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어린이 돕기 행사 -수존에게
올해도 어린이 날이 어김없이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어린이날은 선물을 받는 날이 아니라 사랑을 받는 날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무언가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사시사철 엄마 어린이 날이 얼마 남았어요 하고 묻곤 합니다.
얼마전 학교에서 굶주리는 아프리카 어린이에 돕기에 대한 행사를 했습니다. 저금통에 잔돈을 모아 내고, 배포된 CD를 보고 주인공인 수존이란 8살 아이에게 편지를 써서 내는 행사였습니다. 올해 어린이 날에는 수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선물에 대한 지윤 지승의 갈증을 덜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 날의 참 뜻인 어린이를 향한 사랑이 멀리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랍니다.
수존에게
수존아, 나는 서울에 사는 우지승이야. 넌 아주 착한 아이고, 어머니도 도와주고 넌 아주 집 살림살이도 잘하고, 넌 지금 1석 2조인 일을 하고 있어. 쓰레기를 주우면서 집을 살리고 환경오염을 줄이기도 하잖아.
그리고 넌 8살 밖에 안 됐는데 엄마를 도와주려고 밥을 만들어 주는 네가 나는 참 대견스럽구나.
그리고 너는 집이 가난해서 좀 안 좋겠다. 난 너를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난 학교 생활을 하고 또 어른이 되면 회사를 다니느라 바빠서 너에게 못 가는 거야. 내가 가면 너를 많이많이 도와줄게. 그리고 또 내가 없더라도 네가 할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돈을 아끼면 집이 살아날 수 있어. 우리는 네가 잘 살고 잘 지내고 집 살림새가 더 잘 되길 빌어.
지승이가.
굿네이버스라는 단체에서 벌이는 불우지구촌어린이 돕기 행사에 지승이가 쓴 편지입니다.
같은 내용의 행사로 작년에는 저금통과 안내문을 갖고 왔었는데, 올해는 수존이라는 8살짜리 소년이 쓰레기를 주워 번 600원으로 4식구의 끼니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내용이 담긴 CD를 한 장씩 갖고 왔습니다. 굿네이버스의 활동을 알리고 동참을 구하기 위하여 플라스틱 저금통 두 개와 CD 두 장, 그리고 인쇄물 두 장을 쓴 셈입니다. 인쇄물과 저금통과 CD 등 (해설자로 출연한 탤런트 김현주의 섭외비용을 제외-실은 김현주씨가 무료 봉사하지 않았을까 라고 아름다운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행사를 하기 위해 굿네이버스에서 지출한 금액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니 좀 씁쓸하였습니다. 굳이 수존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면 굿네이버스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려놓고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지도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국제구호기구가 있다는 것은 자랑으로 여길 만한 일입니다. 그런 기구에서 하는 일은 가정살림과는 달리 무조건 아낀다고 최선인 것만은 아닐 거란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국제기구의 명성은 광고를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구호활동을 한 결과로 인정받고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번 행사를 통해 굶주린 어린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밥 한 그릇을 소금에 비벼 온 가족이 한 입씩 먹는 모습은 정말 딱하였습니다. 아이들도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 지 가끔 뜬금없이 묻기도 합니다.
“엄마, 수존은 안 먹어 본 음식도 잘 먹을까? 배가 고프니까 아무거나 잘 먹겠지? 우리나라 밥을 줘도 잘 먹을까? 소금 맛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까?”
이런 질문은 주로 딸이 합니다.
“엄마, 수존한테는 100원도 아주 큰돈이지요? 엄마, 어른들도 배가 아주 많이 고프면 그 애기처럼 배가 불룩해져요? 왜 그 동생은 배가 그렇게 커요? 엄마, 아주우 ~ 옛날엔 백 원만 있어도 아주 큰 부자였지요?”
이런 질문은 주로 아들이 합니다.
배고픔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에게 밥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건 아주 큰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배고픔을 위로하는 마음만 편지에 실으면 될 터인데, 편지 중 우수작은 골라 수존에게 전달하며 해외봉사 체험의 기회를 무료로 준다는 시상내역에 욕심까지 싣게 되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아들의 편지를 통하여 수존을 향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존이 쓰레기를 줍는 것을 환경오염과 연관시켜 1석 2조의 일을 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내용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수존에게 쓰레기 줍기는 자연보호 차원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데, 그걸 구분하기엔 아직 아들이 어렸던 겁니다.
한편으론 매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기회가 생길 때 마다 강조하며 키운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며 분위기 파악 안 되는 아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아낄 돈은커녕 당장 끼니를 이을 것이 걱정인 수존에게 ‘ 돈을 아끼면 집이 살아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아들의 생각도 자랑스러웠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아껴야 잘 살 수 있다는 평소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윤, 지승 속에 싹을 틔운 나눔의 미덕이 수존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날까지 더욱 커져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존에게 한 마디를 썼습니다.
‘너에게 행운이 깃들길 기도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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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존에게 보내는 편지지와 함께 앞으로 계속 굿네이버스에 기부를 하겠다는 내용에 동그라미를 쳐서 냈습니다. 지윤이 지승이 둘 다 정기적 기부를 약속했는데,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동그라미를 턱 그리는 겁니다. 저희들에겐 아직 용돈 제도가 없으니 내야 하는 몫은 당연히 엄마차지입니다. 만원이란 작은 돈을 지윤이와 지승이 이름으로 내고 있습니다. 요즘엔 기부도 자동이체로 나가더라구요.ㅋㅋ 내가 선뜻 못 나서는 기부의 삶에 동그라미를 쳐준 지윤이와 지승이의 마음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래서 가끔 굿네이버스에서 소식지를 보내줍니다. 지윤이와 지승이는 북한 어린이 돕기에 써달라고 했기 때문에 자매결연을 맺은 친구가 없습니다. 말도 안통하는 아프리카의 어떤 아이와 연결되는 것 보단 북한 어린이와는 말도 통하고 편지 주고 받기도 쉬울텐데, 굿네이버스 측에선 유독 북한어린이와는 일대일 자매결연을 해 줄 수 없다고 해서 아쉬워합니다. 그러나 내가 누구를 돕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동포친구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이번 달부터 저희들도 용돈이 생겼으니, 그 중 일부를 모아 기부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어봐야 겠습니다. .
자신도 풍족하고 그리고도 나눌 수 있는 삶. 최상의 삶이 아닐까요. 물론 자신이 풍족하지 못해도 기부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더 훌륭하지만, 그렇게 까지 하라고 가르치기는 왠지 싫은 게 평범한 부모 맘이겠지요. 내 자식이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길 바라는 맘과 같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