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열무김치, 얼갈이 배추김치, 파김치, 부추김치


왜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하냐고? 다 그게 그거니까 너 취향대로 골라서 하라고.

너 열무가 어떻게 생긴 건 줄 아니? 얼갈이는? 열무는 여름에 열무냉면 시키면 나오는 김치 있지? 그게 열무야. 조그만 무가 뿌리처럼 달린 거. 달랑무 어린 것 같지만 종자가 다른 것 같아. 열무를 계속 키운다고 달랑무 되는 건 아니야. (맞나? 엄마 맞죠? -이렇게 어머니께 여쭤 볼 게 있을 때 저는 행복하답니다.)  열무는 부드러운 게 좋겠지? 그러니까 키가 너무 크거나 잎이 너무 억센 것은 안 좋아.

얼갈이는 겉이나 속이나 다 파란 배추야. 물론 열무처럼 여러 포기를 묶어서 단으로 팔지. 주로 봄이나 여름에 많이 나와. 봄에 말이야 열무나 얼갈이 김치를 금방 보무려서 익기 전에 먹으면 그 풋풋한 맛이 정말 일품이지. 굳이 김치를 담지 않아도 그냥 잘게 썰어서 고추장이랑 들기름 넣고 밥 비벼 먹어도 좋고. 왜 들기름이냐고? 참기름도 괜찮아.  근데 충청도에선 들기름을 많이 써. 그리고 요샌 국산 참기름 너무 비싸잖아. 진짜배기 구하기도 힘들고. 그에 비해 들기름은 국산이라도 참기름에 비해 값이 싸고 구하기도 쉽거든. 그래서 우린 주로 들기름을 많이 먹어. 그리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엔 눈의 홍채를 건강하게 해주는 성분이 들었다고 해서 눈이 약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듬뿍 듬뿍 넣어 먹는단다. 반찬 없을 땐 들기름에 진간장 넣고 비벼주면 아주 잘 먹어. 이렇게 비벼서 치즈 싸서 먹기도 하고. 또 사설이 길어졌네. 있지, 나이 들면서 자꾸 얘기가 딴 데로 새고 한 번 새면 원래 어디서 출발했는지 헷갈리고 그래. 농담으로는 치매 초기네 어쨌네 하지만 아마 살면서 겪는 일들이 늘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 나이 들면서 친구가 더 소중해진다고 하잖아. 그 이유는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또 해도 언제나 새로운 얘기처럼 들어주는 사람이 바로 친구이기 때문인 것 같아. 친구야. 우리 나이 들면 같이 모여 살자. 가까운 데 말이야. <도서관>- 시공 주니어 -에 나오는 그 친구들은 책장을  넘기고 넘기고 또 넘기면서 같이 살더라. 우린 이야기를 나누고 나누고 또 나누며 살자. 그런 생각을 하니 내 입에 저절로 웃음이 떠오른다. 남편들은? 우리가 수다 떠는 동안 차나 따르고 있으라지 뭐.

다시 김치 얘기-

파김치나 부추김치도 가끔 해 먹으면 좋지. 특히 부추는 철분이 많이 들었다지? 몸이 찬 사람이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해 주기도 한다더라. 파김치나 부추김치는 금방 막 버무렸을 때도 좋지만, 푹 익었을 때도 좋지. 적당히 익은 부추김치는 고추장 조금 넣고 국수 비벼먹어도 좋지.

아, 중요한 거 어떻게 하냐고? 간단해. 소금에 살짝 절여서 준비한 열무나 얼갈이는 달랑무김치 양념 알지? 그 양념 그대로 넣고 하면 돼. 열무나 얼갈이는 금방 버무린 산뜻한 맛이 좋지.

파김치나 부추김치는 절일 필요가 없어. 몇 센티미터 크기로 썰어야 한다는 것도 필요 없어. 그냥 하면 되니까. 또 파나 부추를 양념으로 넣을 필요가 없구. 그리고 풀도 안 끓여 넣어도 괜찮아. 어때 파김치 정말 쉽지?

참, 너 혹시 파김치를 대파로 하는 건 아니겠지? 실파로 하는 거야. 파에는 대파 쪽파, 실파가 있어. 대파는 주로 국이나 반찬에 양념으로 썰어 넣는 거야. 쪽파나 실파는 거의 비슷하게 생겼어. 그런데 뿌리 부분이 굵고 통통하면 쪽파라 하고 뿌리도 가늘고 날씬한 것을 실파라 하더라.

경험이 스승이라지? 혹시 맛이 없어도 걱정 하지 마. 김치란 김치는 푹 익으면 다 맛있더라. 내가 한번은 열무 김치를 담았는데 너무 짠 거야. 원래는 물김치가 아니었는데 짠 거를 만회하느라고 2리터짜리 생수 한 3병은 넣었나봐. 거의 물김치 수준이 되었지.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냉장고에서 한 한달 넘게 익었나봐. 먹어 보니 너무 맛있는 거 있지. 정말 옛말대로 대문 닫아놓고 먹어야 할 정도로 맛있는 거야. 그래서 김치에 대한 신조 하나 생겼지. ‘김치는 푹 익으면 다 맛있다.’  그러니 어떤 것이든 걱정 말고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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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달랑무, 총각김치

그럼 이젠 달랑무김치를 해볼까? 일명 총각김치 말이야. 뜨거운 밥이나 칼국수 끓여서 알맞게 익은 달랑무김치를 사각 사각 베먹는 맛. 정말 끝내주지. 그런데 하나 미리 생각할 것은 달랑무는 그렇게 맛있게 익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야. 그러니까 달랑무김치를 담글 때는 먹으려고 하는 날보다 일찍 담가야 한다는 거야. 맹숭맹숭한 달랑이 김치. 정말 싫어. 하긴 연세 드신 분들은 덜 익어서 매운 무 맛이 약간 남은 달랑무김치를 더 좋아하시더라. 입맛도 나이 따라 가나봐. 그러니 대접할 분의 연세를 생각해서 알맞게 익히는 것도 중요해.


1. 맛있는 달랑무를 고르는 게 우선.


달랑무는 알타리무라고도 하는 데 잎이 부드럽고 무의 크기가 적당해야 한다. 무가 너무 작으면 김치가 모양새가 없고, 너무 크면 속이 비었을 수가 있거든. 세로로 반 갈랐을 때 보기 좋을 정도의 크기를 사면 된다. 가뭄 끝에 주로 채소가 질겨지고 맛이 떨어지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람도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심성이 착해지는 것처럼, 채소도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제 맛이 나는 모양이야. 딸기를 살 때처럼 달랑무를 하나 먹어보고 살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이렇게 사람을 믿고 고르지.

“ 요즘 달랑무 맛있어요?”

어떨 땐 ‘요새 달랑무 다 그래요. 좀 더 있어야 맛있지.’ 하실 때도 있지. ‘예. 요새 달랑무 맛있을 때여요.’하시면 생강 조금 끼워달라고 해서 사 갖고 오지.


2. 양념을 준비하자


달랑무도 배추김치 양념과 같아. 단 무채를 넣지 않으리란 건 짐작할 수 있지? 또 다른 건 양념으로 쪽파나 대파는 넣지만 부추는 안 넣는다는 거야. 쪽파의 길이는 5센티미터 정도 썰어도 되고 아니면 아예 긴 쪽파를 그대로 사용해도 된단다. 대부분 양념의 길이는 주 재료의 길이와 비슷하게 하면 되는 거야. 달랑무가 길쭉하니까 길쭉한 쪽파를 그 길이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는 거지. 풀 끓이는 방법도 배추김치와 같아.

3. 달랑무를 절이자.

달랑무를 수세미로 문질러 씻는 거야. 이파리 끝부분이 누렇게 된 것이 많으니까 조금씩 잘라내면 돼. 그리고 무와 잎이 연결되는 부분을 특히 잘 씻어야 해 무에 달린 잔 뿌리도 칼로 떼어내고. 요즘은 달랑무 껍질을 아주 깎아서 깨끗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걸  사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아. 무의 껍질에 영양소가 많대. 사과도 껍질에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은 것처럼. 하긴 요즘 대부분 맞벌인데, 껍질 깐 달랑무라도 사서 직접 해먹으면 그게 어디니?

두 세 번 씻은 후 소금에 절이는 거야. 절인 후 씻으면 잎도 잘 안 떨어지고 좋아. 달랑무를 한 켜 깔고 소금 뿌리고, 또 한 켜 깔고 소금 뿌리는 식으로 하면 돼. 그리고 달랑무는 이파리 부분만 절여지면 돼. 그러니까 생각보다 빨리 절여진단다.


3. 풀 끓이기

달랑무를 절여놓고 얼른 풀을 끓여야지. 무에서 물이 나오니까 풀은 많이 끓이지 않
아도 돼. 풀을 빨리 식히려면 양념해서 버무릴 큰 그릇에 옮겨 놓던지, 아니면 풀을 끓은 냄비를 물에 담궈놔. 양파를 갈아 넣은 김치가 입에 맞았으면 달랑무에도 갈아 넣어.


4.  양념 준비

액젓에 고춧가루를 미리 풀어 불려 놓는다. 달랑무를 씻기 전 식은 풀과 마늘 생강 파와 액젖 불린 것을 섞어 양념이 고루 섞이게 준비해 놓자.


5. 절이기

잎은 짭짤하고 무는 손으로 잡고 휘어봐서 똑 부러지지 않고 좀 휘어진다는 느낌이 들거나 아니면 맹탕이 아니다 싶을 정도만 되면 절여진 거야. 자, 씻어서 소쿠리에 잠깐 받쳐 놔. 한 5분 정도면 충분해.


6.먹어보며 간 하기

 이제 양념과 달랑무를 잘 섞으면 끝이야. 물론 먹어 보고 모자라는 양념은 더 넣어야지. 얼만큼 넣냐고? 지난번에 말했잖아. 맛있을 때 까지 넣는다고. 나의 이런 방법을 누가 뭐라고 하년 난 할말있어.

“고추장 3 스푼 마늘 한 스푼, 이런 식으로 하면 실패는 안하겠지만 나만의 맛은 낼 수 없어요. 먹어보고 맛있을 때 까지 넣다보면 나만의 방법이 생깁니다.”

약간 맛이 들었을 때 냉장고에 넣어놓으면 되. 생각만 해도 맛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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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포기김치

김장김치는 겉절이와 달리 젓갈 외에 생새우를 갈아 넣기도 하고 생물 오징어를 갈거나 가늘게 채 썰어 넣기도 하고 생태를 토막 쳐 넣기도 한다. 모두 푹 삭으면 김장김치의 맛을 더해주는데, 우리 집은 주로 생새우와 생물 오징어를 넣는다. 특히 오징어가 틀어가 푹 삭으면 찌개 끓일 때 감칠맛이 난다. <식객>에 보니 한반도 북쪽 지역에서 쇠고기 육수를 넣고 김치를 담근다고도 한다. 그 물에 냉면을 말아 먹는 게 별미라는데, 김치냉장고 덕분에 지역에 관계없이 시도해 봐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식객>의 내용 중 김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참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다 싶은 식객을 보며 대부분 끄덕끄덕 하며 보았는데, 김장을 소재로 한 부분은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김장을 하는 방법이라기 보단 한 가정에서 김장이 차지하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렇다. 나도 요리는 방법보다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 허영만은 남자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와 시누올케와 여자동서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체험하지 못한 입장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와 시누올케와 여자동서들 간의 미묘한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김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김장이 가족 간의 축제가 되려면 그 가족 간의 이해와 평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만화속의 맏며느리는 남편이 실직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었고 그러니 모두를 감싸 안을 처지에 놓여있지 않았다. 더구나 맏이와 살지 않고 둘째와 살고 있는 시어머니 댁에서의 김장이 뭐 즐거우랴. 비슷한 경우의 맏며느리들은 김장을 사서 먹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런 태도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쁜 며느리고 나쁜 엄마라는 식으로 몰아붙인 이야기의 흐름을 공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친정 엄마가 김치 해주고 아프다 아프다 하는 소리 듣기 싫어서 아예 엄마를 설득해서 김치를 사서 먹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설득하는 친구도 보았다. 그 친구네는 딸이 나서서 김치를 사먹자고 주장해서 김장스트레스이나 김치의 스트레스에서 놓여난 것이다. 작가가 현대 사회에서 퇴색해가는 김장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시대풍속을 간과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간과 하는 문제점 하나. 바로 주인공 시댁 식구들에 포함되어 있는 딸이다. 맞벌이를 하며 친정에서 김장을 함께 하는 딸에 대한 시선의 문제다.

딸은 누구에게나 귀하다. 결혼을 하면 며느리라는 지위를 함께 얻는 딸. 그런 딸이 내 집에선 딸이지만 남의 집에선 며느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내 며느리는 내 며느리니까 우리 집에서 김장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내 딸은 또 내 딸이니까 우리 집에서 김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는 부모들. 내가 생각하기엔 며느리 둘과 딸 하나를 모두 데리고 김장을 가족잔치로 하려고 하는 만화 속의 부모가 바로 이런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는 부모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이 김장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식객> 이야기 중 가장 껄끄러운 부분이다. 내가 ‘제멋대로 김장’이 되더라도 스스로 혼자 해보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런 갈등을 해결 할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이 마음을 너그럽게 먹고 모두를 감싸 안는 김장을 하기 보단 각자에게 맞는 김장을 재미있게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5. 맛이 서로 어우러지는 동안에 배추를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 놓는다.

소쿠리에 배추를 담을 때는 속이 밑으로 가도록 엎어 넣는다. 그러면 물이 빨리 빠지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배추 하나를 씻어 놀 때도 머리를 써야한다. 그래야 머리가 녹슬지 않으니까. 물을 쪽 빼서 하는 김치를 원하면 배추를 먼저 씻어놓고 양념을 버무려도 된다.

6. 이제 물기가 빠진 배추에 속을 넣자.

배추 잎과 잎 사이에 속을 바르듯 넣은 후 겉에 있는 큰 잎으로 배추를 감사서 통에 넣는다. 그래야 한 포기씩 거낼 때 속이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를 접시에 담을 때는 수북이 쌓는 것 보다 한줄로 가지런히 담는 것이 좋다 모자라면 더 먹으면 되지만, 여거 사람이 같이 먹다 남은 김치는 처치 곤란이니까.

만약 김치가 너무 많아서 남을 것 같을 때는 적당하게 익은 김치를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냉동실에 보관된 익은 김치는 김치만두, 김치찌개, 김치전 등에 두루 사용 할 수 있다.  (11년 전, 1990년대 중반에는  김치냉장고가 없었다. 그래서 아마도 냉동실 운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여름 휴가 갈 때 얼은 김치는 얼음팩 역할도 해서 좋다.)  한 여름 장마철에 김치 값이 금치 값일 때 냉동실에서 김치를 꺼내 김치찌개 해 먹으면 정말 맛있다. 이런 것도 귀동냥으로 얻은 생할의 지혜!

배추김치를  그것도 포기 김치를 해 본 사람은 이제 김치에 겁나는 게 없다. 김치 독립 선언!

참, 나는 배추 안에 넣는 다는 의미로 배추 속이라고 했지만, 원칙은 배추소가 맞는 표현이다. 송편 속 재료를 송편소라고 하고 만두 재료를 만두소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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