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우스 소꼽친구 성희와 지윤이 2010

                       [사진]하리하우스 소꿉친구 성희와 지윤이 2010 - 635x803

소꿉친구 성희

둘 다 일곱 살 봄이었습니다, 지윤이와 성희가 처음 만났을 때. 처음엔 이모와 조카인 줄 알 정도로 사이 좋아 보이는 엄마와 딸이 한글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지윤인 하리하우스 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 곁을 맴돌다 지겨워져서 엄마와 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는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밖엔 찬란한 봄 햇살이 비치고 있었기에 성희에게도 실내에서 한글 공부 하는 것 보단 놀고 싶은 마음이 컸을 터인데 우리 집에 가서 같이 놀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윤이와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같이 놀았으면 하는 친구 하나 새긴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하리에 내려가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성희를 볼 기회가 많아 졌고, 문득 어느 날 성희가 엄마 손을 잡고 놀러 왔습니다. 지윤이가 놀아달라고 조르지 않을 것만으로도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지승에게도 어여쁜 여자 친구 하나 생기는 셈이니 그 또한 좋았습니다.

하리에서 지내는 첫 여름. 유치원 다닐 때라 숙제도 없고 성희 학원도 안가고 해서 내내 만나 놀았습니다. 아침 먹으면 부르러 가고, 아침 전에 부르러도 오고. 긴 긴 저녁 해가 다 져서 깜깜한 길을 무서워 갈 수 없어 할머니께서 데리러 오시도록 놀았습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 성희가 제천으로 이사를 갔지만, 하리가 외가댁이었으므로 방학이나 놀토엔 같이 놀 수 있었습니다.

성희는 참 예쁘게 자란 아이였습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 속에서 자랐으니까요. 친손주는 가을볕에 놀리고 외손주는 봄볕에 놀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성희는 봄볕에 놀며 자란 맑은 아이입니다. 밥 먹으면 너무 당연히 그릇은 개수대에 넣어 놓고, 뭘 먹어도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뭘 줘도 안 가리고 잘 먹고. 특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것이 데리고 있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가끔은 경쟁상대가 되기도 하고 때론 삐지기도 하고 어떨 땐 흑흑 울기도 하고, 어떨 땐 빽빽 소리도 지른다는 성희. 내가 볼 땐 삐지고 우는 모습은 봤지만 소리 지르는 모습은 못 봤는데, 지윤이가 나에게 일러바치길 어른들이 안 보는 데서만 소리 지른 답니다. ^^ 뭐 그거야 지윤이나 지승이나 똑 같겠지만요. ㅎ ㅎ ㅎ 가끔 한 집에 데리고 키워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어울리는 성희와 지윤이. 서로에 대한 우정으로 삶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사이로 성장하길 기도합니다.

참, 지승이는 성희 동생 완이를 데리고 놀기 더 좋아 합니다. 아무래도 깍쟁이 같은 여자 친구보단 말 잘 듣는 남자 동생이 더 편한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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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우스 2010 여름방학 현곡리 냇가 물놀이 중인  진현이

             [사진]작은 학교  2010 여름방학 현곡리 냇가 물놀이 중인  진현이  - 1200x803


진현이의 에너지 - 적응력과 친화력, 그리고 호연지기

처음 진현이가 부모님과 떨어져서 하리하우스에 한 일주일 쯤 갈 수 있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 그 결정이 기뻤습니다. 그 결정엔 친구에 대한 사랑과 나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니 더 좋았습니다.

하리로 가는 길. 진현이는 진슬이를 처음 보았는데도 “형, 형”하며 잘 따랐습니다. 지윤이와 지승이와 진슬이는 오래 본 사이니 괜찮은데 진현이는 진슬이를 처음 만나는 거라 어색해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정 반대의 결과였습니다. 오히려 진현이와 진슬이가 오래 알던 사이처럼 친근해 보이고 지승이는 겉도는 느낌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아, 저것이 진현이의 힘이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거리낌 없이 적응하고 분위기를 이끄는 것이 내가 몰랐던 진현이의 힘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것은 학업성적이 골고루 우수하고 학교생활에서 뒤지지 않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하게하고, 그 선택한 일의 결과를 같이 책임져 주신다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진현이는 언제나 당당하고 그 당당함이 어떤 환경에서든 주도적으로 적응하게 하는 힘이 되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할 때 내가 지윤 지승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고 가르쳐온 것이 아이들을 위축되게 만들지나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택한 결과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지윤 지승이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줄곧 해왔으니 교육적으로 책임감을 갖게 한 점도 있겠지만, 아이를 위축되게 하기도 했겠단 생각을 하고 반성을 하였습니다. 앞으론 한 마디를 더 붙여야 겠습니다. ‘너희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 할 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엄마 아빠도 같이 책임져 줄게.’ 라고.

진현이가 보여준 모습 중에 가장 친근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나를 ‘어머니’라고 불러준 것입니다. 사실 지윤 학교에서 만나 이미 ‘아주머니’로 익숙해진 관계인지라 진현이에게 자칭 뭐라고 해야할까가 고민이었습니다. 보통 여성공동체의 통칭인 ‘이모’라는 말도 약간 어색하고, 그렇다고 처음 보는 사이처럼 ‘선생님’이라 하기에도 참 생뚱맞고. 그런데 ‘엄마!’ ‘이모!’ ‘아줌마!’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 사이로 어느 순간 ‘어머니!’ 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아마도 진현이 아버님께서 ‘지윤이 어머니’의 준말이라 교육해서 보내셨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예상치 못했던 ‘어머니’란 호칭이 참 듣기 좋은 겁니다. 자식이 장성하여 집에 친구를 데려 왔을 때 보통 ‘어머니!’라 부릅니다. 그리고 자식의 친구가 그런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보며 더불어 어리게만 보이던 내 자식이 저렇게 의젓하게 컸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불러주는 ‘어머니!’란 호칭에 그 뿌듯함을 미리 맛보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라 부르기 좀 쑥스러울 것도 같았는데, 하리에 있는 내내 ‘어머니, 어머니!’하던 진현이의 친화력. 그것이 진현이의 또 하나의 에너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슬이 했던 말 때문에 어머니란 호칭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진현이가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자 진슬이 왈, ‘어머니는 보통 결혼해서 그렇게 부르는 건데...’ ㅋ ㅋ

한 일주일가량 떨어져 있다가 진현이를 만난 진현 부모님이 가장 놀란 일이 진현이 목소리가 변한 것이었습니다. 진현이 목소리가 아니라 완전 딴 아이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용조용하고 얌전한 진현이 속에 누각에 올라 군을 지휘하는 장군의 기상이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겐 버럭버럭 소리도 잘 지르고, 징을 쳐가며 서바이벌 게임에서 진두지휘도 잘 하고, 시골길 걷기에서 지윤이가 가파른 길에서 쩔쩔 매자 ‘지윤아! 거기 있어. 내가 구하러 갈게~~~’ 하고 두 번 세 번 미끄러지면서도 결국 지윤이 있는 데로 가기도 하고.... 외갓집 마을 수로에서 미끄러져 허벅지 뒤쪽에 제법 많이 긁힌 상처가 났습니다. 아플 것 같았는데 본인은 괜찮다는 겁니다. 여리디 여러 보이는 진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버티는 장군의 기상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체력 보강만 한다면 진현인 정말 장군감입니다.^^

낮에 한참 더워 바깥 활동이 어려운 시간에 수학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진현이가 수학 문제를 푸는 걸 보고 지윤이와 지승이가 신기해하고, 한편으론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승인 진현이와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문제 푸는 시간에 어깃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진현이는 수학문제를 마치 국어 문제 풀듯이 줄줄이 읽고 끄적끄적 하고 풀어내는데, 지윤 지승에겐 한 문제 한 문제가 난관이었으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다 어려워 할 거라고 예상했던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친구를 본 건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경쟁상대의 눈높이가 올라간 것입니다. 지윤에게 지승이가 지승에게 지윤이가 경쟁 상대였는데, 눈높이를 확 높게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0 여름 방학을 함께 보낸 3학년 사총사 진현 지승 지윤 성희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서로를 독려하고 키우는 아름다운 관계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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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곡리 냇가에서 성희 지윤 진슬이 -

                 [사진]단양 현곡리 냇가에서 성희 지윤 진슬이 - 1200x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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