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은이네 식구와 선화네 식구 하리하우스 거실에서 - 1024X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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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9/08 하리하우스 야경 (1)
- 2007/09/08 <반지의 제왕>을 덮으며 <오래된 정원>을 거닐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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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리하우스 2층 본채 야경
[사진]하리하우스 2층 본채 야경
[사진]하리하우스 2층 본채 데크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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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J.R.R.돌킨 -씨앗을 뿌리는 사람
<오래된 정원>-황석영- 창비
‘반지의 제왕’을 처음 들어 본 것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입니다. 결혼기념일 날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이 ‘반지의 제왕’을 보러가자 하였습니다. 1편도 못 봤는데 2편을? 게다가 반지가 무엇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반지’가 도대체 영화 속 도시 이름인지 아니면 한자로 뭔가 뜻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그냥 손에 끼는 반지(ring)라는 겁니다.
어쨌든 그즘 제일 잘 나가는 영화라 해서 반신반의 하며 따라 나섰습니다. 속으론 결혼기념으로 보는 영환데, 그것도 2주년도 아니고 12주년 기념인데 좀 낭만적인 것으로 하지, 제왕은 무슨 제왕하며 갔습니다. 그래도 아주 기대되는 표정으로 갔습니다. 살다보면 가끔 쇼도 필요하잖아요.
들어갈 때 반신반의하며 들어갔는데, 나올 때도 반신반의 하며 나왔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이 구분이 안 되는 겁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다가, 반지의 제왕 1편을 안 본 상태라 이야기 흐름도 전혀 감이 안 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엔트들의 머리에 앉아있던 메리와 피핀을 샘과 프로도와 구분하지 못하고 영화관을 나섰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반지의 제왕은 어딘가 미심쩍은 좀 야릇한 뭔가로 늘 마음에 있었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본 후, 그로부터 4년이 지나 친구들과의 수다에 반지의 제왕이 다시 등장했는데, 장대한 시 같은 문장이 좋아 야금야금 읽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도 야금야금 읽으며 내가 봤던 영화가 실은 어떤 원작에서 나왔는지 알아볼 요량으로 반지의 제왕 1,2권을 구입했습니다.
책 표지에 어떤 남자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소년 같기도 하고, 소년이라 하기엔 눈빛이 너무 차분하고, 그래서 어른인가 하고 보면 속눈썹이 너무 가냘프고, 그래 동화 속 왕자님일까 하고 보면 콧날과 입술이 너무 굳건하고. 어쨌든 책을 잡을 때마다 한 번씩 보아 왔으니 수십, 아니 작년부터 거의 1년을 곁에 두고 보는 책이니 수백 번 일별하였을 터인데 그 때마다 새롭고 신비한 느낌을 주는 표정이니, 배우는 배우인가보다 하게 됩니다. 그가 바로 영화 속 호빗 프로도였습니다.
무슨 소설책 여섯 권 읽는 데 1년씩이나 걸리냐구요? 원래 책 읽는 속도가 느립니다. 아주 느린 편이죠. 한 글자 한 글자를 빼먹지 않고 읽다가 머릿속으로 딴청도 좀 피우고요. 아마 책에서 오자 찾아내는 일을 한다면 잘 할 겁니다. 하긴 내 글도 쓰다가 오자를 퍽퍽 내는 판국에 어찌 다른 이의 글 교정을 하겠습니까마는.
워낙 읽는 속도가 느린데다가 중간에 4권을 구할 수가 없어서 한참을 보내고, 결국 출판사에서 전시용으로 쓰던 것을 직접 구하기까지 한 달은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4권을 막 읽으려는 찰나에 초등 베스트문고 50에 도전장을 내는 바람에 또 서너 달을 지체하였습니다. 4권까지 두개의 탑을 끝내니 내가 영화에서 보았던 조각들이 정리되었습니다.
빈지의 제왕 전체로 보면 왕의 귀환이 절정에 해당하겠죠. 그래서인지 너무 재미가 읽고 긴장이 고조되어 책 놓기가 싫었습니다. 특히 아라고른의 변화는 섬뜩하고도 찬란힜고, 에오른 공주에게서 흐르는 비장미는 절망을 뚫고 나오는 꽃봉오리 같았습니다. 전장에서 장대한 죽음을 맞은 로한의 세오덴왕과, 욕심없는 인간 본연의 마음은 굳고도 부드럽다는 믿음을 남긴 곤도르 마지막 섭정 파라미르. 예언과 축복의 여왕 갈라드리엘, 신념의 화신 간달프. 경쾌한 메리와 피핀. 그리고 반지의 사자 프로도와 프로도의 사자 샘. 이 모든 인물들이 갖는 개성과 진심은 반지의 제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장치들입니다.
결국 프로도에게 가운데 땅의 모든 운명이 걸려 있었지만, 프로도는 물리적으로 너무나 약한 존재이지요. 그러나 그가 절대반지를 화산의 화염에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돌킨은 가운데 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놓고 도 이 땅에도 존재하는 ‘마음’ 에 대한 얘길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힘은 역시 지금 이 세계 우리들 살아 있는 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누어진 ‘마음’이지요.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약하게만 보이던 프로도가 악의 제왕 사루만을 대하는 장면에서 간달프가 프로도를 반지의 사자로 지목한 이유를 알게 됩니다. 프로도의 마음에 있는 관용의 힘!
“안 돼, 샘! 그를 죽여선 안 돼. 날 해치진 못 했잖아. 난 어떤 경우라도 그가 이렇게 죽는 건 바라지 않아. 그는 한때 위대한 자였고 우리가 감히 손을 들어 내리칠 수 없는 고귀한 혈통을 가졌었어. 이제 타락한 그를 치유하는 것은 우리 능력 밖의 일이야. 하지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도 있으니 그를 그냥 보내주는 게 좋겠어.”
사루만은 일어서서 프로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이와 존경, 그리고 증오가 뒤섞인 이상스런 빛이 떠올랐다. 그는 입을 열었다.
“호빗, 많이 성장했구나. 그래. 대단히 많이 자랐어. 이제 현명해지고 또 잔인해졌군. 너는 내 복수의 달콤함을 빼앗아 갔고 거기에 자비의 빚을 더해 주니 말이야. 나는 쓰라린 기억만 가지고 가는 수밖에 없겠군. 자 이제 떠나 다시는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
프로도는 가운데 땅 전체를 뒤흔들었던 악의 제왕 사루만에게 기회를 주었지요. 또한 고향 샤이어에서 악행을 저지른 동족 호빗들을 용서하자고 하였습니다. ‘갚음은 갚음을 부르나니...’
오르크와, 묵은숲의 톰 봄바딜과, 나무사이 바람처럼 사는 간부리간이 등장하는 <반지의 제왕>에선 프로도의 용서가 승리했는데, 서울이 나오고 광주가 나오고 80년이 나오는 <오래된 정원>에선 무엇이 승리할지, 용서가 합당할지 정원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사루만의 악의 세계는 제왕이 있을지언정 ‘체제’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루만이 무너지는 것이 곧 악의 무너짐을 뜻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무너져도 ‘체제’가 무너지지는 것이 아니기에 <오래된 정원>을 넘기면서는 거미줄 쳐진 폐가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스산한지 모르겠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가운데 땅을 떠나 <오래된 정원>의 디딤돌을 밟고 서서 떨림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앞으로 얼마간은 정원을 산책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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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2013/04/17 1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윤이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한 2년 가까이 해리 포터하고만 지냈습니다. 그래도 글을 후딱후딱 읽어 치우는 스타일이기에 중간중간 다른 책도 좀 읽으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초원의 집>의 매력에 빠져서 요즘은 로라 이야기만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지냅니다.
그런데 이제 지승이 그렇습니다. 한 2년 째 오로지 해리 포터만 보고 지냅니다. 디비디도 해리 포터만 책도 해리 포터만. 그래, 뭐든 빠져보면 좋은 거야. 그래서 해리 포터 영화 한편의 대사를 다 외거나, 아님 우리글 해리 포터 책 한 편을 다 외우면 진짜 로봇을 하나 사주겠다는 제안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따라 말하는 걸 보니 진짜 다 외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식으로 외워보겠다는 도전은 안한답니다. 부담이 싫은 거겠지요. 나도 거의 반은 아들을 놀려주는 기분으로 한 제안이긴 했습니다. 놀리느라 하는 말인 것도 모르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들은 정말 보기에 귀엽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들이 드뎌 해리 포터를 졸업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편을 보고 책을 다 읽어야 영화 디비디를 사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딸은 어느새 후딱후딱 읽어치웠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과 줄거리 정도를 파악한 셈입니다. 그러나 아들은 후딱후딱을 잘 못하는 데다 워낙 <반지의 제왕>이 초등 6학년이 읽기엔 어렵기 때문입니다. 굳이 읽으라고 권하지 않았건만, 디비디를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읽는 것입니다.
왠지 영화로 본 것은 원작을 읽게 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보다 더 멋진 원작의 감동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해리 포터 디비디를 사 줄 때도 책을 다 읽으면 사준다고 한 것이고, 반지의 제왕도 같은 차원에서 책을 먼저 읽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영화를 보려고 읽고, 재밌으면 나중엔 책 자체의 재미로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아들은 가방에 반지의 제왕을 들고 갔습니다. 해리 포터를 외워보라는 미션을 수행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해리 포터를 넘어서 한 발 나아가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한 책읽기입니다.
그나저나 아들은 중학교는 꼭 호그와트에 가겠다고 했는데, 학교를 포기하고 가운데 땅으로 원정을 나서겠다 하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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