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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3 마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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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머이와 아부지 마늘 밭에서 김매기 2006


 천연 항생제를 반찬으로 주셨던 우리 할머니

우리 애들이 5살 때다. 둘이 장난치다가 아들이 누나의 머리에 부딪혀 윗 앞니 두 개가 덜렁덜렁 흔들리는 사고를 당했었다. 5살짜릴 엎고 허둥지둥 동네 치과를 갔는데, 두 개 다 빼고 영구치가 날 때까지 의치를 해 넣는 게 좋다고 했다. 세상에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대병원 어린이 치과를 갔다. 한 보름 두고 보자고 하여 기다린 끝에 하나는 뽑고 하나는 살렸다. 휴우~
마침 해성한의원에 갈 때가 되어 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오미자를 물에 우려 내어 머금었다 뱉기를 반복시키면 이가 고정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 마음은 당장 오미자를 사러 갈 것 같았는데 게으름과 설마 하는 마음에 해 주지 않은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된다.

나중에 들으니 양약 중에도 머금었다 뱉는 약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후회 막급이다.

빼어버린 앞니 하나는 ‘치아종’이라는 것이 잇몸에 있어서 영구치가 날 때 방해가 되므로 어차피 미리 뽑아 주어야 했다는 치과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비룡소 출판사 -으로 이상익 선생님이 계신다. 치과의사 선생님이 인상이 좋다는 것과 실력이 좋다는 것의 상관관계는 입증된 바 없지만, 어쨌든 우리 아이들에게 인상 좋은 드소토 선생님이 계셔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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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종을 빼는 데는 잇몸 마취도 하고 시간도 꽤 걸렸다. 당연히 염증도 우려되었다. 선생님이 혹시 지금 먹는 감기약이 있으면 따로 안 먹어도 되고 없으면 하루쯤 먹는 게 좋으니 항생제 처방을 해 주겠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항생제였다. 여차여차 하여 항생제를 한 벅 먹였는데, 두 번 먹이기는 싫었다. 잇몸의 염증 정도는 항생제 없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잘 씹을 수 없는 아이를 위해 호두 죽을 끓였는데, 거기에 마늘과 양파를 다져넣었다. 그 죽을 먹어서인지 잇몸은 잘 아물었다. 근데 문제는 만 2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새 이가 나지 않은 것이다. 쯧쯧...

생마늘이나 생양파는 향과 맛이 강하지만 음식 속에서 익으면 매운 향과 맛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도 잘 먹는다. 그 다음 끼니때도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요리했었다. 그것도 충청도 단양군 적성면 솔고개 산인 오리지날 단양마늘을.

마늘이 갖고 있는 항염기능을 따로 말해 무엇하랴. 아메리카산 천연 항생제라는 프로폴리스는 너무 비싸서도 못 먹이는데, 고향집 앞밭에서 나온 마늘에 풍부한 천연 항생제 성분이 있다니 얼머나 큰 기쁨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야채를 특히 당근과 양파를 많이 먹이고 싶을 때는 ‘최병옥표 스파게티’나 ‘최병옥표 피자빵’을 해 준다. 스파게티 소스와 피자 빵 소스는 동일한 방법으로 만드는데 간단하다. 다지는 데 시간은 좀 걸리지만...

불린 표고버섯, 양파, 당근, 양배추, 감자, 마늘 등 집에 있는 야채는 다 다져 넣고 볶는데 되도록 기름을 적게 두르고 볶는다. 볶다가 표고버섯 불린 물을 넣고 아니면 월계수 잎을 넣고 끓인 물을 넣고 야채가 푹 익도록 끓인다. (월계수 잎을 처음엔 무시 했는데 그 삐쩍 말라비틀어진 월계수 잎에서 나는 향기는 너무도 상큼하다. 박하 향 같기도 하고 제피 향 같기도 한 것이 매력적이다.) 재료가 거의 익었을 때 케첩과 소금 약간으로 간을 맞춘다. 토마토가 흔한 계절엔 토마토를 갈아 넣기도 한다. 표고버섯 대신 새송이를 다져 넣으면 오돌오돌 버섯 씹히는 맛이 아주 좋다. 기름기 없는 부위의 육류를 다져 넣어도 좋다.

이렇게 소스를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녹여 먹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많은 종류의 야채와 마늘을 먹는 줄 모르고 맛있다며 잘도 먹는다.

허긴 그렇게 천연 항생제 먹이며 키워도 요즘 우리 아들은 아데노이드와 편도 비대로 인한 코골이 때문에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로 몇 달째 고민하게 만드니 원...

내가 우리집 거의 모든 요리에 마늘과 양파를 듬뿍 넣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겐 일종의 속임수다. 그런데 그런 속임수 없이 우리에게 마늘을 듬뿍 해 주셨던 분이 계신데 바로 우리 친정 할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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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다섯을 손바닥만한 단칸방에서 돌보시던 할머니. 학교에 이것 저것 돈을 내야 하면 우린 할머니께 손을 내밀었고, 할머닌 돈이 없다며 “손가락을 빼서 주랴!” 하셨다. 수중에 돈은 없고 손주들은 달라 하는 상황에서 내신 역정이셨다. 손주들을 빈 손으로 학교로 보내시면서 내신 그 역정 속에 진짜 손가락을 빼서 팔 데가 있으면 그리 하고 싶으셨을 할머니의 안타까움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할머니는 안계신지 오래다.

돈은 없고 먹을 먹을 건 귀하고, 그런 상황에서 (70년대 중반 서울 유학파인 우리 형제들의 기록이다.) 할머닌 우리에게 마늘을 무쳐 반찬으로 주셨다. 단양 마늘을 캐는 6월 쯤, 부모님이 돈은 못 보내도 마늘은 넉넉히 보내셨었나보다. 때론 생마늘을 얇게 썰어서 고추장에 무쳐 주셨고, 때론 통마늘을 쪄서 고추장에 무쳐 주셨다. 생 마늘 무침은 매웠다. 그래서 생마늘  무침에 대한 기억은 애틋하지 않다. 그러나 찐 마늘을 무치면 이상하게 맵지도 않고 맛이 있었다. 지금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함께 내 콧날을 시큰하게 만드는 것은 익은 마늘 무침이다.

김장 준비로 마늘을 한 양푼씩 깔 때마다 마늘무침이 생각나서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하는데 잘 안된다. 익은 마늘 무침이 없이도 한 상이 차려지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아침, 죽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지승이가 묻는다.

“엄마, 우리가 커서 엄마 아빠가 되면 엄마는 죽어서 없어요?”

감정이라고는 들어가 있지 않은 너무도 담백한 질문이었다. 호기심 만세!

그런데 대답하는 순간 나는 담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누구에게 위안을 주는 대답이었는지 모르겠다. 한가지 내 아들을 많이 사랑해서 내린 대답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옛날, 손가락을 빼서 팔 데가 없어서 손주들을 공납금 없이 학교에 보내셨던 할머니의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지금은 솔고개 학강산 양지바른 곳에 누워계신 할머니께 맛있는 요구르트 한 병 바치고 싶다.

핵심
1. 진짜 좋은 단양 마늘은 밭에 비닐 대신 짚을 덮고 겨울을 난다. 그 모진 겨울을 땅에서 나느라고 웅크려 자라 알이 작고 매운 맛이 진하다.

2. 진짜 단양 마늘은 친정 어머니께 부탁해도 어떨 땐 구하기 어려운데, 시중엔 어쩜 그렇게 단양 마늘이 많은지...

3. 그래서 진짜 단양 마늘은 좀 비싸다.

4. 같은 단양마늘이라도 시골 집 헛간 처마 밑에선 오래 가는데 서울에선 저장이 잘 안 된다. 까서 찧어 냉동실에 넣고 먹는 것이 최상책인 듯.

5. 단양 마늘은 항염 작용이 뛰어나고 몸을 덥혀주며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만 생마늘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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