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이와 지승이 - 큰사진보기!

            [사진]외갓집 솔농원에서 지윤이와 지승이 - 2007년 1월 13일 - 900x675


호두나무 가지치기 -하리하우스 놀토 체험학습 계획서

‘호두나무’하면 왠지 좀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귀하다는 느낌과 함께 낯설음과 호기심이 묘하게 섞인 느낌이지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주는 호두나무가 하리에 네 그루 있습니다. 호두나무란 단어를 인식하면서 오는 복합적인 감정과는 다르게 ‘하리의 호두나무’ 실체를 볼 때의 감정은 단순명료합니다.

 ‘멋지다!’

 추측컨대 네 그루 호두나무가 동시에 식재되었을 텐데 두 그루는 좀 ‘여위었다’ 싶고 두 그루는  ‘풍성하다’ 싶습니다. 그 둥 제일 큰 호두나무는 가지치기를 해 주는 게 이롭겠다고 권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가지치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맞은 편 파란 지붕이 있는 집 마당이 너무 그늘져서 두 번째로 큰 호두나무도 가지치기를 해 주었습니다. 지윤이와 지승이는 낮은 가지에 밧줄을 매 놓고는 타잔 흉내를 내며 놓았습니다. 전기톱으로 베었는데 제법 굵은 가지를 자를 때는 나무 조각이 눈가루처럼 흩어져 날았습니다.

 지윤이와 지승이는 잘라낸 나뭇가지를 정리하는 일을 도왔는데, 지승이는 제법 큰 나뭇가지를 끌어 옮겨서 일을 도와주러 오신 셋째 외삼촌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힘에 부칠 텐데 한 번 하고자 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강단 있는 지승이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지윤이는 학교에 놀토 체험학습 보고서를 내는 숙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방학 전까지 놀토 활용계획서를 세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리하우스라는 공간에서 지윤 지승 둘의 노력과 상상력으로 해 낼 수 있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주로 자연과학과 관계 되는 실험 중 지윤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로 선택했습니다. 자료는 이종사촌언니들이 물려준 <학생백과사전>-금성출판사-에서 찾았습니다.

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일단 연필로 계획서를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계획은 변동 될 수도 있는데  연필로 써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계획에 매달리는 것 보다 계획을 조절 할 수 있는 여유를 연필이 주는 것이지요. --딴소리 잠깐, 갑자기 사랑을 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라는 유행가가 떠올랐어요. 나이 들면서 절절히 느끼는 건데, 유행가 가사가 인생을 진하게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는 겁니다.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된다는 노랫말, 남이란 글자에 점 하나 빼면 님이 된다는 가사는 인생을 절반 이상 살아 본 사람이라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에구, 나도 절반 이상 살았나 봅니다. 유행가 가사가 쏙쏙 들어오니 말이죠~.
--
 그래서 지윤이와 의논해서 작성한 하리하우스 놀토 체험활동 계획서입니다.

3월 22일  봉숭아 씨 심기
4월 12일  그림자 놀이
4월 26일  나무로 불 일으키기
5월 10일  식물의 증산작용 관찰하기
5월 24일  뒷밭에서 개미 관찰하기
6월 14일  비가 만드는 도랑
6월 28일  수생동물 - 다슬기 잡기
7월 12일  곤충의 입과 먹이 관찰
9월 27일  호두열매 줍기 껍질 까보기
10월 11일 마당에 새 모으기
10월 25일 사이펀의 활용
11월 8일  은행 줍기 까기 구워먹기
11월 22일 공기 비중의 차이 알아보기
12월 13일 구름 만들기

나무로 불 일으키기 계획한 날 날이 너무 습하면 다음으로 미룰 수 있고, 그 날은 대신 메밀 부침개를 해서 둘러 앉아 먹으며 ‘날궂이’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수제비까지 해 먹을 수도 있구요. 실제로 4월 26일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메밀부침을 해 먹었고 나무로 불 일으키기 대신 수양개선사유적지 유물 전시관엘 다녀왔습니다. 비가 만드는 도랑을 관찰하기로 한 날 그런 도랑을 찾을 수 없으면 <물덩이 아저씨> -비룡소 그림책-를 읽고 물놀이를 하는 것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순간에도 즐겁게 학습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을 거란 의지이지요.

 호두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날 오전에 지윤이와 지승이가 드릅나무 가에다 봉숭아 씨를 심었습니다. 싹이 잘 나야 씨 뿌리는 기쁨을 알 텐데 걱정이 됩니다.  봉숭아꽃이 필 무렵엔 ‘울밑에선 봉선화’도 불러주고 봉숭아물도 들이고 분위기 되면 현철의 ‘봉선화 연정’도 한 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2008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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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이 로보트태권브이 그림

                   [사진]솔고개 외할머니 집에서 그린 지윤이 로보트태권브이^^

로봇 박물관, 추억 박물관

초등학생이 된 지승이가 한글 공부를 하느라 마음이 슬프다 합니다. 공부 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봐서 하기 싫다고 하면 공부를 해야 하는 까닭을 설명 해 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도 공부(한글 떼기)가  하기 싫다고 하면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되고 보니 어쩔 수 없이 쓰기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따라 잡으려니 한꺼번에 많은 양이 숙제로 주어졌습니다. 학교 선생님 말씀은 권위가 있지요. 그래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줄 알고 책임량을 열심히 합니다.  그런 지승이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휴일에 로봇 박물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있는 로봇 박물관은 지승이가 애타게 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확실한 위안이 될 것 같았습니다. 진작 데려가지 않았던 이유는 명륜동에 서울 국립 과학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생 까지는 입장료가 무료이고 어른도 1000원이면 관람이 가능하다는 경제성의 우위를 과학관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차도 좋고 대중교통편도 좋아서 평일에도 아이들과 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로봇 박물관이 있는 걸 안 이후 지승이는  계속 로봇 박물관 타령을 했습니다.

 로봇 박물관에 다녀오길 참 잘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한 두어 시간 관람할 것을 지윤이와 지승이는 네 시간 정도 머무르며 즐거워 했습니다.

 지윤이는 지윤이 대로 얻은 게 있습니다. 지윤이가 커서 되고 싶은 꿈에 한 가지 직업이 추가된 것입니다. 바로 ‘박물관에서 안내 해 주는 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로봇의 역사를 설명해 주고 로봇의 작동법을 설명해 주신 안내 선생님의 모습이 멋져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한교에서 자신의 꿈을 소개하는 숙제에 ‘로봇 박물관에서 안내 하는 사람’이라고 적어 갔습니다.

지윤이와 지승이가 얻은 또 하나의 성과라면 ‘박물관 만들기’에 대한 꿈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로봇 박물관에 있던 대부분의 로봇 전시물이 장난감 로봇이었습니다. 지윤이와 지승이가 여덟 살이지만 우리 집에 있는 장난감들의 나이는 대부분 열 살이 넘었습니다. 사촌형들이 손때가 묻은 장난감이지요. 장난감도 유행을 타는 데 10년 넘은 장난감들이니 그리 상태가 좋을 리는 없지요. 그래서 타박을 하던 장난감들과 비슷한 로봇들이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형들의 손때 묻은 장난감들을 갖고 할 일을 찾았지요.

 아이들이 말하길
 “엄마, 우리 하리 하우스에 박물관을 만들어요.!”
 하는 겁니다.

 박물관에 대한 개념과 계획이 생긴 것이지요. 동화 <박물관은 지겨워> - 비룡소, 수지 모건스턴 -를 통해 가르쳐주고 싶었던 박물관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로봇 박물관을 다녀오고 나서 스스로 알아챘습니다. 이렇게 박물관에 대한 생각이 싹텄을 때 <박물관은 지겨워>를 읽어 주면 더  좋을 텐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기 때문에 필요 할 때 즉각 읽어 줄 수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지윤이 로보트태권브이 그림

 지윤이와 지승이는 말하는 로봇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하는 음성인식기능이 있는 로봇인데, 지윤이와 지승이의 억양과 발음을 잘 인식하지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보통 성인 남자의 정확한 발음을 가장 잘 인식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로봇에 관심이 있었다면 어른들은  주로 추억의 학용품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로봇이 그려져 있는 합판, 태권 소년이 그려진 신주머니, 로봇 그림이 있는 양은 도시락 등 낡은 학용품들이 자아내는 향수 그 자체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향수는 곧 초등학교 때 내가 쓰던 가방과 까만 헝겊 신주머니와 내가 입었던 촌스런 옷가지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끄집어내 주었습니다. 그 추억 속에서 친구를 만나고 월곡 초등학교와 선곡 초등학교와 그 시절의 스승님을 만나고, 월계시영아파트와 그 안에서 와글와글 지냈던 형제자매를 만났습니다.  로봇 박물관은 우리 아이들에겐 학습장이 되었고 어른들에겐 추억이 되어 살아났습니다.

 혹시 우리가 메머드 화석을 보고 지구의 역사를 가늠하고 있을 때 메머드 화석의 주인은 자신이 대평원을 누비던 때를 추억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영화 포스터가 기억나는 데 혹시 위의 상상력과 맥을 같이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추적추적 봄비 내리던 3월 휴일 나들이. 참 좋았습니다.
 2008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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