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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15 아들의 커튼 (1)

휘핑크림과 새우와 버섯을  듬뿍 넣은 크림 스파게티! 느끼함이 그리워서 시작하지만, 김치로 마무리 하지 않으면 안되는 크림 스파게티.
크림스파게티에  쓰고 남은 휘핑크림을 얼른 써야 되겠는데, 크림 스파게티가 먹고싶어지려면 시일이 좀 지나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날짜 지나기 전에 휘핑크림을  쓸 요량으로 생크림 만들기에 도전을 했습니다. 휘핑크림을  넣고 저을 작은 양푼 밑에 깔을 얼음을 얼려서 준비해 놓고 그 얼음이 빨리 녹지 않게 하려고 아이스 팩을 얼음이 들은 큰 양푼 밑에 깔았습니다. 설탕을 곱게 갈아서 쓰면 좋다고 해서 설탕도 갈았습니다. 휘핑크림을 담을 양푼은  냉장고에 넣었다 꺼냈고 휘핑크림도 냉동실에 5분 정도 넣었다 꺼냈습니다. 처음 해보는 생크림 만들기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젓기 시작했습니다. 핸드믹서에 달린 거품기를 사용한거라 팔이 아프지는 않았는데, 뜻밖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바로 휘핑하는 동안 크림이 사방으로 튀는 겁니다. 팥죽 쑬 때 끓는 팥죽이 튀듯 작은 크림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생크림 만드는 법 어디에도 사방으로 생크림이 튈 수 있다는 경고는 없었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난감했습니다. 그렇다고 점점 액체에서 걸죽한 크림의 형태로 바뀌는 걸 보고 크림 만들기를 중단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방으로 튀는 생크림은 주로 설겆이해서  엎어둔 그릇들로 튀었습니다. 생크림이 되어가는 건 좋지만 저 그릇들을 다시 씻어야 할 걸 생각하니 내가 괜한 짓을 하고있나 후회도 좀 되고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와서 상황을 보더니 말없이 빨래집게 두 개를 들고 왔습니다. 그러더니 그릇놓는 선반에 커튼을 쳐주고 가는 겁니다. 빨간 행주 양 끝을 빨래집게로 선반에 고정 시킨 아들의 커튼!
물론 그 커튼은 크기가 작아 선반에 엎어둔 그릇에 생크림이 튀는 걸 다 막아주진 못했습니다.그러나 나는 사방으로 튄 생크림을 닦아내는 일에 짜증을 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마음에 아들의 빨간 커튼이 드리워졌기 때문입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생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졌고,  생크림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들에 대한 추억하나도 만들어 졌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우리 아들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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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14/04/15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아들은 엄마를 '보기만 해도 줄줄 녹아내리는 버터처럼 느끼한 엄마'라고 합니다. 버터처럼 느끼한 엄마의 아들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