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1/30 피아노 콩쿠르를 다녀와서 (1)
  2. 2010/11/04 어린이 대공원에서 보낸 즐거운 하루 (1)
나그네님께

보내주신 초콜릿 온 가족이 나눠먹고 힘 내서 피아노 잘 치고 왔습니다.
콩쿠르 결과가 어제 오후 나왔는데요, 지윤인 아까운 우수상, 지승인 다행인 우수상입니다.  지윤인 중간에 한 번 틀렸다 하구요 지승인 중간에 일부를 아예 건너 뛰고 쳤답니다.  대회전에 선생님이 가장 강조한 내용이 틀려도 당황하지 말고 다음 걸 계속 쳐라 였는데, 충실히 따른 편이지요^^

둘 다 대회는 처음이라 얼마나 긴장들을 했는지, 피아노를 치고 나왔는데 둘 다 얼굴이 발갛게 달았더라구요. 지승이는 속이 상해서 살짝 또 눈물이 났구요, 지윤인 아쉬워하긴 하는데, 다음에 한 번 더 나가면 안떨리고 잘 할 수 있겠다고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하더라구요. 지승이도 다시 도전해 볼 마음이 있냐고 했더니 다시 해 볼 마음 있다고 하네요. 대회가 끝나면 다시는 안한다는 아이와 다시 하겠다는 아이가 있는데 둘 다 다시 해보겠다고 하니 피아노가 지겹지는 않은가 보다 하여 그 점이 기쁩니다.

이번엔 준비기간이 짧은데 비해 아이들이 집중해서 외우고 연습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리고 평소에 하리에 피아노가 한 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지승이도 그 생각이 든답니다. 하리에 가면 연습을 못하니까요. 그러면서 피아노가 얼마나 하냐고 묻더라구요. 몇 만원 이상 넘어 가는 건 실감할 수도 없으면서  묻기에 그냥 비싸다고 했지요. 

하리 데크에 서면 영화 '피아노'가 생각납니다. 아마 지금 보면 스무살 시절에 본 것 보다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바닷가에 피아노를 내려놓고 치던 장면. 다른 건 기억이 안나는 데 그 장면은 영화의 대명사처럼 떠오르네요. 텔레비전 광고에도 야외에 피아노를 놓고 치는 장면이 연출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저는 하리 데크에 서면 특히 하늘이 말할 수 없이 파란 날은,  데크에서 피아노를 치면 너무나 멋지겠단 생각을 합니다.  바래가는 나무 데크위에 윤나는 까만 피아노.  여긴 그랜드 피아노가 어울리겠죠?  파란 하늘과 피아노 소리.  이런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멋진 음악을 듣는 것 만큼이나 행복합니다.  그런데 그 피아노를 누가 치는가가 문제인데, 만약 정말로 그럴 기회가 된다면 지윤 지승의 피아노 선생님께 연주의 영광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지윤 지승도 자연과 하나되는 음악을 연주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구요.  친구 딸내미가 바이올린을 한다니 협연도 좋겠네요. 상상 속의 음악회가 이 순간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이만하면 제 삶도 꽤나 화려하고 사치스런 삶이네요.

처음 아이들 피아노 선생님을 만났을 때 한 말이 '선생님, 저는 피아노를 몰라요. 제가 어렸을 때는 피아노는 동경의 대상이었거든요. 우리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목적은 그저 자기가 치고 싶은 곡이 있으면 연습해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하는 것이구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피아노가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였습니다. 지윤 지승이 피아노를 대하는 걸 보면 그 정도 기대는 충족되고 있는 듯 하여 기쁩니다.
그런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대회 이후 지윤 지승이 피아노 대회하는 놀이를 하고 놉니다. 사회도 보고 둘이 점수도 멕이고 상도 주고 합니다.  저한테 '땡!' 하고 종치는 임무를 맡기니 귀찮은 일 하나 늘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의 경험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게 됩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한 까닭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 대목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성장하는 하리하우스의 작은학교이야기가 이 아침 힘이 되어 나에게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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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0/12/13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윤이와 지승이가 좋은 경험을 통해 뭔가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네요.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때 도전하는 기쁨과 노력을 통해 맛보게 될 결과의 달콤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순간의 마음을 끝까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보낸 즐거운 하루

우지윤

내가 앉아 있는 곳은 어린이 대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의자다. 지금 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중이다. 올라가는 순간부터 소름이 돋았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나는 이 때 부터 끝날 때 까지 눈을 꼭 감고 탔다. 롤러코스터에서 내려 올 때 얼마나 다리가 후들거렸는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아찔하고 무서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타고 싶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기구를 타 보고 싶었기 때문에 바이킹을 탔다. 보기만 해도 재미있어 보이는 바이킹. 그렇지만 막상 타고 나니깐 너무 무서웠다.

마지막으로 탄 놀이기구는 유령의 집이다. 너무 끔찍했다. 쿵쿵 땅이 흔들리나 하면 괴상한 소리도 났다. 나는 1분 안에 그곳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나는 동생과 함께 집에 왔다. 참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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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10/11/04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진행형은 주로 현장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공포영화에서 주인공의 시선이 움직이는 길을 카메라가 같이 따라가는 기법은 그 일이 눈앞에서 금방 벌어지고 있다는 현장감을 고조시킨다. 마찬가지로 글에서의 현재진행형은 주인공이 겪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긴박감이나 현장감을 강조한다.
    그 현재진행형이 딸의 글에서 발견되었다. 대부분 아이들의 경험담은 과거형으로 표현된다. 과거의 일이므로 자연스레 과거형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딸이 롤러코스터를 탄 경험은 현재진행형으로 시작되었다.

    ... 지금 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중이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경험이 너무나 긴장감 넘치는 것이기에 글을 쓰는 시점에서 그 긴장감을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글의 종결어미를 현재 진행형으로 쓰게 되었을 것이다. 내용이 형식을 지배함을 딸의 글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내용에 따라 형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은 딸이 스스로 익힌 것이다.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는 독서활동 속에서 자연스레 터득한 표현법. 많이 읽는 것이 잘 표현 하는 지름길이다. 일기 숙제는 지겹다고 난리를 치지만, 뭐든 읽는 것은 싫다고 하지 않는 딸이기에 읽기를 통해 쓰는 법을 익힌 것이다.

    쓰게 하고 싶다면 많이 읽히라.
    쓰게 하고 싶다면 많이 경험하게 하라.
    쓰게 하고 싶다면 많이 생각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