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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1 닷새 째 이야기
오늘은 꼭 엄마를 찾아 가야지 하고 별러서 하리 농협 앞에서 12시 33분 버스를 탔습니다.

올거라 믿고  기다리시는 데 못 가면 안 될 것 같아 꼭 간다는 약속은 안 드리고 갈 수도 있다는 운만 띠워놓았습니다. 친정 엄마를 방문하는 건 늘 이렇습니다. '갈 수도 있어요' 오늘 꼭 간다고 하면 외할아버지께서 버스정류장으로 마중을 나오실 것이기 때문에 걸어서 가려는 계획도 어긋날 수 있어서 그냥 상황 봐서 가겠다고 말씀드려놓은 것입니다. 일부러 고생 좀 해보라고 돈 내고 해병대 교육도 보내는 데 시골길 한 시간 남짓 걷는 거야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여 걸어갈 계획을 하는 것인데 외할머니는 추운데 아이들 고생한다고 걱정을 하십니다. 버스 차비를 내려고 잔돈을 준비하느라 농협에서 팥영양갱을 하나 샀습니다. 곧은터 쯤에서 기운 떨어질 때 먹으면 될 것입니다.

버스로 12분쯤 걸려 기동 정류소에 내렸습니다. 이년 전 여름 거기서부터 솔고개까지 걸어가는데 놀며 놀며 컵라면 끓여 먹으며 갈 때는  두 시간 정도 걸렸었습니다. 오늘은 추워서 걸음이 빠를 것이니 그것 보단 빨리 갈 수 있을 겁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이동형 구르마에 짐을 매었습니다. 그리고 구르마를  지승이가 끌었습니다. 밀고 끌고 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뒤쳐져 오면서도 힘들다는 애길 안합니다. 처음엔  엄마가 끌고 간다고 달라고 하여도 싫다고 하더니 한 25분 쯤 가서는 엄마에게 달랬더니 짐을 넘겨줍니다. 힘들었나보구나 생각하고 짐을 끌고 가는데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지승이가 힘들었겠구나 했습니다.
한 10분 걷다가 지윤이에게 짐을 넘겼습니다. 무거운 건 나눠들 줄 알아야 해서 지윤이에겐 곧은터 서낭당까지 의무적으로 끌고 가야한다고 책임을 주었습니다. 곧은터까지 가면 영양갱을 먹는다는 생각에 열심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날이 좋을 땐 서낭당 당산나무 그늘아래서 컵라면을 먹기도 하지만 지금은 영양갱 하나만 나눠먹으며 곧장 외갓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컵라면을 먹는 게 낭만이라 하지만 안먹을 수록 좋기 때문에 일부러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외갓집에 가서 눈썰매를 탈 생각에 빨리 가고 싶어했습니다.
곧은터에서 한 20분 걸어 앞저넘 언덕에  오르면 솔고개 마을이 한눈에 보입니다. 학강산 아래 외갓집이 따뜻하게 서있습니다. 거기서부턴 하나도 힘이 들지 않습니다. 솔고개는 다 외갓집 같기 때문입니다. 두시가 거의 다 되어 외갓집에서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바로 눈썰매를 타러 나갔습니다. 지난번에 눈썰매 타고 바지가 젖어서 내복바람으로 집에 갔던 걸 생각해서 스키바지에 여벌옷까지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지난 번 탔던 밭이 아니고 다른 밭에서 탔는데, 준비가 완벽한 만큼 오래 타라고 했는데 얼마 안타고 들어와 버립니다. 알고 보니 눈 속에 뭐 엉덩이를 찌를 만한 것들이 있는데다 지난번엔 아빠가 같이 있어줬는데 이번엔 저희끼리 타니 재미가 덜 했나 봅니다.

자고 가라는 걸 가야 한다고 했더니 갈 거면 날 밝을 때 가라고 재촉을 하십니다. 생수통에 물을 받아서 외삼촌 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다음엔 기동에서 하리까지 과방재를 넘어 걸어볼 참입니다. 과방재라고도 하고 과거재라고도 하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을 때를 골라 넘어보려 합니다. 차로 몇 분이면 될 거리를 몇 시간을  들여 걸어보는 경험이 아이들 삶에 어떤 의미로 살아날지 모르지만, 더 크면 국토횡단 같은 계획을 세울 밑거름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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