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침 잠자리에서 뒹굴고 있을 때 책을 읽어 줍니다. 예전엔 잠자기 전에 읽어 주었는데, 요즘엔 늘 내가 먼저 잠들고 마는지라 책 읽어주는 시간이 아침 잠자리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시간 가는 게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아들은 더 듣고 싶어 하고 나도 더 읽어주고 싶은 데 등교 시간 맞춰 학교에 가야하니 말입니다. 오늘은 <백제 이야기> -창비 아동문고-를 읽었습니다. 미륵사지에 얽힌 이야기와 황룡사 9층탑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학교엔 뛰어가야 했습니다. 열심히 뛰어갔도 한 2, 3분은 늦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주 가서 보았던 분황사 석탑과, 분황사 옆에 있던 광활한 황룡사지 터에 대한 추억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운 아침이었습니다.
아침 바쁜 시간에 읽다보니 진도는 참 천천히 나갑니다. <백제 이야기>는 백제 시조 온조부터 의자왕에 이르기까지 시대 순으로 서술함을 기본으로 하되, 도미이야기와 곰나루 설화와 같은 이야기가 중간 중간 나오고, 일본으로 건너 간 백제 문화와 일본 속의 백제 마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빨리 백제를 해치우고 <고구려 이야기>와 <신라 이야기>를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하루 한 장 두 장 읽는 백제의 속도가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참 재밌게 듣습니다. 아마도 빨리 다음 것을 읽고 싶은 다급함이 없기 때문인 듯합니다. 또 백제를 백제로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듯도 합니다. 고구려 역사의 웅대함과 진취성, 광활함에 대한 동경으로 삼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나와는 달리, 백제를 <백제>로서 받아들이는 아들이기에 다급함이 없는 지도 모릅니다.
<백제 이야기>의 저자 김유진씨가 머리말에서 당부하는 말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방탕했던 의자왕과 3천이나 되는 궁녀의 끔찍한 투신으로 새겨진 백제역사에 대한 편견 없이 새롭게 백제 역사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백제는 강력한 해상국가였으며, 일본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백제관음상과 법륭사를 백제인의 기술로 만들었음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인 백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긍지를 갖게 한 <백제 이야기>를 아들과 같이 한 장 한 장 읽는 행복한 아침이 얼마간 계속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일본엘 가면 법륭사엘 들러보자 하는 내 마음에 동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로 된 백제, 고구려, 신라, 고려의 이야기까지 읽고 나서, <이야기 동학 농민 전쟁>을 읽어주려 합니다. 어떨 땐 이런 책들을 혼자서 후딱후딱 읽어치우고 <한국사 편지>와 <엄마의 역사편지> <다시 쓰는 이야기 한국사>와 <다시 쓰는 이야기 세계사> 까지 후딱후딱 읽어 치우는 아들이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들이면 아침마다 두 세장 씩 읽어주는 책읽기를 감질 난다고 마다할 수도 있는 일. 혼자 눈으로 읽는 책 보다 읽어주는 책을 더 좋아하는 아들임을 기쁘게 생각해야 것도 같습니다.
오늘 아들의 맘 속에 미륵사와 황룡사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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