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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7 김치전 이야기
  2. 2007/04/11 비오는 날의 요리 이야기
  3. 2007/04/05 해물파전 이야기

김치전 이야기...

먹든 안 먹든 쉬어 꼬부라지든 편의점에서  산 삼각 김치든 어쨌든 한국사람 냉장고에 빠지지 않고 있는 반찬이 바로 김치다. 우리나라 식단에서 김치의 중요성이야 다시 말해 무엇하랴. 김치는 각 지방마다 가정마다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같은 재료를 갖고 해도 맛이 다른 경우는 바로 발효에 참가하는 미생물의 차이에서 나오는 데, 사람마다 다른 손맛이 있다는 말은 사람마다 다른 미생물을 키우고 있다는 뜻도 될 것 같다. 청국장도 어떤 균주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젓갈을 거의 넣지 않은 김치를 먹고 자랐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와서 김치에 넣은 젓갈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바로 작은 어머니께서 김치에 넣으신 황석어젓갈 (자꾸 빨간 밑줄이 생기는 것 보니 황석어 젓갈 이라는 말이 잘못된 것 같은데 뭘로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황새기젓갈은 맛나? 그도 아닌 모양이다. 도대체 그 젓갈의 이름은 뭘까. 집에 가서 사전 찾아 봐야지.) 때문이다. 썩어 문드러진 생선 모양에 냄새는 왜 그리 고약하던지. 결국 김치를 못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각종 젓갈이 슈퍼를 통해 대량 공급되는 시절을 맞아 어느 지역이든 젓갈을 많이 쓰게 되었고, 나의 입맛도 젓갈에 익숙해 져서 작년 김장을 담글 땐 다로 소금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젓갈로만 간을 맞추었었다. 젓갈이나 해물을 넣고 만든 김장김치는 푹 익혀 찌개를 끓이면 따로 양념을 넣! 지 않아도 감칠맛이 난다.


다시 김치 본연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늘 있는 김치이기 때문에 가장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김치찌개가 기본이고 김치 국밥, 김치 김밥, 김치 잡채, 김치 볶음밥, 그리고 김치전!


창밖에 치적 치적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릴 때, 따끈따뜬한 김치전 부쳐서 둘러 앉아 먹으면 정말 맛있다. 여러 장 부쳐놓고 먹으면 맛이 없고  한 장씩 부쳐가며 먹으면 기다리는 감질맛까지 더해져서 더 맛있는 김치전이 된다. 따끈따끈한 새 김치전이 올 때 까지 젓가락을 들고 앉아 기다리는 동안 가족끼리 한마디 더 하고 한 번 더 쳐다보면 사랑도 깊어 질 듯...


김치전을 만들자.


1. 밀가루와 익은 김치만 있으면 기본은 된 것이다.


2. 냉장고에 있는 야채 중에서 김치전에 넣어도 좋을 것들을 찾아 적당히 썰어 놓는다. 예를 들면 파나 당근 양파가 있으면 채 썰어 놓는다. 풋고추가 있으면 어슷 썰어 놓는다. 운이 좋아 냉동실에 오징어가 있으면 채 썰어 넣는다. 김치전에는 다른 해물보다 오징어가 잘 어울린다. 아이들도 오징어 골라 먹는 재미에 김치전을 배울 수 있다. 어떤 집에서는 참치 캔을 국물을 따라 버리고 반죽에 같이 섞기도 한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 좋으며. 주의할 것은 참치가 너무 가루가 되지 않게 살살 섞고 김치전의 크기도 한 입 크기로 부친다. 동그랗게 돌려 담으면 술안주로도 괜찮다.


3. 고소하게 먹고 싶으면 계란을 준비해도 좋다. 계란은 영양가도 많으니 김치전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하는 의미도 있다.


4. 위에 준비한 재료와 밀가루 반죽을  섞는다. 보통의 부침보다 조금 되게 반죽한다. 김치의 신맛에 의해 밀가루가 삭으니 그것을 고려해 약간 되게 하라는 뜻이다. 반죽 색이 너무 붉은 것이 싫으면 김치를 손으로 살짝 짜서 넣는다. 싱거우면 소금 간을 약하게 한다. 간장을 찍어 먹으면 더 맛있기 때문이다.


5. 기름을 둘러 바짝 달군 프라이팬에 준비된 재료를 넣고 숟가락으로 넓게 편다. 부침을 뒤집을 때는 거의 익었을 때 뒤집으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오는 저녁 식구들과 둘러 앉자.

TAG 김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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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요리 이야기
 

그때, 내가 어렸을 때 말이야, 60년 대 말 70년대 초. 내가 태어나서 국민 학교를 다니기 전까지의 그 세월에 이미 내 정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경험들을 다 맛보았던 것 같아. 무섭다. 기쁘다. 좋다. 사랑한다. 부럽다. 자랑스럽다 등의 감정들. 그 이후 지금까지 어린 날 느꼈던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환하면서도 온화한 햇살을 보면, 마루 끝에서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고 일어 난 예닐곱 살 아이를 어루만져 주던 그 햇살이 내 피부위로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그럴 때면 세상 근심 다 잊고 햇살 아래서 꼬박꼬박 졸고 싶어지지.


비가 오면, 그래 오늘처럼 겨울비가 오면 엄마 생각이 나지. 이제는 수식어를 붙여서 부르는 이름, 친정엄마. 엄마는 부침게를 잘 부치셨어. 프라이팬이 없던 시절 산골 마을에선 무쇠솥뚜껑을 뒤집어 삼발이 위에 절어 놓고 그 밑에 불을 때면서 부칭게를 부쳤단다. 불이 너무 세어도 안 되고 너무 약해도 안 되지. 비가 오는 날이면 공기가 눅눅해서 그런지 불이 잘 꺼졌었던 것 같아. 어떨 땐 꺼져가는 불을 살리기 위해 ‘후우욱’ 입으로 불기도 하며 부칭게를 부치셨지.


시장도 가깝지 않은 산골에서 사위 왔다고 부지런히 서둘러 정성으로 만들어 주시는 건 배추 부침게. 그런데 어쩌나. 시댁 입맛이 친정 입맛하고 많이 달라서 남편은 잘 안 먹거든. 그래도 “예, 맛있는데요.” 하는 남편을 보면 좀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고.


오늘처럼 이렇게 날이 궂은 날이면 더 생각나지. 무릎에 신경통 앓고 계시는 친정 엄마가. 그리고 또 생각나지. 엄마가 부쳐놓기가 무섭게 우르를 달라붙어 먹던 배추 부칭게. 고급스런 빈대떡 하고는 뭔가 다른 느낌이 나는 부침게 말이야.

부침게 하고 빈대떡의 차이가 뭘까? 부침게는 얇게 부치는 거고 빈대떡은 두껍게 부치는 거 아닌가.


* 부침게 : 저냐, 누름적 따위의 총칭. 부침이(X)

* 저냐 : 쇠간, 생선 따위의 고기붙이를 얇게 저민 뒤에, 가루나 달걀을 씌워 기름에 지닌 음식. 전유어 (동)

* 누름적: 달걀을 씌어 지닌 누르미. 황적(동)

* 누르미 : 화양누르미

* 화양누르미: 삶은 도라지를 짤막하게 자르고 쇠고기와 버섯을 같이 썰어서 양념하여 볶아서 꼬챙이에 꿰고 , 끝에 삼색사지를 감은 음식. 화양적(동) 황적(X)


* 빈대떡 : 녹두를 갈아서 부쳐 만든 떡. a green-been pizza

  <어문각 판 국어사전 중에서>


왜, 영영 사전을 찾을 때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하라고 하잖아. 모르는 단어의 꼬리를 물고 찾기.

어쨌든 우리가 알고 있는 전유어를 포함한 전의 총칭이 부침게고 빈대떡은 재료를 녹두로 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네. 그리고 부침게가 ‘전’ 하고도 차이가 있나봐. ‘해물전’ ‘감자전’ ‘김치전’ 이런 것들은 누름적도 아니고 저냐도 아니잖아. 아, 이런 구분은 어떤가. ‘부침게’ ‘빈대떡’ ‘전’ . 그러니까 ‘감자 빈대떡’이나 ‘파 부침’  식의 말은 틀린 것이 되겠다. 이와 사전 들추어 가며 찾은 거니까 앞으론 확실히 구분해서 써야겠다.

“비 오는데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김치전이나 부쳐서 같이 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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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해물파전


내가 ‘파전’ 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먹어본 것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그때는 배고팠던 시기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보면 한 달 용돈을 한꺼번에 탕진하기 일쑤였고,  친구들에게 인심을 팍팍 쓰느라고 한달 용돈을 탕진하게 만드는 데 ‘파전’이 한 몫을 했었다. 그런 다음부터는 맨날 라면에 떡볶이나 짜파게티로 점심을 해결했다. 어떨 때는 라면 좀 사달라는 후배들의 요구를 거절 못하는 마음 약한 선배나, 복학생들이 우리들의 점심식사였고 커피였고 술이었다. 길가 리어커에서 야채호떡을 같이 먹던 선배와 친구들은 지금은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주머니가 홀쭉해서 배고픈 시기였지만 그 시절에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건 희망을 안고 살았기 때문인 듯 하다. 누구나 다 ‘무엇’이 될 수 있었고, ‘무엇’을 할 수 있었고, ‘무엇’인가 하나씩 가슴에 품고 살았던 시기이므로 배고픔과 좌절을 연결시키지 않고 살 수 있었다. -불혹을 넘은 나이에 다시 그 시절을 생각하니 우린 그때 배고팠지만 그래도 선택받은 사람들이었단 생각이 든다. 시대에 의해 선택받은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를 위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궁금하다. 이참에 우리 학번 M T 한번 소집 해 봐!-


말했듯이 우리는 저마다 희망 하나씩을 품고 ‘무엇’인가를 위하여 애쓰던 시절의 우리는 공동의 그 ‘무엇’ 때문에 슬퍼하고 노여워하며 괴로워 아픈 밤들을 보내야 했다. 80년대 중반, 우리는 젊었고 이땅의 젊은이에겐 ‘반외세 반독재’ ‘참된 민주화’와  ‘조국의 통일’ 이라는 신성한 과업이 주어져 있었다. 정치인들이 외치는 그것이 아닌 순수의 젊음이 외치는 구호는 공허하지 않았다. 젊은 가슴들을 들끓게 했던 그 외침들은 많은 학생들을 “싸움의 현장으로 나가라‘ 했고, 많은 젊은이들이 그 속삭임을 숙명처럼 따라 학교에서 거리로 거리에서 민족의 가슴 속으로 물결을 일으켜 마침내 87년 6.10 그날을 만들었었다.


그러나 언제나, 누구나 다 그렇게 거침없는 물결이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웅큼 쥐어도 흩어져 먼지만 날리는 모래알 같기도 했고 때로는 ‘우우’ 하고 솟아났다 주저앉는 카드섹션의 무리 같기도 했다.  그렇게 고독한 날들이면 우리는 술을 마셨다. 술은 우리들의 고독을 묶어 눈물이 되게도 했고 분노가 되게도 했고 믿음이 되게도 했다. 이 사회가 우리에게 술을 권한다며 술에 빠져버리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술을 마실 땐 김치찌개나 두부부침이나 ‘파전’을 먹었다.


파인 부분보다는 밀가루인 부분이 많았던 파전은 계란을 하나 풀어서 파 위에다 끼얹어서 부쳐 나았다. 파란 파들이 가지런하고 노랗고 하얀 계란이 덧붙여져 있는 모양은 배고픈 우리를 유혹하기엔 충분했다. 파전을 먹으며 막걸리나 소주를 한 잔씩 기울이며 희망을 이야기 하건 때가 문득 너무나 그리워진다. 스무 살. 그 무한한 가능성으로 먹었던 ‘파전’을 그리움으로 다시금 먹어본다. 이번에는 그렇듯 한 해물파전이 되어서. 파전을 함께 먹었던 친구들을 불러 살아가는 얘기를 하며 먹고 싶다.



해물 파전을 부치기 위한 준비


1. 밀가루를 산다. 시중에서 파는 밀가루는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이라고 그 찰진 정도에 따라 구분되어 있지만 가정에서 구비해 놓고 이것 저것 해 먹기엔 중역분이면 적당하다. (물론 쿠키나 제빵에는 박력분이나 강력분 등으로 구분해서 써야 한다.)


2. 실파를 산다. 파 대궁이 너무 굵으면 매운맛이 강하고 부치기도 어렵다. 적당히 자란 실파를 산다.


3.해물을 준비한다. 해물은 홍합이나 굴 조갯살, 깐 새우가 있는데 제철인 것을 한두 가지 준비하면 된다. 오징어도 준비하는데 위의 모든 재료는 흐물흐물 하지 않고 탱탱한 느낌을 주는 것이 싱싱하다. 오징어는 속을 갈랐을 때 누렇게 변색된 부분이 없이 하얀 것이 좋다. 오징어 껍질에 많이 들어있는 타우린 성분과 색소는 우리 몸의 건강에 유리 한 것이니 껍질을 홀랑 벗기고 쓰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4, 계란을 준비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계란을 안 넣기도 한다. 계란은 가루를 반죽 할 때 같이 넣어 섞을 수도 있고 파전을 부티는 도중 파가 있는 부분에 끼얹기도 한다. 그러니 계란 준비는 선택사항인 것.


5. 모든 음식은 만들기 전에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상을 차릴 때 전을 어떤 접시에 담아서 상의 어디다 놓을 것인가에 대해서 미릴 생각해 두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부가 하는 일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릇의 모양에서부터 놓는 위치까지 고려하는 꼼꼼한 주부는 가사(家事) 전문가라는 프로의식을 가져도 좋다.

접시는 해물 파전으 자르지 않고 담으 수 있는 둥글고  넙적한 것이 좋다. 해물파전의 색깔이 화려하므로 접시는 무늬가 없는 얌전한 도자기가 좋다.


접시 까지 준비 되면 이제 부치면 된다.  손님 대접용 해물파전이면 해물을 넉넉히 넣는다. 간이 잘 안 맞아도 해물 맛으로 만회 할 수 있으니까  -호호호-


파는 다듬어 씻어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빼 놓는다.홍합에 붙어 있는 까칠까칠한 해초는 주방가위로 잘라 낸 후 씻는다. 굴은 딱지가 붙어 있지 않게 잘 씻어야 한다. 큰 그릇에 물을 받고 굴을 넣어 살살 흔들었다 손가락으로 살살 건져낸다. 양이 많을 땐 조리로 일거나 하여 껍질을 제거한다. 껍질 깐 조개는 해캄을 다시 시킬 수도 없고 하니 믿을 만 한 곳에서 잘 사야 한다.

글: 최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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