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마른 고사리
다시 쓰는 밥상 이야기
다시 모두를 향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1995년 12월에 머리말을 썼으니 벌써 11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좋은 친구가 겨론을 했고, 그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친구에게 주는 사연 있는 요리책을 쓰기 시작해서 김치에서부터 김치전까지를 썼습니다. 그러다 그 요리책은 도중하차 아였는데, 아마도 그 즈음을 기하여 나의 생활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지방근무 가면서 함께 경남 창녕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때까지와는 다른 생활 속에서 지내면서 친구를 위한 요리책 쓰는 것을 잊었습니다. 어쩌면 그 친구가 저보다 한 수 위여서 포기했었는지도 모릅니다. 살다보면 제각기 사연이 참 많지요. 그렇게 곡절 많은 11년을 보내고 지금에서야 다시 펜을 듭니다. 이번엔 한 친구만을 위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음식이야기로 쓰려고 합니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보다 음식에 얽힌 <사연! >이 더 많은 요리책이 되겠지만요. 그러나 나의 사연을 읽고 얼굴에 작은 웃음하나 떠올리는 분이라면 그 마음이 양념이 되어 멋진 요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요리는 창작입니다. 예술이죠. 머리와 손과 눈과 입의 조화로 만들어 내는 예술. 그래서 마음이 닫힌 사람보다는 열린 사람이 감각이 없는 사람보다는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 자기를 나타낸ㄹ 용기가 없는 사람보다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지혜롭지 못한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훨씬 더 멋진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열린 사람이 되려고 하고 예민함을 잃지 않으려 하고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베푸는 마음. 음식이란 말 뒤엔 공양이란 말이 너무 잘 어울린단 생각을 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공양 올리는 음식으로 많은 사람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집 양념 이야기
이번에 새로 <사연 있는 요리 이야기> 목차를 정하면서 11년 전에 정해 놓은 것 중에서 자신 없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였습니다. 음식에 나의 대한 기준이 11년 전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냉면과 육류 요리를 좀 뺐습니다.
11년 전 지금 돌아보면 풋내기인 시절에 냉면 육수를 만드는데 양지머리를 삶아 식혀서 기름기 걷어내고 동치미 국물로 간하여 먹었을 리는 없고, 보나마나 냉면 사리에 딸려오는 스프를 썼을 터인데, 지금은 모든 식품에 딸려 오는 스프를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냉면에 대한 요리이야기는 포기했습니다. 칼국수 면을 사면 딸려오는 스프에도 어묵에 딸려 오는 스프에도 MSG가 들어 있기 때문에 쓰지 않습니다. 내가 만든 음식이 맛이 없을 때 MSG가 들어 있건 말건 스프를 조금 쓰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그럴 때 우리 아이들에게 형성될 입맛을 생각하며 참습니다. 엄마의 맛이 고향의 맛이라는데, 우리 아이들 입맛에 하학 조미료에 대한 강한 인상을 고향의 맛이라며 심어 줄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MSG의 감칠맛은 말린 다시마의 감칠맛을 흉내 내어 합성한 것이므로 모든 국물! 요리에 다시마와 마른 표고 멸치, 무, 파, 마늘을 넣어 푹 끓인 물을 쓰면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잘 말린 표고버섯은 향도 좋을뿐더러 항암작용도 뛰어나니 온 가족을 위한 건강식품으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입니다. 다시마에는 셀레늄이란 성분이 들어 있는데 항산화의 능력이 비타민 E의 1990배에 달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우유에 ‘셀레늄 첨가’라고 표시된 것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셀레늄이 첨가된 성분 조정 우유를 먹이진 못하지만, 그래도 건 다시마를 잘라서 간식으로 주니 걱정 없습니다.
스프얘기 하다보니 우리집 양념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표고 다시마와 함께 중요한 양념이 멸치입니다. 멸치는 맛을 내기위한 재료이면서 동시에 칼슘 보급원으로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내가 요리학교에서 배울 때는 멸치나 다시마를 찬물에 담궜다가 가열을 시작해서 한 번 우르르 끓으면 다시마는 건져 내라고 배웠습니다. 멸치도 계속 끓이면 잡내만 나니 10분 이상 끓이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번 우르르를 끓이는 것으로는 다시마난 멸치의 영양성분이 국물에 용출되는 않는다고 합니다.
내가 이번에 우리 아이들 유치원을 정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점심 식단에 화학조미료를 쓰는가 하는 여부였습니다. 아침에 식사를 담당하시는 분이 제일 먼저 하시는 일이 다시마, 멸치, 무, 파를 넣고 국물 만드시는 것이라는 설명에 ‘아, 이 유치원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유기농까지는 쓰지 못합니다. 그러면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실은 우리 집에서도 유기농 식단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유기농>이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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