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기와 전자석 만들기가 끝나고 집에 있던 감자와 키위, 오이에 아연판과 구리판을 꽂아서 꼬마전구에 불을 켜는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전류계에 전류가 제법 많은 양이 흐르는 것으로 측정이 됐지만 꼬마전구에 불이 켜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감자든 키위든 먹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에 제가 실험용으로 많은 양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키위 반쪽이나 감자 한 알로 불이 켜진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 감자와 키위의 사용처를 실험용 보단 먹는 쪽에 손을 들었기 때문에 실험 자재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나그네님께서 곰곰 생각해 보시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다음엔 봐도 군침 안도는 식초를 갖고 실험 해 봐야 하겠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하리에서 했던 과일전지에서 전구에 불이 안 들어온 이유.......
예상은 했지만 과일 속에 있는 산성의 농도가 상당히 낮기 때문이었습니다. 키위나 오이만으로도 전기는 발생하지만 전구에 불을 켤 만큼 큰 전기를 만들어내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자면 큰 물레방아에 물이 떨어지긴 하는데 물의 양이 너무 적어 물레방아가 돌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또 바람은 부는데 바람이 너무 약해서 연이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죠.
솔바람님께서 지승이에게 불이 켜지지 않은 이유를 잘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불이 켜지지 않은 이유를 잘 설명해 주셔야 아이가 더욱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게 됩니다. 설명 잘 해 주세요 ^_^.

그래서 이번엔 콜라를 이용해서 전지를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식초도 좋은 재료인데요. 콜라는 강산에 속하거든요. 식초도 강한 산성입니다.

콜라와 식초를 이용하면 분명히 전구에 불을 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집에서 한번 해 보려구요.

콜라나 식초를 이용하면 위험하지도 않고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라 실험이 오래 걸리거나 어렵지도 않구 좋습니다. 또 심심하면 가끔 먹을 수도 있구요ㅎ.

과일은요 여러 조각으로 잘라서 각각 과일 조각에 구리와 아연 조각을 꽂아 전지를 여러 개 연결하듯 하면 불이 들어올 겁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좋은 방법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하리에서는 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생활 속에서 과학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이번엔 전지 만들기 해 봐야 겠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박상훈 2011/12/04 1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꼬마전구의 전류의 사용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과 전지에 불을 들어 오도록 하려면 발광 다이오드를 사용해야 합니다..ㅎㅎ

  2. 작은학교 선생님 2011/12/05 0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감사합니다.
    발광다이오드라는 것 어디서 들어 봤습니다. 예전에 CD플에이어가 고장나서 고치러 오셨던 기사님께서 발광다이오드라는 이름을 들먹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땐 그게 뭐 대단한 부속품 같아서 비싸면 어쩌나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그런데 꼬마전구 대신 사용할 거라면 아주 작고 또 값도 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꼬마전구만큼이나 금방 친숙해 졌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디서 구하면 될지... 동네 전파사나 아님 문방구에도 있는지 알아봐야 겠습니다.
    발광 다이오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3. 작은학교 선생님 2011/12/08 0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네 전기재료상에 물어봤더니 안 판다고 합니다.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했더니 세운상가 가야 할거라고 일러 주십니다. 조만간 맘껏 눈으로 신기한 전기제품 구경도 할 겸 세운상가엘 가봐야 겠습니다. 그 앞에 있는 종묘를 거쳐 창경궁을 통해 명륜동 국립과학관으로 가는 것도 좋겠네요. 발광다이오드. 참 궁금합니다.
    그런데 정작 아들에게 꼬마전구대신 발광다이오드로 하면 불이 켜질거라도 해보자고 했는데, 시큰둥해 합니다. 막상 재료 놓고 시작하면 재밌게 달려들거라 확신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못 참을 테니까요~~

전동기와 전자석 만들기 실험을 7월 11일에 작은학교에서 하였습니다. 오렌지 전지 만들기에서 실패를 한 이후 전기 관련 실험을 못 하였습니다. 왠지 안 될 것 같은 의기소침함에 시도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그네님께서 실험 수업을 맡아 해 주셔서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학 실험을 통해서 전동기와 발전기가 하나의 개념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둘의 구조는 같으나 하는 역할에 따라 전동기와 발전기로 부릅니다. 그 중 우리는 전동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전동기 준비물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가는 구리선과 클립 두 개, 건전지와 건전지 소켓, 전선 집게와 동전 자석이 있으면 전동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클립을 고정 시킬 수 있는 나무판이 필요했습니다. 과학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나무판을 지승이가 탐내어 지승이에게 양보하시고 선생님과 지윤 진현은 데크에 있는 자투리 방부목을 띠벽지로 감싸서 썼습니다. 전자석은 못과 구리선만 있으면 됩니다.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문건을 보면서 수업을 진행 했는데, 아 이제 ‘괘도’ 라는 말은 죽은 언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 수업 받다가 언어의 소멸 과정을 떠올리고 있었으니 저도 집중력 있는 학생은 못됩니다.^^

이번 수업 내용을 알려서 집에서 전동기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고자 이 글을 시작했으나 역시 역부족임을 느낍니다. 바쁘시겠지만 우리들의 과학 선생님께 부탁하는 게 가장 좋겠습니다.

인생이 다하기 전에 내가 꼭 느껴보고 싶은 세계가 있다면 전기의 세계와 전파의 세계, 그리고 마그네틱으로 기록되는 소리와 영상의 세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 전기와 전파와 영상매체의 신비는 아마 죽을 때 까지 모르고 죽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이론을 외우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감동적으로 느껴보고 싶은 겁니다. 줄거리를 알려고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내용을 건너서 오는 영혼의 전율을 느끼는 책읽기를 하고 싶은 것처럼 전자와 전자가 길을 정해놓고 다니는 그림을 아는 것 말고 전자와 전자가 이동하면서 생기는 힘에 감동받고 싶은 욕구입니다. 어떻게 텔레비전에서 그림과 소리가 나오는 지,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지나 산간 벽촌까지 전달되는지, 비디오의 그 얇은 막 안에 어떻게 소리와 영상이 들어있는지, 도대체 느껴지지 않는 그 세계를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경이로울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 세계의 신비로움을 체험하지 못하고 말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내 지식의 짧음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했는데 아는 것이 없으니 보이는 것도 느낄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세계를 알고 느끼는 사람들의 영감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들의 혜택을 누리기만 하는 건 내게 늘 아쉬움입니다.

앞으로 작은학교 과학 선생님과의 수업을 통해서 우리의 아이들은 전기와 전파 등의 과학적 세계를 감동적으로 체득하게 되길 소망해 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서는 육체적 감동의 극치의 순간에 뇌는 우주의 울림을 듣는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와 전파의 세계를 감동적으로 느끼는 극치의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에도 사람의 뇌는 우주의 울림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요즘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 아이들이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하라고 조언할 것인가 라는 물음. 농담으로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라 말하지만 인생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법. 두 극 중에 하나라면 나도 모르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고 조언 할 것 같습니다. 배부른 돼지는 육체의 떨림을 느낄 지도 모르나,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문학이나 철학, 음악, 미술 등 예술의 세계뿐만 아니라 과학의 세계도 뇌의 전율을 나아가 우주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분야일 거란 생각을 합니다. 우주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이라면 배고픔 정도는 다스릴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작은 학교에서 만든 전동기와 전자석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전동기와 전자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 나 그거 알아. 난 직접 만들어 봤어!’ 하고 자신감 있게 다가갈 것 같습니다.

아이들 위해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 주신 나그네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작은 발걸음이 이 나라 동량들에게 큰 의미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확실히 우리 아들은 지식의 조합을 잘 합니다. 그리고 관찰력이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느립니다.

한 가지를 갖고 여러 곳에 대입해보고 변환시켜보고 매일 보는 물건이라도 조금 차이가 나게 해 놓으면 금방 알아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러다보니 매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늦습니다.

그리고 집중력도 좋습니다. 그 비슷한 집착력 또한 좋습니다. 특히 갖고 싶은 장난감에 대한 집착력이 대단합니다. 집에 비슷한 것이 있으면 안사는 거라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한 번 사고 싶으면 못 견뎌 합니다. 핸드폰 사진 인화하러 대형마트 갔다가 거기서 레고 로봇을 하나 봤는데 사달라고 얼마나 애원을 하는지 모릅니다. 조르는 게 얄미운 게 아니라 애처로워 보이게 조르는 게 또 하나의 기술입니다. 사고 싶은 욕구를 너무 억제해도 역효과가 있을 것 같아 가끔은 구실을 대어 들어주기도 합니다. 이번엔 생일을 구실로 들어줄까 생각중입니다.

그랬더니 딸도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사겠다는 겁니다. 뭐냐고 물으니 콩순이 인형이나 바비 인형을 갖고 싶답니다. 그래서 어렸을 적 큰고모가 사주신 콩순이 인형도 있고 언니들한테서 물려 받은 바비 인형도 많이 있지 않냐고 했더니 그건 자기가 사고 싶어서 산 게 아니라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딱 원하는 것하고는 다르답니다. 결국 딸은 인형을 갖고 싶은 것보다 인형을 사보고 싶은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 그 나이에도 선물을 고르라면 인형코너를 맴도는 걸 보면 자기가 원하는 걸로 한 번은 사 주고 넘어가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말하자면 자기가 원하는 인형을 진열대에서 탁 꺼내 갖고 계산대로 가는 유아기의 통과의례를 못 거치면 그것이 딸의 인생에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이들 생일 선물은 로봇과 바비 인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에궁, 그돈이면 ... ...

아들이 학교에서 기온에 대한 걸 배웁니다. 섭씨 21도를 21도C라고 읽는다고 했더니 갑자기 이러는 겁니다.

“엄마, 21도C는 21도도나 마찬가지예요, 왜 그런지 아세요? 왜냐하면요 피아노에서 C는 도 거든요. 그러니까 21도C는 21도도예요.”

빨리 과학 풀고 다른 과목도 풀어야 하는데, 과학 하다가 피아노 건반까지 떠올리고 있으니 ‘빨리빨리’가 안 되는 겁니다. 대신 과학과 음악을 넘나드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판단과는 참 다른 면을 학교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지승이의 ‘연애편지 대필사건’이 그것입니다. 같은 학급 학부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듣게 된 일인데,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맹랑하고 귀엽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해서 웃음만 나옵니다.

사건인 즉, 지승이가 여자 짝꿍에게 부탁을 했답니다. 같은 반 친구 ***에게 너를 좋아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 달라고. 그래서 짝이 편지를 써서 ***에게 주는 과정에서 시끌벅적 한 소동이 좀 일어나서 지승과 짝꿍 둘 다 벌을 섰답니다. 짝꿍은 짝꿍대로 연애편지 대필해주다 벌 섰으니 속상하고, 지승이는 지승이대로 원망이 많았습니다. 지승이 말로는 중간에 생각이 바뀌어서 편지 보내지 말라고 말라고 수백 번 했는데 짝이 보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젠 같은 반 여자 친구들이랑 다 절교를 하겠다는 겁니다. 말씀해 주시는 분 없었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갔을 지승이의 ‘연애편지 대필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은 참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하였습니다.

처음엔 지승이가 자기가 써 달라고 했다는 것을 부인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어느 순간에건 솔직한 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말하는데, 자기가 처음엔 써달라고 한 것이 맞고,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서 쓰지 말라고 말라고 했는데 결국은 짝이 ***에게 보낸 것이라고. 그래서 이런 말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거 봐. 평소에 글씨 연습을 많이 하면 짝한테 안 써 달라 하고 니가 직접 쓸 수 있잖아. 그래서 글씨 연습을 해야 되는 거야. 알겠어? 그리고 ***는 너 편지 보고 그냥 너를 쳐다고고 한 번 웃었다면서, 그러니까 너를 싫다고 한 게 아닌 데 왜 절교를 해. 담에 우리 집에 놀러 가자고 해서 데리고 와.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또 짝이 너 때문에 혼났으니까 미안하다고 사과해. 중간에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보낸 건 잘못했지만, 그래도 니 부탁을 들어 준 거니까 사이좋게 잘 지내.”

이렇게 지승이의 연애편지 대필사건은 끝났습니다. 녀석, 엄마한테 써 달랬으면 잘 써 줬을 텐데 하는 농담까지 넣어서 여기 저기 막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선생님께선 ‘녀석이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허 허 ...’ 하시더라구요. 근데 그 말씀도 참 달게 들리지 뭡니까. 그게 다 부모마음이겠지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솔바람 2010/07/06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en one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다.
    우리 아들 학교 번호가 11번입니다. 영어시간에 자기 번호를 영어로 말하는 거였는데, ten one 라고 했더니 외국인 선생님이 알아 들으시더랍니다.
    분명 일레븐 트웰브 어쩌구 저쩌구 라고 옛날에 말하고 놀았던 기억이 나는데, 생각이 안났나 봅니다. 그래도 아무 말 안 하고 있는 것 보단 ten one 이라고 말했다는 게 너무 기특하고 대견한 겁니다. 그래서 아침에 많이 칭찬해 주었습니다. 너무 멋진 생각을 해냈다고. 그리고 그걸 찰떡처럼 알아 듣는 외국인 선생님도 너무 멋지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지승아, 니가 자랑스러워!

  2. 나그네 2010/07/07 0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넘 귀엽고 깜찍하기도 하고.... 지승이 참 귀엽습니다.한참 웃었습니다.넘 웃어서 배가 다 아프네요.지승이 재치가 있습니다.

  3. 솔바람 2010/07/14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물 건은요. 사실 솔바람님 이렇게 말씀하실 거라 생각해서 먼저 얘기를 한 겁니다. 저는 선물이란 건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솔바람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것이 어른의 입장에서 보게 되니까 비싸고 싼 것이 보이는 거거든요. 진현이는 바비 인형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인형 하니까 수현이가 가지고 노는 작은 인형으로 알고 있죠. 건담은 조립하려고 가지고 있던 3개중 하나이구요. 솔직히 약간 비싸지요. 제가 예전부터 진현이에게 가르친 것이 '검소'입니다. 진현이는 아직도 용돈이 없습니다. 검소가 몸에 베일 때까지 용돈은 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진현이도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생일에도 선물 사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진현이는 그냥 주고 싶은 겁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을 주고 싶은 거죠. 당연히 가지고 싶다고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진현이의 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꺾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아마 지금 ‘그거 너무 비싸니까 다른 것으로 하자’ 하면 다음부터 선물 할 때마다 금액을 생각하게 될 겁니다. 당연히 금액이 비싼 것을 무턱대로 선물하는 건 옳지가 않죠. 그러나 돈을 사용하는 방법과 돈의 개념은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금액 때문이라면 좀 더 저렴한 것을 구입하면 되는 거구요. 생일 때 엄마 아빠가 줄 선물 때문이라면 생일선물이 아니라 친구가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진현이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그냥 마음 그대로 받아주시면 안될까요? 내년에는 꽃을 선물하라고 하겠습니다. 꽃, 참 좋은 선물인 것 같은데요. 진현이도 꽃 좋아하거든요. 진현이가 주는 선물은 친구가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시구요.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나그네님이 주신 편지 중에서---

    결국 지승 지윤 소원은 이렇게 이루어지게 될 겁니다. 겸손히 받는 것을 알려 주신 나그네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