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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8 옥수수가 익어가는 시절엔...
  2. 2007/02/23 마늘 이야기...
  3. 2007/02/22 간식의 고전 누룽지와 식빵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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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솔농원 옥수수 밭에서 김매는 엄마^^

 옥수수가 익어가는 시절엔...

옥수수는 다 찰지고 쫄깃거리는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쌀이 찹쌀과 멥쌀로 구분되는 것처럼 옥수수도 찰옥수수와 메옥수수가 있더라. 허면 찰옥수수와 메옥수수를 어찌 구분할까. 확실한 방법은 먹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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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우리집 냉동실에 쌀가루가 있는 데, 이것이 멥쌀가루인지 찹쌀가루인지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거다. 그래서 방앗간에 가서 여차저차 이야기를 하고 구분이 가능하냐고 했더니 찹쌀과 멥쌀은 불리기 전에만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일단 불리고 빻았으니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다는 게다. 먹어봐야 안다는데, 잘못해서 팥죽에 넣는 옹심이( 새알 )를 멥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결국은 찹쌀이든 멥쌀이든 상관없이 쓸 수 있는 김치양념용 풀로 썼을 것이다. 방앗간 집 아저씨가 구분을 못할 정도니 찰옥수수와 메옥수수의 구분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

물론 충청도 오지에서 자라며 옥수수를 먹은 경력이 9단이니만큼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있는데, 우선 보기에 껍질이 얇아 속이 투명하게 비치고 껍질에 윤기가 나며 손톱으로 알을 눌러보았을 때 통통한 탄력이 느껴지는 옥수수가 맛있는 찰옥수수일 가능성이 크다. 때를 잘 맞춰 친정엘 가면 큰 솥으로 하나씩 옥수수를 삶아 주시는데, 그 때 난 위의 기준으로 더 맛있는 옥수수를 골라 먹는다. 물론 친정 집에 것은 다 찰옥수수이지만, 그래도 더 눈에 띠는 것을 골라 ‘음, 이 맛이야.’ 하며 먹는다. 그 순간엔 내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고 옥수수통을 들고 있는 손도 즐겁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내 어머님 몫일게다.

‘논귀에 물 들어가는 게 좋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보기 좋다.’ 라는 속담을 자주 쓰시는 어머님 눈에 자식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옥수수를 먹는 게 오죽 보기 좋으시랴. 더구나 어머님이 직접 가꾸신 옥수수 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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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지대가 높아 모든 농작물의 수확이 남쪽보다 한참씩 늦은 탓에 여름방학이 다 끝날 무렵에야 옥수수를 꺾어 먹을 수 있었다. 아주 불운 할 땐 그 맛있는 옥수수를 한번도 쪄먹어 보지 못하고 개학을 맞아 서울로 올라와야 했던 적도 있다. 그때의 아쉬움이란......  지금도 너무 이른 여름에 친정나들이를 가면 아직 옥수수가 덜 여물어 못 먹기도 한다. 어쩌다 너무 늦게 여름 나들이를 가면 너무 여물어서 맛이 없는 옥수수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께서 옥수수가 딱 알맞게 여물 때를 맞춰 고향에 올 수 없는 타관의 자식들을 위해 개발하신 옥수수 재배방법 덕택에 한여름을 지나고 추석 때가 되어 가도 맛있는 옥수수를 금방 꺾어다 삶아 먹으라고 주신다. 물론 밭에서 꺾어오시는 건 아빠의 몫이지만. 그 새로운 옥수수 재배 방법이란 바로 옥수수 심는 날짜를 각각 다르게 하시는 거다. 예를 들면 감나무 밑 밭가에는 먼저 심고 외갓집 마당에는 일주일 뒤에 심고 또 마늘밭에는 또 일주일 뒤에 심고 하는 방법이다. 한날에 옥수수를 밭으로 하나 심어놓고 미쳐 못오는 자식들 때문에 애태우시다가 개발하신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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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익을 때를 기다렸다 옥수수 먹으러 와라 하시면 그 날짜를 맞추는 것이 부담일 것이다. 그것이 요즘 도회지 생활하는 사람들의 짜여진 삶인 것이다. 그러나 어머닌 외갓집 마당에 있는 다음 기회를 말해주고, 그것이 아니면 마늘밭에서 기다리는 더 느긋한 기회를 마련해 놓으셨기에 옥수수를 먹으러 가야하는 자식들은 부담이 없다. 그리고 그나마 기회를 못 맞추면 냉동실에 넣었다. 싸 주시니 또 걱정이 없다.

옥수수 한 통에 얼마를 하랴마는 고향집서 먹는 옥수수는 값으로 칠 수 없는 무엇이 들어있다. 물론 내가 꺼려하는 뉴슈가도 넣고 삶아 주시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옥수수니 먹으라고 한다. 솔고개에서의 삭카린나트륨은 내 소관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둘 다 옥수수를 아주 좋아한다.

물론 휴게소와 국도변에는 삶은 옥수수가 즐비한 시절이라도 고향집 텃밭에서 꺾은 옥수수가 아니면 넘치는 행복감을 맛볼 수 없으니 의미가 없다. 게다가 밖에서 삶아 파는 옥수수를 잘 안 사먹는 이유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계속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의 온도에서 비닐봉투에 든 채 팔릴 때 까지 몇 시간이고 비닐봉투 안에 들어 있는 옥수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아무리 전자렌지의 전자파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강조하더라도 임산부가 되면 저절로 작동되는 전자렌지 곁에 붙어 서 있지 않는 것과 같이, 아무리 FDA의 승인을 받았느니 어쨌는지 해도 환경호르몬의 검출 여부를 믿을 수 없으니 아예 사먹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내가 먹으면 아이들도 같이 먹어야 하는 것이 더욱 꺼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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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그것은 나에게 또 다른 취향이다.
우리 집 마당에 한 골 크기의 땅에 고추도 몇 포기 심고 상추도 몇 포기 심곤 하는데  나는 그 사이사이에 옥수수를 심는다. 더 정확히는 시아버님께서 심으시는 것이지만 심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내 몫이다. 물론 밭에서 자라는 옥수수와는 달라 통도 못 생겼고 알도 잘 여물지 않지만 그 짙푸르고 기다란 옥수수 잎이 휘엉청 늘어져 있는 모습은 어떤 값비싼 난 잎이 휘어진 모양보다 건강하고 힘 있고 싱그러워서 좋다. 더구나 비 오는 날 접은 마당을 지날 때면 비에 젖은 옥수수잎이 살갗에 스치기도 하는데, 그 잎을 슬쩍 밀어내고 걸을 때의 느낌은 마치 응석받이 막내딸을 안아 옮기는 느낌처럼 행복하다.

하리 하우스에 옥수수 심는 철이 되면 어머니께 배운 지혜로 일주일 단위로 옥수수를 심을 것이다. 다음 주에 맞을 손님을 생각하면서 또 다른 옥수수 그루를 바라보는 마음은 아름다울 것이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솔고개 집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핵심
1. 옥수수가 오곡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덩치에 비해 영양소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름 한 철 멋으로 먹는 옥수수를 생각함에 영양소 운운하며 타박하는 것은 옥수수에 대한 바른 대접이 아니다. 대신 옥수수의 섬유질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 해소에 좋고 옥수수 수염 달인 물은 민간에서 신장염과 방광염의 약으로도 알려져 쓰고 있으니 대견하다 하겠다.

2. 옥수수를 이용한 요리는 다양하다. 옥수수를 찧어 쌀알처럼 작게 만들어 옥수수 밥을 하기도 하고 옥수수 알 표면의 얇은 막을 벗기고 팥과 함께 삶아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춰 먹기도 한다.

3. 옥수수 뻥튀기와 팝콘은 차원이 다르다. 뻥튀기 옥수수는 팝콘에 비해 열량이 훨씬 적다. 팝콘엔 버터나 마아가린, 때론 쇼트닝을 이용해서 튀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수수 뻥튀기도 직접 튀긴다면 뉴슈가나 당원을 넣지 말고 튀겨달라고 하는 것이좋다. 그런 재료들의 주 성분이 삭카린나트륨이기 때문이다.

4. 옥수수를 삶을 때 삶을 물에 소금과 설탕으로 적당히 간을 맞춰 삶으면 뉴슈가를 넣지 않고도 감칠맛을 낼 수 있다. 비율은 개인의 취향에 맡도록 조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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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머이와 아부지 마늘 밭에서 김매기 2006


 천연 항생제를 반찬으로 주셨던 우리 할머니

우리 애들이 5살 때다. 둘이 장난치다가 아들이 누나의 머리에 부딪혀 윗 앞니 두 개가 덜렁덜렁 흔들리는 사고를 당했었다. 5살짜릴 엎고 허둥지둥 동네 치과를 갔는데, 두 개 다 빼고 영구치가 날 때까지 의치를 해 넣는 게 좋다고 했다. 세상에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대병원 어린이 치과를 갔다. 한 보름 두고 보자고 하여 기다린 끝에 하나는 뽑고 하나는 살렸다. 휴우~
마침 해성한의원에 갈 때가 되어 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오미자를 물에 우려 내어 머금었다 뱉기를 반복시키면 이가 고정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 마음은 당장 오미자를 사러 갈 것 같았는데 게으름과 설마 하는 마음에 해 주지 않은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된다.

나중에 들으니 양약 중에도 머금었다 뱉는 약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후회 막급이다.

빼어버린 앞니 하나는 ‘치아종’이라는 것이 잇몸에 있어서 영구치가 날 때 방해가 되므로 어차피 미리 뽑아 주어야 했다는 치과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비룡소 출판사 -으로 이상익 선생님이 계신다. 치과의사 선생님이 인상이 좋다는 것과 실력이 좋다는 것의 상관관계는 입증된 바 없지만, 어쨌든 우리 아이들에게 인상 좋은 드소토 선생님이 계셔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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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종을 빼는 데는 잇몸 마취도 하고 시간도 꽤 걸렸다. 당연히 염증도 우려되었다. 선생님이 혹시 지금 먹는 감기약이 있으면 따로 안 먹어도 되고 없으면 하루쯤 먹는 게 좋으니 항생제 처방을 해 주겠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항생제였다. 여차여차 하여 항생제를 한 벅 먹였는데, 두 번 먹이기는 싫었다. 잇몸의 염증 정도는 항생제 없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잘 씹을 수 없는 아이를 위해 호두 죽을 끓였는데, 거기에 마늘과 양파를 다져넣었다. 그 죽을 먹어서인지 잇몸은 잘 아물었다. 근데 문제는 만 2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새 이가 나지 않은 것이다. 쯧쯧...

생마늘이나 생양파는 향과 맛이 강하지만 음식 속에서 익으면 매운 향과 맛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도 잘 먹는다. 그 다음 끼니때도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요리했었다. 그것도 충청도 단양군 적성면 솔고개 산인 오리지날 단양마늘을.

마늘이 갖고 있는 항염기능을 따로 말해 무엇하랴. 아메리카산 천연 항생제라는 프로폴리스는 너무 비싸서도 못 먹이는데, 고향집 앞밭에서 나온 마늘에 풍부한 천연 항생제 성분이 있다니 얼머나 큰 기쁨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야채를 특히 당근과 양파를 많이 먹이고 싶을 때는 ‘최병옥표 스파게티’나 ‘최병옥표 피자빵’을 해 준다. 스파게티 소스와 피자 빵 소스는 동일한 방법으로 만드는데 간단하다. 다지는 데 시간은 좀 걸리지만...

불린 표고버섯, 양파, 당근, 양배추, 감자, 마늘 등 집에 있는 야채는 다 다져 넣고 볶는데 되도록 기름을 적게 두르고 볶는다. 볶다가 표고버섯 불린 물을 넣고 아니면 월계수 잎을 넣고 끓인 물을 넣고 야채가 푹 익도록 끓인다. (월계수 잎을 처음엔 무시 했는데 그 삐쩍 말라비틀어진 월계수 잎에서 나는 향기는 너무도 상큼하다. 박하 향 같기도 하고 제피 향 같기도 한 것이 매력적이다.) 재료가 거의 익었을 때 케첩과 소금 약간으로 간을 맞춘다. 토마토가 흔한 계절엔 토마토를 갈아 넣기도 한다. 표고버섯 대신 새송이를 다져 넣으면 오돌오돌 버섯 씹히는 맛이 아주 좋다. 기름기 없는 부위의 육류를 다져 넣어도 좋다.

이렇게 소스를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녹여 먹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많은 종류의 야채와 마늘을 먹는 줄 모르고 맛있다며 잘도 먹는다.

허긴 그렇게 천연 항생제 먹이며 키워도 요즘 우리 아들은 아데노이드와 편도 비대로 인한 코골이 때문에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로 몇 달째 고민하게 만드니 원...

내가 우리집 거의 모든 요리에 마늘과 양파를 듬뿍 넣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겐 일종의 속임수다. 그런데 그런 속임수 없이 우리에게 마늘을 듬뿍 해 주셨던 분이 계신데 바로 우리 친정 할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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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다섯을 손바닥만한 단칸방에서 돌보시던 할머니. 학교에 이것 저것 돈을 내야 하면 우린 할머니께 손을 내밀었고, 할머닌 돈이 없다며 “손가락을 빼서 주랴!” 하셨다. 수중에 돈은 없고 손주들은 달라 하는 상황에서 내신 역정이셨다. 손주들을 빈 손으로 학교로 보내시면서 내신 그 역정 속에 진짜 손가락을 빼서 팔 데가 있으면 그리 하고 싶으셨을 할머니의 안타까움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할머니는 안계신지 오래다.

돈은 없고 먹을 먹을 건 귀하고, 그런 상황에서 (70년대 중반 서울 유학파인 우리 형제들의 기록이다.) 할머닌 우리에게 마늘을 무쳐 반찬으로 주셨다. 단양 마늘을 캐는 6월 쯤, 부모님이 돈은 못 보내도 마늘은 넉넉히 보내셨었나보다. 때론 생마늘을 얇게 썰어서 고추장에 무쳐 주셨고, 때론 통마늘을 쪄서 고추장에 무쳐 주셨다. 생 마늘 무침은 매웠다. 그래서 생마늘  무침에 대한 기억은 애틋하지 않다. 그러나 찐 마늘을 무치면 이상하게 맵지도 않고 맛이 있었다. 지금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함께 내 콧날을 시큰하게 만드는 것은 익은 마늘 무침이다.

김장 준비로 마늘을 한 양푼씩 깔 때마다 마늘무침이 생각나서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하는데 잘 안된다. 익은 마늘 무침이 없이도 한 상이 차려지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아침, 죽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지승이가 묻는다.

“엄마, 우리가 커서 엄마 아빠가 되면 엄마는 죽어서 없어요?”

감정이라고는 들어가 있지 않은 너무도 담백한 질문이었다. 호기심 만세!

그런데 대답하는 순간 나는 담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누구에게 위안을 주는 대답이었는지 모르겠다. 한가지 내 아들을 많이 사랑해서 내린 대답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옛날, 손가락을 빼서 팔 데가 없어서 손주들을 공납금 없이 학교에 보내셨던 할머니의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지금은 솔고개 학강산 양지바른 곳에 누워계신 할머니께 맛있는 요구르트 한 병 바치고 싶다.

핵심
1. 진짜 좋은 단양 마늘은 밭에 비닐 대신 짚을 덮고 겨울을 난다. 그 모진 겨울을 땅에서 나느라고 웅크려 자라 알이 작고 매운 맛이 진하다.

2. 진짜 단양 마늘은 친정 어머니께 부탁해도 어떨 땐 구하기 어려운데, 시중엔 어쩜 그렇게 단양 마늘이 많은지...

3. 그래서 진짜 단양 마늘은 좀 비싸다.

4. 같은 단양마늘이라도 시골 집 헛간 처마 밑에선 오래 가는데 서울에선 저장이 잘 안 된다. 까서 찧어 냉동실에 넣고 먹는 것이 최상책인 듯.

5. 단양 마늘은 항염 작용이 뛰어나고 몸을 덥혀주며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만 생마늘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조심!

요리교실 단양마늘 이야기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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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의 고전 누룽지와 식빵과자

오랜만에 좋은 친구들을 만날 때 뭐 좀 나눠 먹을까 궁리하다 누룽지를 들고 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내가 누룽지를 귀한 간식거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내 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아이 간식 주라고 챙겨다 주는 것이다. 대부분 일을 하는 친구들이라 반전업인 나와는 처지가 달라 누룽지 눌려서 아이들 간식 하라고 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누룽지를 받은 친구는
“ 우리  애들 아빠가 좋아하겠다.”
한다.

누룽지는 2006년에 아이로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보다 60~70년대를 아이로서 살아온 사람에게 행복하게 다가가는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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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룽지에 대해 간직하는 최초의 기억은 막내 고모네서 먹은 누룽지이다. 연탄 아궁이에서 한 밥이었는지 석유 난로 위에서 끓인 밥이었는지, 어떻게 생긴 양은 솥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비록 내가 그 누룽지를 손에 받아 든 장소가 고모네 집 부엌 문간에서였지만 다른 기억은 없다. 그저 따끈따끈하고 노릇노룻한 누룽지에 설탕을 골고루 뿌려서 고모는 내개 주었고 지금도 그 때의 장면을 떠올리면 따뜻함과 고소함, 달콤함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주신 막내 고모의 고운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에 만나 뵐 땐  내 추억속의 누룽지처럼 향기로운 추억담과 함께 누룽지를 좀 만들어다 드려야겠다.

예나 지금이나 누룽지를 구멍 없이 한 판 잘 긁어내는 것은 보통 기술로는 되지 않는다. 만약 가마솥에 하는 밥에서 얻는 누룽지라면 내공이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 집안에 큰 일이 있으면 큰 가마솥에 밥을 하는 걸 보았다. 밥이 끓으면 아궁이에 불을 꺼내 솥뚜껑위에 올려놓았다. 위가 설익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었으리라. 그런데 그렇게 한 밥솥에 누는 누룽지는 정말 예술이었다. 밥을 알뜰히 푸고 한참을 놔두면  밑에 눌은 누룽지가 솥 바닥에서 저절로 떨어지는데, 아마 가마솥의 은근한 열기가 누룽지의 수분을 날려 보내고 그래서 생기는 수축현상이 그 이유인 것 같다.

나는 보통 프라이팬과 찬밥을 이용한 누룽지를 만들기 때문에 내공까지는 없고 그저 인내와 정성으로 누룽지를 만든다. 보통 프라이팬에 밥 두 공기 정도의 분량으로 누룽지를 한 판 마드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때로 너무 바쁠 때는 프라이팬에서 형태를 만들고 전자렌지를 이용해서 수분을 증발시키고 바삭거리는 느낌이 나게 굽는다. 전자렌지에 2분 정도 가열하고 꺼내서 수분을 증발시키고 하는 과정을 대여섯 번 반복하면 바삭바삭한 누룽지가 된다.

가끔 옛날 생각이 나서 누룽지가 먹고 싶어도 도대체 누룽지가 생겨야 말이지. 전기밥솥은 물론 압력솥도 ‘쉭쉭쉭쉭’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서 언제 불을 꺼야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도대체 누룽지를 얻을 수가 없다. 어쩌다 밥 양이 많아서 압력솥 밥이 눌어붙지도  하는데, 그렇다고 노릇노릇한 누룽지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던 중 친정 형님이 프라이팬에 누룽지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때부터 우리 집엔 찬밥이 남아날 틈이 없다. 그 전엔 찬밥이 남으면 참 성가시고 싫었다. 다른 식구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따뜻한 밥 먹는데 나 혼자 찬밥 먹기도 싫고. 그런데 내가 프라이팬을 이용해 누룽지 만드는 재미를 들인 후로는 누룽지용 찬밥을 만들기 위해 쌀을 한 컵 더 푸기도 한다.

물론 내가 만드는 누룽지에는 설탕을 뿌리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설탕이 귀하던 시대였으므로 고모는 나에게 설탕을 듬뿍 뿌린 누룽지를 주셨다. 그러나 요즘은 설탕은 모든 성인병의 주범쯤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오히려 설탕을 뿌려주면 실례다.  가끔은 별미로 통깨를 섞어 통깨 누룽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아이들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누룽지는 바삭거림과 구수함만 있으면 다 갖춘 것이다.

내가 누룽지를 만드는 재미에 한참 빠져 있을 때 친구가 집으로 놀러 온 적이 있다. 가슴아픈 일이 있었던 친구를 위로도 할 겸  우정도 보여 줄 겸해서 하트모양 누룽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날 친구는 ‘너 이런 것도 다 만드냐?’ 하며 웃었고, 우린 같이 앉아서 가슴속의 아픔에 대해 오래 이야기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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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는 내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준비해다 주는 간식에도 포함되었다. 학기 추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아이들 간식에 대해 ‘쵸코00도 안 주면 좋겠다. 색소와 향 투성이 사탕도 안 주면 좋겠다. 화학 조미료가 든 과자도 안 주면 좋겠다. ...  ’ 이런 주문을 했었다. 그러니 유치원 담임선생님은 오죽 힘드셨으랴.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 간식을 가끔 만들어다 드렸었다. 누룽지를 아이들 손바닥보다 작게 잘라 한 쪽씩 나눠주는 것이지만 30명의 아이들이 한 쪽씩 먹게 주려면 꽤 공을 들여야 했다. 아이들에게 좀 특별한 먹거리를 대해 보는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

내가 아이들 간식을 고를 때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트랜스 지방이 없는 것’이다.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트랜스 지방의 두 얼굴’에 대해 보도한 바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에서 밝힌 트랜스 지방산의 유해성에 대한 내용은 나를 놀라게 했다. 외국의 경우 -나라 이름이 생각 안남- 인스턴트 식품에 트랜스 지방의 함량을 규제하는 법이 있다는데 우리나라 식품 위생법엔 아직  허용기준치가 명시되어있지 않다고 하니 현재로선 소비자 스스로 골라먹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식품을 고를 때 트랜스 지방이 없는 간식만 골라도 50%는 성공한 거라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쇼트닝, 마가린과 같은 수소첨과 경화유는 그 생산가공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산이 생성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성분표시를 보고 가공식품을 구입을 하는데 도무지 그런 것들이 안 들어간 식품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과자를 직접 만들어 보려고 밀가루와 삶은 고구마를 으깬 것을 반죽하여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구워보았지만 바삭바삭 해지지 않았다. 두 번째는 반죽을 할 때 올리브 오일을 많이 넣고 해 봤지만 역시 바삭한 맛을 낼 수는 없었다. 물론 좋은 재료를 넣은 바삭거리는 고급 쿠키를 파는 곳도 있지만 나 같은 알뜰파가 사서 먹기엔 너무 비싸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식빵과자다. 쇼트닝이나 경화유라는 표시가 없는 식빵을 사서 바삭하게 과자로 만들어 주었는데 그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또 보통이 아니다.

먼저 샌드위치용 식빵을 사서 빵칼로 포를 뜨듯이 얇게 저민다. 얇아야 바삭하게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얇은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노롯노릇 한 번 구워 식힌 후 다시 한번 더 굽는다. 한번에 오래 굽지 않고 3분이나 2분 정도로 두 번 반복해서 굽는 것은 식빵을 태우지 않고 식빵속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거다. 이렇게 구운 식빵을 날씨가 건조할 땐 바싹 마를 때까지 자연건조 시킨다. 날이 습하거나 시간이 없을 땐 누룽지를 만들 때처럼 전자렌지에 가열해서 수분을 증발시킨다.

제과점에서 파는 식빵과자는 기름에 튀겨서 바삭한 질감을 내는 거라면,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삭한 질감을 얻기 위해 두 번 굽고 건조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겉모양은 볼 품 없지만 식빵과자를 우리 아이들은 아주 좋아한다. 물론 아이들 유치원 친구들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선생님 말씀)

누룽지도 식빵과자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건강한 주점부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이어져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먹거리를 누리며 살길 바란다. 그래서 누룽지나 식빵과자를 만들 시간이 없는 이 땅의 일하는 엄마들도 먹거리 걱정을 덜 해도 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생각난 김에 내일 나들이에 먹을 식빵이나 구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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