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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9 2010 여름 작은학교 맏형 진슬이 현곡리 냇가에서
2010 하리하우스 여름방학 맏형 진슬이

                         [사진]2010 하리하우스 여름방학 맏형 진슬이 - 1200x803

진슬이는 참 의젓하고 듬직한 어린이 입니다. 3학년 동생들 챙겨주고 배려하는 모습이 어른스러웠습니다. 진슬이 이야기는 이곳 쥔장님이 시간나는 대로 글고치기로 들려 줄 것 같습니다^^.

진슬이 이야기

친구,

그 시절 친구는 꽤나 말이 많은 편이었지. 말로서 다가가길 좋아했단 뜻이었을 거야. 아님 침묵하고 쌓아두기보다 풀어내길 좋아하는 탓도 있었겠지. 덕분에 친구 곁엔 그렇게 자신의 힘겨움을 말로 나누려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

친구.

지금의 친구도 꽤나 말이 많은 편이지. ㅎ ㅎ ‘근데 이모 있잖아요. 이모 그거 아세요?’ 하며 잠시도 쉼 없이 이야기를 하던 진슬이를 보며 친구 부부의 모습을 떠올렸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키워주고 다듬어주며 이야기로써 소통하는 부부의 모습을.

친구,

친구가 키워온 아들과 내가 키워가는 아들 딸이 함께 소통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며 참 기뻤다네. 더구나 그 형으로서 오빠로서 동생들을 대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어찌나 보기에 좋던지... 친구가 아들을 참 잘 키웠구나 싶었지. 우리 아이들도 저만큼만 붙임성 있고 저만큼만 배려심 있고 저만큼 심지 있는 모습으로 크면 좋겠다 싶었다네.

친구.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네. 이만하면 뭐 적당한 양일 것 같은데 생각하며 차린 소박한 밥상. 금방 따온 깻잎과 싱싱한 풋고추에 찬밥에 찬 물을 붓고 쌈장과 신김치로 마무리가 다 된 밥상. 둥그런 쟁반을 바닥에 놓고 부엌에 둘러앉아 늦은 저녁을 먹었지. 진슬인 엄마 이야기를 하며 깻잎에 쌈장을 찍어 먹었지. ‘우리 엄마는요, 식당에 가서 상추가 나오면요 이렇게 먼저 먹어요.’하며 젓가락으로 깻잎을 집어 쌈장을 찍어 먹었지. ‘진슬아, 진짜 맛있지, 음~~ 이모도 이런 거 너무 좋아해. 근데 진슬아, 깻잎을 쌈장에 찍어도 맛있는데 젓가락으로 쌈장을 떠서 깻잎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하며 시범을 보였지. 보통은 내 의견에 거의 동의해 주던 진슬이가 이번엔 뜻을 굽히지 않는 거야. ‘그래두요, 이모. 이렇게 먹는게 더 좋아요.’하며 서툰 젓가락질로 깻잎을 집어 쌈장그릇으로 가져가는 거야. 그래 내가 속으로만 생각했지. ‘그래, 너 알고 보니 뚝심도 있구나, 녀석 ~~~’ 그런데 그 다음이 정말 잊혀지지 않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진슬이랑 풋고추가 맵네 맛있네 하며 먹는데 진슬이 밥그릇이 어느새 다 빈 거야. 그런데 좀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해, ‘이모 밥 더 없어요?’ 하는데 미안하게도 밥이 딱 다였거든. 그래서 정말 미안한데 밥이 더 없다고 했지. 배 고프냐고, 그럼 이모 밥을 덜어줄까 물었지. 근데 괜찮다면서 밥그릇을 들고 일어서는 거야. 그러면서 그냥 물을 담아 뭐라구 뭐라구 하기에 난 대충 듣고 그러라고 했지. 밥그릇에 물을 부어 개수대에 놓겠다는 뜻으로 이해했거든. 근데 얘가 빈 그릇에 생수를 가득 부어서 도로 쟁반에 놓는 거야. 그리고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깻잎을 쌈장에 찍어 먹고 물을 먹고 하는 거야. 진슬이가 한 말을 얼른 다시 생각해 보니 ‘ 이모 그럼 그냥 물만 부어서 먹을게요.’ 하는 뜻이었던 거야. 지금까지도 그 순간의 미안함과 그 순간의 감동이 마음을 찡하게 하는 구나. 짜증내지도 않고, 속상해 하지도 않고, 너무도 천연스럽게 밥그릇에 물을 담아 먹던 아이. 진슬이.

앞으로 살면서 너를 볼 것이니 진슬이 또한 보며 살겠지. 그리고 진슬이를 볼 때마다 맹물그릇을 들고 마주앉던 진슬이의 태연자약한 모습이 떠오르겠지. 그리고 웃으며 회상하겠지. 내 속으로 생각한단다. 나이 들어 청년 진슬이가 우리 집에 오면 고봉밥을 차려 줘야지. 그리고 네가 4학년 여름방학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 해 줘야지.

친구,

친구가 잘 살아 왔음을 그 아들을 보고 알았네. 그래 더 없이 기쁜 날들이었네. 보고만 있으면 안 먹어도 배부른 아들이 되길 빌어보네. 여름의 끝자락에 웃으며 쓰네. ‘진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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