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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16 내 어릴 적에
  2. 2007/01/16 내맘대로 오곡밥
  3. 2007/01/14 뽕나무와 오디 이야기

내 어릴 적에

가을과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된다. 개학을 하는 날엔 선생님과 친구들이 왠지 새로워 보이고, 새로움이 지나쳐 좀 머쓱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여름 방학식날 받았던 성적표에 부모님의 확인 도장을 받아 내야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2학기 때는 좀 더 잘 해야지 하는 야심 찬 각오도 개학 첫날의 새로운 느낌을 부추겼던 것 같다. 그래서 야무진 자세로 앉아 개학 첫날을 맞곤 했었다. 새로운 각오를 다져주었던 것으로 새 학기가 되면 마련해주는 새 연필과 새 공책도 한 몫을 했었다. 모든 물자가 귀하던 시절이어서 새 연필 한 자루에도 ‘이제부턴 진짜로 글씨를 예쁘게 써야지.’ 하는 각오를 걸기에 충분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내 아이들을 위해 12색 색연필과 12색 사인펜, 24색 크레파스를 장만하여 낱개 하나하나에 이름을 쓰는 일로 가을 학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학기엔 그렇게 낱개 하나하나 이름을 다 적어 놓았는데도 한 학기가 지나기 전에 사인펜은 두 자루만 남고 색연필은 대여섯 자루만 남았으니 보충해서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었다. 내가 우리 아이들 교육을 잘 못 시켰구나 하고 있는 와중에 담임선생님 말씀이 다른 아이들도 다 비슷하게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내 아이만 그렇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니 부모 심정으로 좀 다행이다 싶다가,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잃어버린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많아진다.

자기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잘 챙기지 않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멀쩡하게 긴 연필이 교실 바닥에 굴러 다녀도 아무도 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고 지우개가 발에 채여도 누구도 주우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새 보온 물통이 습득물 함에 있어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혼내지 않겠다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주인이 나오지 않더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고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어렸을 적엔 그 반대였다. 남아도는 물건을 주인 찾아주기 위한 색출 작전이 아니라, 새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훔쳐간 범인을 찾기 위한 작전이 일년에 한 두 번 쯤 벌어졌었다. 특히 ‘아빠가 다른 나라에 출장 갔다 오시면서 사 오신 거란 말예요.’ 하면서 아이가 울고 있으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럴 때 선생님들이 주로 쓰셨던 방법은 철저한 비밀보장이 전제되는 ‘자수’를 권장하는 것이었다.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진 ‘자수하여 광명 찾자.’ 라는 표어를 생활 여기저기서 보고 자랐으니 만치 우린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반 아이들 모두 눈을 감고 선생님의 권고 말씀을 들은 후 가져간 사람은 조용히 손을 드는 것이다. 그럴 땐  가슴이 콩닥거리는 흥분과 누가 범인일까에 대한 추측으로 머릿속이 휙휙 바람소리가 날 만큼 바쁘게 돌아갔었다. 그리고 혹시 어디선가 손을 드는 미동이 느껴지지나 않을까 해서 온 피부의 감각마저 살아났던 것 같다. 그러나 눈만은 더 질끈 감게 되었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잘못해서 눈을 깜박거렸다간 ‘내가 가져갔어요.’ 하는 표시로 보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떨 땐 다행히 진짜로 손을 드는 사람이 있는지, ‘자 다 같이 눈 떠라. 정직하게 손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라고 하기도 하셨다. 그럴 땐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과연 누구일까를 두고 입방아를 찧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친구를 의심하는 것을 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교육적으로 참 잘못 된 일이었다.
또 어떨 땐 눈 감고 손들기 작전으로 되지 않아 ‘가방검사’를 당하기도 했는데, 지금 같으면 어린이 인권침해 논란이 될 법도 한 일이지만, 어쨌든 없어진 학용품 하나를 찾기 위해 ‘수사반장’처럼 진행되던 일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리 아름답거나 행복했던 기억이 아님에도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벌였던 일들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그 당시 아이들의 ‘자기 물건 챙기기’에 대한 마음이 그리워서 인듯하다. 작은 물건에 대한 애착은 무엇이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처럼 굴러다니는 물건이 있어도 누가 주인인 지 알 수 없는 세태와는 달랐으리라.

‘내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자라 ‘남의 것’ 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될 것이고, 그런 마음은 ‘우리 것’ 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될 것이다.

연필과 천연 고무로 만든 지우개는 지구의 나무에서 왔고 크레파스는 지구의 석유에서 왔다. 색종이 한 장도 ‘우리의 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나의 지구’  ‘너의 지구’ ‘ 우리의 지구’를 소중히 하는 마음도 절로 생겨나지 않겠는가.

우리의 지구를 걱정하는 의미에서 새 학기를 맞아 학용품을 정비 해 줄 때 우리의 모든 아이들에게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좀 해주면 좋겠다. 볼펜 껍질에 끼워 쓰던 몽당연필과 쓰고 남은 공책을 모아 묶어서 연습장으로 쓰던 일과, 신문지를 갖고 가서 붓글씨 연습용 종이로 썼던 일과, 새 공책을 받으면 각 장마다 번호를 써서 중간에 찢어 버리는 일이 없게 했고, 공책 표지의 뒷면에도 글씨를 쓰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그러면 잃어버린 학용품에 대한 불감증이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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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오곡밥


흰 쌀밥 한 그릇이 보약보다 낫다 하였거늘, 하물며 찹쌀에 검은 콩. 붉은 수수, 팥. 노란 차조까지 가미한 오곡밥이야 어디에 비기랴.
게다가 몸에 좋다하니 찰흑미도 넣고 현미도 넣고, 과감하게 보리도 한 줌 넣어 보자. '오곡밥' 앞에 '퓨전' 두 글자 붙여도 되지 않을까.
알고 먹으면 더 약이 되는 법. 퓨전 오곡밥 무엇이 좋은가?
쌀 배아에 있는 옥타코사놀이란 물질은 근력과 지구력을 증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수천 마일을 여행하는 철새들의 원동력이 바로 옥타코사놀의 힘이라 한다. 그러나 백미의 단점이라면 도정에 의한 섬유질과 배아의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그 손실을 막기 위해 쌀의 배아를 살린 현미를 오곡밥에 넣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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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의 당지수( 糖指數)는 59. 보리와 검음 콩의 당지수는 각각 25와 18로 백비의 이분의 일, 삼분의 일 수준이다. 또 보리에 들어 있는 베타글루칸이란 성분은 체내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해서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양배추, 마늘과 함께 항암 성분이 있는 대표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오곡밥에 보리를? 좀 어색할 수도 있지만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이 걱정되는 경우 꼭 넣어 드시길.

블랙 푸드가 유행이라. 검은콩과 함께 찰흑미도 넣어보자. 검은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항산화 작용을 하고, 특히 검은콩은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피부콜라겐과 비슷한 성분이 있다니 꼭 챙겨 넣을 것.
차수수의 성분은 대부분 탄수화물이지만, 팥의 붉은 빛과 만나 오곡밥에 요요한 홍조를 띠게 하니 빼 놓을 수 없다. 팥은 칼슘이 많고 밥맛을 부드럽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낱알이 굵은 콩, 팥. 거친 느낌의 현미와 보리. 이런 잡곡에 찰기를 주는 것이 찹쌀과 차조다. 특히 차조는 단백질과 지질이 쌀보다 많아 회복기 환자의 미음 재료로도 좋다. 가능하다면 밤, 대추, 은행에 잣까지 넣어 한껏 호사를 부려보자. 미네랄 풍부한 천연 소금으로 간까지 맞춘 김 모락모락 나는 오곡밥 한 그릇 그런 오곡밥은 우리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살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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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뽕나무에 달리는 열매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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