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맛있게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아들의 오른편이 내 자리다. 나란히도 아니고 정면도 아니게 서로 다른 모서리를 끼고 앉아 밥을 먹는다. 딸은 나의 오른쪽에서 직각으로 꺾어진 모서리에 앉아 밥을 먹는다. 좌청룡 우백호의 당당함과 뿌듯함을 늘 느끼며 밥을 먹는 나는 행복하다.
그런 행복한 밥상머리에서 내가 아들의 숙제 이야기를 꺼냈다. 꿀맛인 듯 밥숟가락을 놀리던 아들이 감정이 상했다. 자기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나. 그러면서 혼잣말인 듯, 나 들으라는 듯 중얼거린다.
“엄마는 미꾸라지야. 맑은 물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아들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다. 아들의 심리상황에 딱 맞는 너무 멋진 비유였기에 그 진지함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앞으론 아들이 기분 좋게 밥 먹을 땐 절대 숙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아들은 좋아한다. 물론 딸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한다. 그리고 셋이서 좋다고 듣고 또 들으니 자연 아빠도 익숙해한다.
아이들은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 영화를 포함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여러 곡 중 단연 ‘뮤직 어브 더 나이트’ 란 곡을 제일 좋아한다. 같은 곡을 영화에선 제라드 버틀러가 불렀고, 뮤지컬 10주년 기념 공연에선 또 누군가가 불렀고, 25주년 기념공연에선 라민 카림루가 불렀다. Best of voices 라는 음반에선 앤서니 월로우가 불렀다. 그 중 아들과 나는 best of voices 음반에 수록 된 앤서니 월로우가 부른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말하자면 젊은 시절 앤서니 월로우의 ‘뮤직 어브 더 나이트’를 가장 좋아한단 뜻이다. 최근에 그가 부른 노래를 들어봤는데, 아! 목소리도 세월을 먹는구나 하고 절감했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목소리에도 주름을 만든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들이 젊은 날 앤서니 월로우가 부르는 노래를 이렇게 평했다.
“감정이 제일 풍부해.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 같아.”
호소력 있고 현장감, 현실감이 느껴진다는 표현을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표현 하는 능력. 그건 아들이 그 노래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능력인 것이다. 아! 인생에서 사랑만큼 대상을 정확히 알아내게 하는 힘이 있으랴. 콩깍지가 끼는 사랑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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