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급 회장의 임무와 권한에 대한 돌아봄
아들 학교는 2학년 때부터 학급 회장을 선출했고 딸 학교는 3학년 때부터 학급 회장을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2학년 때는 학급 회장의 임무와 권한에 대한 생각을 해 볼 계기가 없었습니다. 아들이 워낙 과묵하여 학급에서 있었던 일을 일일이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급 회장이 반에서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회장이 된 아이를 부를 땐 친구끼리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회장’이란 칭호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정도를 들었습니다. 때로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도 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딸 학교에서 학급임원을 선출 한 뒤로는 회장 부회장이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좋은 소식보다는 개선의 여지가 필요한 내용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은 ‘떠드는 사람 이름 적기’입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부득이하게 선생님께서 교실을 비우시게 되는 경우 떠드는 아이 이름을 회장(옛날엔 반장이라고 불렀습니다.)이 칠판에 적었습니다. 선생님이 안 계신 동안에 일어날지도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떠드는 사람 이름 적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친구가 친구를 통제하게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비교육적인 일이 오늘날에도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까지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친구 이름을 적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욱 놀랍습니다.
요즘 그린 스티커와 옐로 스티커로 상벌을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아마도 복도에서 뛴다고 이름이 적힌 아이는 옐로 스티커를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니 ‘떠드는 사람 이름 적기’로 인해 회장이 된 친구와 갈등을 빚게 되기도 하고 회장눈치를 보는 일도 생길 겁니다.
반면 회장이 되어 친구들의 이름을 적는 역할을 하게 되면 회장의 역할이란 ‘감시와 통제’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런 감시와 통제자로서의 역할 인식이 권한과 권력이라는 이미지로 연결되어 지도자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갖게 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원은, 회장은, 대표는, 자신을 지지해 준 한 사람 한 사람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일반 학생들은 임원이, 회장이, 대표가 하는 말에 순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시키는 대로 조용히 해야 한다는 복종을 배우게 된다면 그 또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초등시절을 보낸 분께 물어보았습니다. 미국에도 초등학교에 반장이나 회장이 있냐고.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없었던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럼 선생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시는 시간엔 어떻게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항상 학생들과 같이 계시기 때문에 친구가 친구를 통제해야 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반면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도 하고 운동장에 나가 자유롭게 놀기도 한답니다. 쉬는 시간마저 ‘조용히’라는 말로 통제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안전사고 예방과 학습 분위기 유지를 위해 통제가 필요하다면 그 역할을 선생님들이 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습시간에 코가 나와서 코 풀러 갔다 오니 칠판에 이름이 적혔다고 이야기 하는 아들은 대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고, 상황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단순히 자리를 떴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을 적는 회장은 결과만 보는 마음이 은연중에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부당한 일에 복종해야하고, 현상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태도를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끄는 미래는 행복하지 못할 겁니다. 민주적이지도 못할 겁니다.
참다운 교육은, 참교육은 작은 것도 소홀하지 말아야 합니다. ‘떠드는 사람 이름 적기’에 비민주적 비교육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시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미래가 더 행복하고 민주적으로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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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초 아들이 회장을 해보고 싶다고 했을때 하지 말라고 말렸던 것이 기억 납니다. 사실 제가 학교 다닐때 반장의 역할은 단순히 선생님의 보조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반장의 임무중 하나는 교실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떠든 사람의 이름을 적고 가끔은 무력을 동원하여 교실의 질서를 잡았던 반장이 기억납니다. 이것이 70~80년도 군사정부의 잔재였음을 안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당시 학교는 학교라기 보다 군대(?)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요즘도 학교에서 회장은 70~80년대 반장이 하는 역할과 똑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했기에 아들의 회장 출마를 결사(?) 반대했습니다.이런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피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죠. 힘들고 욕먹는 회장의 위치에 아들을 세우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참다운 교육은 작은 것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이 갑니다. 이제까지 할수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현실을 받아들이려 생각을 다시금 고쳐보게 됩니다. 다음에 선생님을 만나면 이 얘기는 꼭 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