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2/10 겨울 방학 셋째 날
  2. 2009/03/01 단양 하리하우스 1층 장작난로 불꽃 (1)
  3. 2008/08/08 작은학교 여름 체험학습 계획서
 

산책을 나서기엔 좀 늦은 시간이긴 했습니다. 겨울 오후 4시는 곧 해가 질 거라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냥 하루를 보내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 안에만 있으려고 하리하우스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자연 속에서 보내게 하려면 내가 좀 부지런을 떨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해 지기 전에 얼른 나서야 한다고 채근하여 집을 나섰습니다. 하리에서 상리로 가는 옛길을 통해 저수지에 올랐다가 상리 바람개비 마을 마당에 가서 그네를 타고 놀다 오는 게 목표였습니다. 지난 여름에 그네를 타면서 정면으로 일몰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던 생각이 났습니다. 겨울날 해가 지는 걸 보는 것도 아름다울 것 같았습니다.

지윤이는 자신이 한국화 시간에 그림을 그린 헝겊가방을 챙겨들고 나섭니다. 전날부터 읽기 시작한 해리포터를 그네에 앉아서 계속 읽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겁니다.  먼 길에 무겁고 또 겨울이라 그네 타며 책을 보는 게  추워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굳이 가져가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할 수 없이 가방을 엄마에게 맡기지 않고 끝까지 스스로 들고 간다는 약속을 받고서 허락했습니다. 결국 한권도 아니고 네 권이나 되는 책을 넣고 출발합니다.

길이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데서 출발했습니다. 그 후 집과 집을 연결했을 것이고 그 길이 단단해져서 마을길이 되었을 겁니다.  하리에서 상리로 가는 마을길도 집과 집을 징검다리삼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옛길을 이용해 상리로 가는 길은 지름길이 아닌 들러 가는 길입니다. 대문과 대문을 이어주는 길.

그러나 거의 모든 집에 자가용이 있는 요즘에는 걸어 볼 기회가 없는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상리와 하리를 잇는 자동찻길이 옛길보다 높아서 하리를 갈 땐 항상 옛길을  내려다보며 다녔습니다.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저 마을길을 걸어서 저수지까지가 보리라 마음먹곤 했습니다. 드디어 오는 그 계획을 실천해 보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나보다 먼저 하리 옛길을 통해 저수지를 올라 본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 겨울, 한이가 왔을 때 옛길을 따라 저수지까지 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다지 신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눈이 내린지 제법 되었지만 길 양 옆으로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눈밭을 보면 그 위에 뭐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드러나 마음 뿐 나는 해 지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걷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지승이가 뒤쳐져있다 묻습니다. 인터넷 검색 할 때 ‘색’ 자가 ‘섹“인지 ’색‘인지를. ’아이 색‘이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혼자 뒤쳐져오며 내내 눈에 뭐라고 적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하리하우스 검색‘이라고 쓰고 하리하우스 가는 방향으로 화살표를 그려 놓았다는 겁니다. 중간 중간 멈춰 서서 한참 뒤쳐진 아들을 보고 빨리 오라고 채근을 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쓰고 옵니다. 그런 지승이를 바라봅니다. 지승이는 눈 위에 글자를 쓰고 있지만, 내 눈에는 가슴에 하리하우스를 새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행복한 추억하나 새기면 살면서 부닥칠 시련을 이겨 낼 힘도 그만큼 많이 축적되리라 하는 마음으로 멀리 있는 아들을 기다리다 걷다 하였습니다.

시골집의 특징이 있는데 바로 집집마다 있는 ‘개’였습니다. 어떤 집이든 우리가 가까이 간다 싶어지면 요란하게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줄에 매여 있어 그 길이가 허락하는 거리 안에서만 으르렁거리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개를 무서워하였습니다. ‘강아지’가 아닌 ‘개’ 였기 때문입니다. 때론 아이들이 개보다 더 요란하게 개를 놀려대며 짖는 흉내를 내기도 했습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개 짖는 소리와 아이들이 목청껏 뽑아내는 ‘멍멍’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한 50분을 걸어서 저수지 방죽에 올랐습니다. 저수지가 마을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아래서 방죽을 올려다보면 가파른 언덕 윗부분을 뚝 잘라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방죽의 가지런한 선 위로 겨울 하늘이 보입니다.

방죽 언덕을 오르는데 지윤이가 발이 시리다고 했습니다. 지윤이 털 부츠를 내가 신고 있어서 바꿔주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신었던 부츠를 한 짝 벗어주고 지윤이 벗어주는 운동화를 한 짝 신었습니다. 또 부츠 한 짝을 벗어주고 운동화로 바꾸어 신었습니다. 그렇게 신발을 바꿔 신으면서 우리 딸이 이렇게 컸구나 하여 감회가 특별했습니다. 그런데 지윤이 털 부츠는 내 발에 불편하지 않았는데 운동화는 꼭 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길이는 비슷해도 아이발과  어른발이 다른 데서 오는 불편함이었습니다. 지윤이가 불편하지 않냐고 몇 번 묻는 걸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발을 바꿔 신을 때 지윤이 들고 있던 가방을 잠깐 들었는데 묵직했습니다. 이렇게 무거운데 진작 엄마를 주기 그랬냐고 했더니 끝까지 들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윤이 기특하고  또 미안하고 안됐어서 가방을 내가 들었습니다. 속으로 딸이 평생을 지금처럼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게 되길 빌었습니다.

방죽에 올라 바라본 저수지는 꽁꽁 얼어있었습니다. 두세 군데 빙어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빙어 낚시 하는 사람들 곁에 가서 눈인사도하고 빙어구경도 했을 텐데 해질녘이라 곧장 상리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네에 앉아 빨리 해리포터를 읽고 싶어 하는 지윤이와 그네를 타고 싶은 지승이가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둡지는 않았지만 집을 나설 때 보다 날이 추웠습니다. 춥거나 말거나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마당을 떠났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6시쯤 되었습니다. 오후 두 시간의 산책으로 하루가 뿌듯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해보니 우리 없는 사이에 택배가 와 있었습니다. 쌀국수입니다. 소정이네가 보내준 것입니다. 쌀국수 다 떨어지기 전에 놀러 와서 잔치국수 말아 먹자는 문자를 보내고 기쁘게 갈무리해 두었습니다.

부지런함이 주는 개운함으로 작은 학교의 세 번째 날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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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은학교 1층 장작난로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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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은학교 1층 장작난로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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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은학교 1층 장작난로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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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은학교 1층 장작난로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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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11/02/09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을 보면 왜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어렷을 적 아궁이 앞에 앉아 느꼈던 불의 뜨거움이나 빨갛게 피었다가 이내 재로 지는 소나무 잎의 섬세한 불꽃까지 기억납니다. 그 기억은 언제나 정겹습니다. 바로 그 시절의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듯한 푸근함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불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때문에 아이들에게 불장난 할 기회를 많이 주고 싶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들도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을 가지라고.
    난로에 불 피우기도 두 가지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시킵니다. 하나는 1층 보온을 위해서고 더 큰 목적은 불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입니다.
    진슬이가 왔을 때 숯불구이를 하고 그 남은 불에 저희들이 나무를 얹어 불을 피우고 놀았는데, 거의 네 시간가량 재밌게 보냈습니다. 그것도 잘 시간이 지나 억지로 끝내게 해서이지 만약 더 놀게 했다면 얼마를 더 불장난을 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불을 함부로 다루게 하진 않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내내 지켜보고 있었고, 하리 마당엔 눈이 하얗게 쌓여있어서 불이 날 염려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하는 걸 보고도 숯불구이 통에 호수로 물을 뿌려야 안심을 하는 정도로 불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불로 인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난로의 불길을 보니 마른 오징어 한 마리가 생각 나네요. 땅콩하고요^^

하리하우스 작은학교 2층 전경

                           [사진]하리하우스 작은학교 2층 전경 - 1000x496


체험학습 계획서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래서 하리하우스 작은 학교에서 여름방학에 할 체험주제를 알려드립니다.

1.틀어 짓는 자루 만들기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와 작은 것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2.폐건축자재를 이용한 미술작품 만들기
--원목나무 자투리를 이용한 다양한 미술활동을 통해 창의성를 맘 껏 발휘해 봅니다.

3.방부목 자투리를 이용한 대형블록쌓기와 도미노 만들기
--집에서는 접해 볼 수 없는 크기와 양의 나무블럭으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봅니다.

4.사슴벌레 관찰하기 텃밭에서 잠자리 잡기
--지윤 지승이 만든 사슴벌레 박재 관찰하고 잡으러 가기, 매리 잠자리 잡아서 박재 만들어 보기

5.푸른 껍질이 있는 호두 따 보기 껍질 벗기고 알맹이 깨 보기
--호두는 원래 어떤 겁질에 쌓여있는 지 알아 볼 수 있지요. 그 거 아는 친구 대한 민국에 몇 퍼센트 안 될 걸요.

6. 감자 캐기 옥수수 꺽기
--감자가 쏙쏙. 옥수수 수염이 에헴~ 캐서 삶아 먹고 꺽어서 쪄 먹고. 하리의 자연주의 먹거리죠.

7.냇가에서 다슬기 잡기
--비가 왔으니 냇물도 많이 불었겠네요. 조심조심 한 200미터 개울 탐사 하면서 다슬기 잡아요. 가져가서 키워 보세요. 우린 5개월 째 키우고 있어요.

8.섬유질과 지방의 차이 알아보기
--기름종이 만들고 눈감고 엄마 손 찾아보고 사랑도 키우고 야채 팩 해보고 왜 지방은 몸에 쌓이는 지 알아보고... 건강교육이지요

9.물놀이. 모래놀이.수영장 가기
--바가지로 물 뿌리고 호수로 물 뿌리고 도망가고 물총놀이 하고, 모래로 밥짓고 두꺼비 집도 짓고... 시간 많으면 계곡 수영장도 가고.

10.작은학교 선생님이 읽어 주는 동화 듣고 이야기 나누기
--책을 읽는 것의 기쁨을 느껴야 책을 읽는 아이가 되지요.

11.김매기
--식물의 특성 종류, 개미집의 모양, 개미떼의 공격, 하얀 개미알, 암석의 특성 모든 것을 김매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답니다.

12.농기구 이름 알고 속담으로 연결 짓기
--호미와 가래를 모르는 데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이해할 수 있을 까요? 농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지식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외 하리하우스에서 가능한 모든 활동은 열려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고  부모님들은 사는 얘기를 주고 받고 시간은 자유롭고 마음은 내집 같이 편안하게 1박 2일을 보내는 키즈카페라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더 바랄 게 없는  작은학교 이야기의 체험학습장!
그 공간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하리하우스로 오세요
더 궁금하신 내용은 전화 주세요.

작은학교 선생님 연락처
010-7760-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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