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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6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 (1)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

‘솔직 단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 이런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참 행복할겁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어린아이일수록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린이일수록 행복에 가깝고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에서 멀어지는 어른이 되어 갈수록 행복에서 멀어진다는 뜻이 됩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언제나 솔직한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게 되고 단순한 것은 어리석은 것으로 취급되고 순수는 농락당하기 쉬운 대상이 되어 상처받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과는 상반되는 모습으로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어른이 되어서도 솔직함으로 만사를 해결할 수 있고 단순함으로 얽힌 관계를 만들지 않고 순수함으로 상대방까지 정화시키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을 성인이라 부르는 게 아닐까 합니다.

딸과의 대화엔 망설임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공부를 잘 하는 가장 큰 비결이라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수업시간이 지루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왜 지루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딸이 미간을 좁히며 힘주어 말합니다.

“지루해요! 전 제가 궁금한 걸 배우는 게 좋아요.”

하긴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들은 평소 딸이 궁금해 하는 것들이 아닌 건 맞습니다.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딸이 여민지 선수와 지소연 선수의 싸인을 받고 싶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으면 열심히 공을 차고 또 차고 연습하는 게 중요하지 싸인이 중요한 게 아니야.”

딸이 대답합니다.

“아니예요. 싸인이 있으면 마음이 즐거워서 연습이 더 잘 돼요.”

하긴 그 말도 맞습니다. 마음먹기가 반이라는데...

배운 속담을 참 재치있게 잘 쓰는 데 이것 또한 속담을 단순명료화 시킨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한번은 내가 머리가 아파서 ‘아이고 머리야, 엄마 머리 아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딸이 말합니다.

“엄마, 안 아프다고 말하세요. 말이 씨가 된다잖아요.”

또 한 번은 내가 소리 안 나는 작은 방귀를 끼었는데 냄새는 아주 지독했습니다. 좀 멋쩍고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데 딸이 말합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잖아요. 그러니까 작은 고추가 맵듯이 작은 방귀가 독하다!”

그 연결고리를 알겠냐는 듯 손짓까지 하며 설명을 하는 데 너무 웃겨서 한참 웃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밥먹다가 딸이 예쁜 방귀를 뽕 끼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엄마, 방귀가 아주 세면 사람이 날아갈 수도 있겠네요?”

참~, 나~, 원~, 내~, 이거 초등 3학년 생각 맞아?

너무 바쁜 아침이라 웃을 시간도 없어 급하게 밥 먹여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나, 원, 내’ 입니다. 3학년 2학기 국어 책에 '방귀쟁이 며느리'이야기가 나오는 데, 그 며느리의 방귀가 위력이 있어서 집안세간을 날리는 대목이 나오는 데 그 이야기의 연상작용이 아닌가 합니다.

며칠 전에 딸이 3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보았습니다. 시험 결과는 아직 모르겠지만 딸이 말합니다. 무진장 어려웠다고. 그래도 답은 아주 예쁘고 성실하게 잘 썼을 겁니다.

집에서 사회 문제집을 푸는 데 정답은 ‘각 고장은 생산물 교류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였습니다. 근데 딸은 이렇게 답을 썼습니다.

‘고장과 고장끼리 상호의존을 참 잘 한다.’

만약 내가 채점을 하는 사람이라면 ‘참 잘 한다.’는 표현에 밑줄을 그어주고 하트를 하나 그려주었을 겁니다. ‘상호의존’이라는 단어를 설명함에 ‘참 잘 한다.’는 마음을 넣어 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트 안에 담아서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10월 하순 기온 10년 사이 가장 춥다고 하여 코트를 다려놓았는데 아침에 안 입고 갔습니다. 같이 가는 친구들 다 입었는데 선생님이 아직 동복 입으라 아니하셨다고 안 입고 간 겁니다. 한참 걸어야 할 텐데 어쩌나 애태우며 돌아오다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그렇게 잘 들어라. 이그, 지지배!’

어느새 공부밖에 모르는 엄마가 됐는지 ......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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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0/11/01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윤이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맑고 순수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