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끽 학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4/17 아들과의 책읽기
  2. 2012/07/03 <백제이야기>를 읽고.
  3. 2011/05/07 <쿠오레>의 일독을 권하며. (2)

아들이 아침 잠자리에서 뒹굴고 있을 때 책을 읽어 줍니다. 예전엔 잠자기 전에 읽어 주었는데, 요즘엔 늘 내가 먼저 잠들고 마는지라 책 읽어주는 시간이 아침 잠자리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시간 가는 게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아들은 더 듣고 싶어 하고 나도 더 읽어주고 싶은 데 등교 시간 맞춰 학교에 가야하니 말입니다. 오늘은 <백제 이야기> -창비 아동문고-를 읽었습니다. 미륵사지에 얽힌 이야기와 황룡사 9층탑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학교엔 뛰어가야 했습니다. 열심히 뛰어갔도 한 2, 3분은 늦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주 가서 보았던 분황사 석탑과, 분황사 옆에 있던 광활한 황룡사지 터에 대한 추억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운 아침이었습니다.

아침 바쁜 시간에 읽다보니 진도는 참 천천히 나갑니다. <백제 이야기>는 백제 시조 온조부터 의자왕에 이르기까지 시대 순으로 서술함을 기본으로 하되, 도미이야기와 곰나루 설화와 같은 이야기가 중간 중간 나오고, 일본으로 건너 간 백제 문화와 일본 속의 백제 마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빨리 백제를 해치우고 <고구려 이야기>와 <신라 이야기>를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하루 한 장 두 장 읽는 백제의 속도가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참 재밌게 듣습니다. 아마도 빨리 다음 것을 읽고 싶은 다급함이 없기 때문인 듯합니다. 또 백제를 백제로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듯도 합니다. 고구려 역사의 웅대함과 진취성, 광활함에 대한 동경으로 삼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나와는 달리, 백제를 <백제>로서 받아들이는 아들이기에 다급함이 없는 지도 모릅니다.

<백제 이야기>의 저자 김유진씨가 머리말에서 당부하는 말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방탕했던 의자왕과 3천이나 되는 궁녀의 끔찍한 투신으로 새겨진 백제역사에 대한 편견 없이 새롭게 백제 역사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백제는 강력한 해상국가였으며, 일본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백제관음상과 법륭사를 백제인의 기술로 만들었음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인 백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긍지를 갖게 한 <백제 이야기>를 아들과 같이 한 장 한 장 읽는 행복한 아침이 얼마간 계속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일본엘 가면 법륭사엘 들러보자 하는 내 마음에 동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로 된 백제, 고구려, 신라, 고려의 이야기까지 읽고 나서, <이야기 동학 농민 전쟁>을 읽어주려 합니다. 어떨 땐 이런 책들을 혼자서 후딱후딱 읽어치우고 <한국사 편지>와 <엄마의 역사편지> <다시 쓰는 이야기 한국사>와 <다시 쓰는 이야기 세계사> 까지 후딱후딱 읽어 치우는 아들이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들이면 아침마다 두 세장 씩 읽어주는 책읽기를 감질 난다고 마다할 수도 있는 일. 혼자 눈으로 읽는 책 보다 읽어주는 책을 더 좋아하는 아들임을 기쁘게 생각해야 것도 같습니다.

오늘 아들의 맘 속에 미륵사와 황룡사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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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에 대한 따뜻한 눈길

<백제이야기>

김유진 지음 창비아동문고

그랬다. 작가의 말처럼 백제를 무시했다. 힘으로는 고구려를 당하지 못하고 술수(외교)로는 신라를 당하지 못해서 결국은 조연을 한 나라라고 생각해왔었다. 백제의 멸망을 생각함에 계백의 장렬한 죽음보다 의자왕이라는 사내의 못난 짓거리를 먼저 떠올렸다. 후백제의 역사조차 견훤과 신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칼을 겨누어 멸망하는 장면으로 기억되었다. 그러니 백제의 역사를 굳이 들추어 되새길 게 무에 있을까 싶어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작가 김유진은 백제의 시조 온조왕에서부터 마지막 의자왕에 이르기까지 줄곧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의 시선을 따라 스며들어간 백제는 민감하고 따뜻한 나라였다. 민감하여 예술이 발전하였고, 따뜻하여 일본에 선진문물을 전해주는 미덕이 있는 나라였다. 승리한 나라의 기록에 의하여 역사에 대한 편견이 생기기 전에 승리 반대편에 있었던 나라의 역사를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승리의 뒷면을 이해하는 눈이 될 것이고, 패배를 끌어안고 전진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담담히 펼치는 <백제 이야기>의 따뜻한 시선 뒤에 백제의 흔적에서 살아온 작가의 자부심과 소명의식도 느껴졌다.

<백제 이야기>를 읽고 얻은 큰 소득은 일본에 미친 백제 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자부심이다. 오오사카 히라가타시에 있는 왕인박사 묘와 도오쿄오 우에노 공원에 있는 왕인박사에 대한 비석 두 개. 일본 남향촌의 ‘백제 마을’, 그리고 백제의 기술자들이 지은 법륭사(호오류사)를 통해 백제인들의 숨결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 교과서의 ‘백제는 발달한 문화를 일본에 전해주었다.’는 짧은 내용에선 알 수 없었던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한편, 곰나루 이야기, 백제의 노래 정읍사, 아사달과 아사녀에 나오는 백제의 정서는 여리디 여린 것이어서 마음이 아팠다. 마음은 여리되 행동이 결연했던 백제 여인들. 전쟁포로가 되어 겪어야할  치욕스런 삶보다 비장한 죽음을 택한 낙화암의  흰꽃같은 여인들. 지혜로써 부부의 신의를 지켜낸 도미 부인. 배반에 상처받은 곰여인의 눈물. 남편을 기다리는 노래가 된 여인네. 아사달을 그리워하다 원혼이 된 아사녀. 모두  안타깝고 안쓰러울 뿐이다.
 
애틋함을 더하는 전설을 안고 백제를 찾아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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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권해주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음악을 권해주는 일만큼 행복한 일입니다.

몸에 좋은 차를 권하는 일만큼 행복한 일입니다.

친구를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는 일만큼 행복한 일입니다.

오랜만에 그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책을 권했습니다.

곱디고운 우리 딸에게.

그리고 말했습니다.

너희 반 친구들도 이 책을 다 읽어 봤으면 좋을텐데...

그래서 학급 홈피에 글을 올리는 건 어떻겠냐고, 그럼 반 친구들이 다 볼 수 있을 거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아직 실행하지 못했지만, 딸의 반 아이들이 <쿠오레>에 나오는 또래 아이들의 삶을 감동 깊게 받아들인다면 그 삶이 더 아름다워 질 거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조금은 식상한 단어이지만, 격정의 상황에 서면 뭉클하게 다가오는 ‘애국심’, 가난한 가정환경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친구에 대한 ‘애정’, 정의감 있는 친구에 대한 ‘존경’, 아둔함을 이겨내고 학습에 대한 열정을 다하는 친구에 대한 ‘격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마차에 뛰어 든 소년의 ‘희생’, 한 소년에게 보내는 누나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엔리코라는 한 소년의 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입니다. 애국심, 애정, 존경, 격려, 희생, 사랑......

책은 비와 같습니다.

책은 거름과 같습니다.

책은 햇볕과 같습니다.

비와 같고 거름과 같고 햇볕과 같은 책을 권합니다.

5월의 어린이 달에.

이탈리아의 데 아미치스가 쓴 <쿠오레>의 일독을 새싹들에게 권합니다.

어린이달 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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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11/05/07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번역된 동화를 살 때는 꼭 완역본을 사셔야 합니다. 그래야 글의 제맛을 알 수 있습니다.
    예쁜 에니매이션에 줄거리만 대충 끼워 엮은 책에 익숙해지면 한글자 한글자를 심사숙고하며 읽어야 하는 완역본 책을 지겨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을 읽게 하기 위해 책을 사주신다면 꼭 완역본인지, 엮음편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 나그네 2011/05/10 2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는 어린이날 선물로 아들이 원하는 레고를 사줬는데 책을 한권 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책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