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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20 느낀만큼 표현한다
  2. 2015/05/20 바위

아들은 맛있게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아들의 오른편이 내 자리다. 나란히도 아니고 정면도 아니게 서로 다른 모서리를 끼고 앉아 밥을 먹는다. 딸은 나의 오른쪽에서 직각으로 꺾어진 모서리에 앉아 밥을 먹는다. 좌청룡 우백호의 당당함과 뿌듯함을 늘 느끼며 밥을 먹는 나는 행복하다.

 

그런 행복한 밥상머리에서 내가 아들의 숙제 이야기를 꺼냈다. 꿀맛인 듯 밥숟가락을 놀리던 아들이 감정이 상했다. 자기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나. 그러면서 혼잣말인 듯, 나 들으라는 듯 중얼거린다.

엄마는 미꾸라지야. 맑은 물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아들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다. 아들의 심리상황에 딱 맞는 너무 멋진 비유였기에 그 진지함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앞으론 아들이 기분 좋게 밥 먹을 땐 절대 숙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아들은 좋아한다. 물론 딸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한다. 그리고 셋이서 좋다고 듣고 또 들으니 자연 아빠도 익숙해한다.

아이들은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 영화를 포함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여러 곡 중 단연 뮤직 어브 더 나이트란 곡을 제일 좋아한다. 같은 곡을 영화에선 제라드 버틀러가 불렀고, 뮤지컬 10주년 기념 공연에선 또 누군가가 불렀고, 25주년 기념공연에선 라민 카림루가 불렀다. Best of voices 라는 음반에선 앤서니 월로우가 불렀다. 그 중 아들과 나는 best of voices 음반에 수록 된 앤서니 월로우가 부른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말하자면 젊은 시절 앤서니 월로우의 뮤직 어브 더 나이트를 가장 좋아한단 뜻이다. 최근에 그가 부른 노래를 들어봤는데, ! 목소리도 세월을 먹는구나 하고 절감했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목소리에도 주름을 만든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들이 젊은 날 앤서니 월로우가 부르는 노래를 이렇게 평했다.

감정이 제일 풍부해.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 같아.”

호소력 있고 현장감, 현실감이 느껴진다는 표현을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표현 하는 능력. 그건 아들이 그 노래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능력인 것이다. ! 인생에서 사랑만큼 대상을 정확히 알아내게 하는 힘이 있으랴. 콩깍지가 끼는 사랑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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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우지승

소리 없이 커지고,

시간에 의해

소리 없이 없어지고.

보석들을 담은

보석함 돌.

어느 보석함은 비어있네.

 

 

빛을 보는 돌과

빛을 보지 못하는 돌

서로 모여 이룬

웅장하고 잔잔한 돌들의 왕국

보석들을 담은 돌들의 보석왕국.

 

서로 부딪혀라

밀어내라

깨져라

부서져라!

바위 왕국의 규칙,

죽으면 묻지 마라.

부셔지면 묻지 마라.

소리 없이 사라지고

흙과 모래가 되게....

 

2015517일 옥천 정지용 백일장에서

 

 

 

 

 

 

 

 

 

바위

우지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저기 저 큰 바위는 온몸을 치켜세우네.

 

바람이 살랑대면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벼가

고개를 제아무리 숙인들 무엇 하리.

바람이 스쳐가서

제 몸이 아무리 닳아도

꿋꿋이 서있는 바위가 있는걸.

 

나는 누군가에게는 벼여야 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꿋꿋한 바위여야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저기 저 큰 바위는 온몸을 치켜세우네.



2015
517일 옥천 정지용 백일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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