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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체험 2
  -- 옥수수 알맹이 따기

아빠는 잠시 볼일을 보러 가고 하리하우스에 오롯이 남은 우리는 어둠이 짙어지자 좀 외로웠습니다. 뭔가 정신없이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옥수수 알맹이 따기를 했습니다. 나의 기억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옥수수를 따던 일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옥수수를 까던 겨울밤의 추억 때문에 나는 즐거웠고, 아이들은 그것이 일종의 노동인 줄도 모르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먼저 바싹 마른 옥수수통을 왼손에 잡고 오른손에 송곳을 들고 송곳 끝으로 옥수수 알갱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옥수수 알갱이와 알갱이 사이를 송곳으로 쭉 밀면 옥수수 알갱이들이 와르르 떨어집니다. 송곳이 위험하면  젓가락을 이용해도 됩니다. 그런데 옥수수가 바싹 잘 말랐을 땐 옥수수통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기만 해도 알갱이들이 우르르 빠집니다. 물론 많이 하면 손바닥이 빨개지고 아프기도 합니다. 지윤이와 지승이도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비틀면서 옥수수를 깠습니다. 혹시 물집이 생길까 싶어 중간에 그만 하라고 해도 끝까지 깠습니다. 저것들도 나처럼 옥수수 대궁을 보면 손바닥이 알알하도록 옥수수를 깠던 오늘 밤을 아름답게 떠올리겠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추억 하나가 더 생긴 것이 기뻤습니다. 우리에게 하리하우스가 있는 이상 우린 겨울마다 옥수수룰 까는 추억을 쌓아가겠지요.

 옥수수 속대가 모이자 지승이가 외가댁 소가 떠올랐는지
 “엄마, 내일 외갓집에 가요.  이거 음머 소 주게요.”
 합니다.
 
 생각은 그렇게 넓어지는 게 아닐까요. 옥수수를 까고 알갱인 뻥튀기 해 먹고 남은 속대는 소를 주고, 그 속대를 소는 여러 번 되새김질 하고......(이건 나중에 안 사실인데요, 소는 옥수수 속대를 먹지 않는 답니다. 외할머니께서 소외양간에 옥수수 속대가 굴러다니기에 누가 이랬나 했답니다. )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며 자라는 아이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 되던 자신의 자리에서  행복을 느끼는 인생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 바람으로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서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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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하리하우스 데크에서 지윤이와 지승이 그리고 옥이 신랑^^


아주 특별한 체험 1
   ---눈발 속으로 날아오르기

지난 겨울 서울에 눈이 평평 내리던 날 아이들을 데리고 옥상엘 올라갔습니다. 앞뒤가 탁 트인 공간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면 마당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서요. 서울엔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러나 대부분 그렇게 높은 곳은 막힌 공간이지요. 사방이 열린 공간. 바로 슬라브주택의 옥상이지요. 우리 집 옥상은 난간이 없어서 위험하지만 엄마의 철저한 보호(? 감시)아래 잠깐씩 올라갑니다.

 봄볕이 너무 좋을 때나 눈발이 흩날릴 때 아이들을 데리고 옥상엘 갑니다. 그러면 멀리 수락산도 불암산도 보인답니다. 탁 트인 곳에서 느끼는 해방감, 호연지기가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길 바라는 거죠.

 지승이가 옥상에서 펄펄 내리는 눈을 보며 하는 말,

 “엄마, 이렇게 하면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보는 자세) 꼭 내가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  이 나요.”

 눈송이가 내게로 오는 건지 내가 눈송이들 속으로 날아오르는 지 잠깐 착각하는 느낌을 표현하는 거겠지요.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경험한 지승이, 언젠가 지승이의 삶 한편에 있다가 지승이의 유년을 추억하는 순간에 문뜩 떠오르는 한 조각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아니면 하늘을 나는 로봇, 로봇 태권브이가 현실이 되게 하는 일에 지승이의 경험이 한 몫을 차지하게 될 지도 모르구요.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체험학습을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실제로 써 먹을 기회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요. 물론 실용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건 체험학습 자체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행복한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이와 옥상에서 눈을 맞으며 아이들처럼 내 마음도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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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이 외갓집 뒷목재 진달래와 소나무 - 1000x669

                [사진]지윤이와 지승이 외갓집 뒷목재 진달래와 소나무 - 1000x669


개구리 알을 건졌어요! <999 마리의 형제> -피카소 동화나라-

봄이 완연합니다.
하리하우스 뒷밭엔 마늘이 크고 뒤뜰엔 온갖 풀들이 자랍니다. 우리 뒤뜰은 아무래도 학습장으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자라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베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졸졸 흐르는 개울엔 물이끼들이 끼였고 갈대를 잘라내고 불태운 자리가 거뭇거뭇합니다. 그 검불 속에서 새싹이 또 자라나겠죠.

 지윤이가 둑을 오가가 먼저 개구리 알을 발견했습니다. ‘어디, 어디’하며 지승이가 달려들었고 둘은 곧장 개구리 알을 잡으러 내려갑니다. 개울을 따라 늘어서 집의 생활폐수가 개울로 흘러들어오지만, 뭐 그 정도는 자연의 자정작용으로 해결 될 만 해서 물에서 노는 것을 굳이 말리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 더럽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개구리 알을 잡을 수 있겠어요. 다행히도 적성면 하리에도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긴다고 하니 그러면 더욱 깨끗해지리라 기대합니다.

 둘이서 손으로 개구리 알덩이를 잡더니 난립니다. 소리 지르고 징그럽다고 몸서리피고, 두 손에 떠 오다가 질질 흘리고, 지승이가 지윤이를 건드려서 (실수로) 지윤이는 개울물에 엉덩방아를 찧고, 바지는 다 버리고 울고, 그러다 또 알 잡고 놀고......
결국 건져오지 말라고 그냥 거기 개울에 두고 관찰하라는 엄마 말 무시하고 한 웅큼씩 통에 담아 올라옵니다.

 한 반 넘게 다시 개울에 부어주고 나머지만 큰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마당에 놓고 왔습니다. 한 2주 있어도 마르지 않을 만큼 충분히 물을 담은 데다 그 사이 비도 왔으니 아마 알이 말라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 개구리 알을 상기시키며 <999마리의 형제>를 읽어 보자고 해야겠습니다. 999마리 형제의 우애로 봄날의 나른함을 쫒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개구리 알이 개구리로 자라는 생명들임을 일깨우고 이번 주에 가면 통에 있는 개구리 알을 도로 개울에 넣어 주자고 말해보려 합니다.

2008년 4월 4일

---오늘은 4월 30일이구요, 개구리알은 올챙이가 되어서 꼬물 꼬물 살고 있구요. 몇 마리만 남기고 다시 개울에 넣어주자고 했는데, 차 막힐까봐 정신없이 오다보니 이번에도 개울로 못 보내주고 왔네요. 담에 갈 때까지 잘 살고 있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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