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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29 배추 포기 김치 이야기

배추 포기김치

김장김치는 겉절이와 달리 젓갈 외에 생새우를 갈아 넣기도 하고 생물 오징어를 갈거나 가늘게 채 썰어 넣기도 하고 생태를 토막 쳐 넣기도 한다. 모두 푹 삭으면 김장김치의 맛을 더해주는데, 우리 집은 주로 생새우와 생물 오징어를 넣는다. 특히 오징어가 틀어가 푹 삭으면 찌개 끓일 때 감칠맛이 난다. <식객>에 보니 한반도 북쪽 지역에서 쇠고기 육수를 넣고 김치를 담근다고도 한다. 그 물에 냉면을 말아 먹는 게 별미라는데, 김치냉장고 덕분에 지역에 관계없이 시도해 봐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식객>의 내용 중 김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참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다 싶은 식객을 보며 대부분 끄덕끄덕 하며 보았는데, 김장을 소재로 한 부분은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김장을 하는 방법이라기 보단 한 가정에서 김장이 차지하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렇다. 나도 요리는 방법보다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 허영만은 남자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와 시누올케와 여자동서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체험하지 못한 입장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와 시누올케와 여자동서들 간의 미묘한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김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김장이 가족 간의 축제가 되려면 그 가족 간의 이해와 평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만화속의 맏며느리는 남편이 실직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었고 그러니 모두를 감싸 안을 처지에 놓여있지 않았다. 더구나 맏이와 살지 않고 둘째와 살고 있는 시어머니 댁에서의 김장이 뭐 즐거우랴. 비슷한 경우의 맏며느리들은 김장을 사서 먹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런 태도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쁜 며느리고 나쁜 엄마라는 식으로 몰아붙인 이야기의 흐름을 공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친정 엄마가 김치 해주고 아프다 아프다 하는 소리 듣기 싫어서 아예 엄마를 설득해서 김치를 사서 먹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설득하는 친구도 보았다. 그 친구네는 딸이 나서서 김치를 사먹자고 주장해서 김장스트레스이나 김치의 스트레스에서 놓여난 것이다. 작가가 현대 사회에서 퇴색해가는 김장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시대풍속을 간과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간과 하는 문제점 하나. 바로 주인공 시댁 식구들에 포함되어 있는 딸이다. 맞벌이를 하며 친정에서 김장을 함께 하는 딸에 대한 시선의 문제다.

딸은 누구에게나 귀하다. 결혼을 하면 며느리라는 지위를 함께 얻는 딸. 그런 딸이 내 집에선 딸이지만 남의 집에선 며느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내 며느리는 내 며느리니까 우리 집에서 김장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내 딸은 또 내 딸이니까 우리 집에서 김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는 부모들. 내가 생각하기엔 며느리 둘과 딸 하나를 모두 데리고 김장을 가족잔치로 하려고 하는 만화 속의 부모가 바로 이런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는 부모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이 김장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식객> 이야기 중 가장 껄끄러운 부분이다. 내가 ‘제멋대로 김장’이 되더라도 스스로 혼자 해보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런 갈등을 해결 할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이 마음을 너그럽게 먹고 모두를 감싸 안는 김장을 하기 보단 각자에게 맞는 김장을 재미있게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5. 맛이 서로 어우러지는 동안에 배추를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 놓는다.

소쿠리에 배추를 담을 때는 속이 밑으로 가도록 엎어 넣는다. 그러면 물이 빨리 빠지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배추 하나를 씻어 놀 때도 머리를 써야한다. 그래야 머리가 녹슬지 않으니까. 물을 쪽 빼서 하는 김치를 원하면 배추를 먼저 씻어놓고 양념을 버무려도 된다.

6. 이제 물기가 빠진 배추에 속을 넣자.

배추 잎과 잎 사이에 속을 바르듯 넣은 후 겉에 있는 큰 잎으로 배추를 감사서 통에 넣는다. 그래야 한 포기씩 거낼 때 속이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를 접시에 담을 때는 수북이 쌓는 것 보다 한줄로 가지런히 담는 것이 좋다 모자라면 더 먹으면 되지만, 여거 사람이 같이 먹다 남은 김치는 처치 곤란이니까.

만약 김치가 너무 많아서 남을 것 같을 때는 적당하게 익은 김치를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냉동실에 보관된 익은 김치는 김치만두, 김치찌개, 김치전 등에 두루 사용 할 수 있다.  (11년 전, 1990년대 중반에는  김치냉장고가 없었다. 그래서 아마도 냉동실 운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여름 휴가 갈 때 얼은 김치는 얼음팩 역할도 해서 좋다.)  한 여름 장마철에 김치 값이 금치 값일 때 냉동실에서 김치를 꺼내 김치찌개 해 먹으면 정말 맛있다. 이런 것도 귀동냥으로 얻은 생할의 지혜!

배추김치를  그것도 포기 김치를 해 본 사람은 이제 김치에 겁나는 게 없다. 김치 독립 선언!

참, 나는 배추 안에 넣는 다는 의미로 배추 속이라고 했지만, 원칙은 배추소가 맞는 표현이다. 송편 속 재료를 송편소라고 하고 만두 재료를 만두소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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