 수 있게 ‘달고 다니네’로 바꿨습니다.

10행에 새끼를 다음에 ‘진심으로’라는 꾸밈말이 있었으나 뺐습니다.  ‘진심으로’ 라는 말을 넣어 읽을 때와 빼고 읽을 때의 느낌을 비교한 후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거미를 잘 썼다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바로 동전 초콜릿이란 시를 부릅니다. 퇴고 없이 그대로 옮긴 것인데 운율도 좋고 홀라당 먹고 싶은 맘도 잘 표현되어 많이 칭찬해 주었습니다. 내친김에 공동묘지라는 제목의 시도 읊었는데, 초콜릿 이야기만큼 간절하지 않은 감정이라 느낌이 팍 안 왔습니다.  삶에서 절실한 내용이라야 적확한 표현이 술술 나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묘지. 그곳이 무서움의 원천이 아니라 이웃 사람의 마지막 쉼터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면 더 절실한 내용의 공동묘지를 쓸 수 있겠지요. 현상의 이면을 통찰하는 어른으로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11살 아들의 시를 적습니다.



공동묘지


으스스 공포 공동묘지

귀신을 만나려 해도

무서워서

낮에도 한 걸음도 못 가겠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귀신 만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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