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0'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10 열흘과 열하룻날 이야기
  2. 2011/03/10 여드레 아흐레 째 이야기 - 프라모델과 집중력 (2)
 

지윤 지승의 이모 중에 그림 쓱쓱 잘 그리는 이모가 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 나름대로 두 이모의 특징을 들어 별명이 다릅니다. 꿈이 만화가였던 이모가 그림 그리는 걸 보더니 ‘안 보고 쓱쓱 잘 그리는 이모’라 하고, 공책 표지 만화를 보고 그대로 따라 그려주는 이모는 ‘그림 보고 잘 그리는 이모’라 합니다.

애들한테 그림 잘 그리는 이모가 오늘 오시기로 했다고 했더니 묻습니다. ‘쓱쓱 잘그리는 이모요, 보고 잘 그리는 이모요?’하고.

‘보고 잘 그리는 이모’가 온다고 말해주고 친구 맞을 준비를 합니다. 삭힌 고추, 묵나물, 고사리나물, 마늘쫑 장아찌, 그런 반찬들을 챙겨보며 추억도 같이 챙겨보았습니다. 당연 멀리서 오는 벗을 맞음이 그 아니 기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 줄 것을 못 사왔다고 굳이 단양 읍내를 나가자고 해서 드라이브삼아 나섰습니다. 읍내 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샀습니다. 아이들은 이모가 사주는 과자를 받아들고 행복합니다. 엄마는 안 사주는 종류의 과자를 이모가 사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탄산이 들어간 청량음료 및 합성착향료, 합성착색소  들어간 음식물 반입 금지라고 하리하우스 공지란에 명기해 놓았기 때문에 과자를 사 올 때 원료를 확인하고 사 옵니다. 아님 미리 전화를 해서 어떤 과자가 좋냐고 물으면 그냥 합성향료 안 들은 씨리얼 하고 우유를 사다 달라고 합니다.  대부분 그 주문을 따라 주셔서 모르고 갖고 온 과자는 차에서 꺼내지 않는 성의를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은 부적합 한 과자들이 반입되기도 하는 데, 바로 이모가 골라 주어서 이미 아이들 손에서 다시 회수하기 어려운 ‘프링글스’였습니다.

프링글스, 참 맛있는 과자입니다. 참 비싸기도 하구요. 이모가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골라준 것인데다 그래 그게 어떤 맛인지나 알아봐라 하는 생각에 허락했습니다. 실은 내가 좋아하는 과자이기도 합니다. ㅋ ㅋ  생전 처음 먹어보는 프링글스 치즈맛과 바베큐 맛에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습니다. 아빠를 좋아하는 지윤이는 아빠를 드리겠다고 몇 개 남겨 놓았고 지승인 다 먹었습니다. 청소를 하다가 치즈맛 프링글스 통이 비었기에 재활용통에 넣었더니 지승이 다시 꺼내서 모셔둡니다. 왜 그러냐 했더니 냄새라도 아빠 맡으시라고 보관한다는 겁니다. 프링글스가 감자튀김이니 신선도만 유지된다면 크게 금지할 품목은 아닙니다. 그런데 치즈맛과 바비큐맛을 내는 합성착향료가 문제가 되어 금지한 것인데, 오히려 아빠를 위해 냄새를 남겨두기엔 합성향료가 유리했습니다. 왜냐하면 냄새가 진해서 과자 뚜껑을 열면 고소한 치즈향과 칼칼한 바비큐향이 짙게 풍겨나기 때문입니다. 아빠를 위해 냄새를 남겨두겠다는 아이들을 보고 ‘그림 보고 잘 그리는 이모’는 또다시 단양 읍내를 나갔습니다. 프링글스를 사러.

이모와 난로에 불 때서 고기 구워먹고 노래 불러 드리고 하면서 재미있는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이모는 그림을 그려 주시고 아이들은 모사란 무엇인지 자연스레 배우고. 뭐든 배움이 없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여드레 아흐레 째 이야기


건담 조립--시간이 아까워!


한이네가 떠나고 다시 셋만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남은 자로서의 약간의 울렁증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천만 다행으로 ‘건담’이 왔습니다. 주문을 해 놓고 입고가 지연되니 주문 취소를 해 달라는 업체의 부탁을 거절하며 애타게 기다려 온 건담. 그 건담은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하던 순간에는 일본 땅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일본 땅에서 태어나기도 전에 ‘넌 내거야.’ 라고 ‘찜’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총알배송, 당일배송, 특급배송, 이런 시대에 한 달을 넘게 기다려 받은 건담. 이별 뒤의 우울함을 말끔하게 잊고 지승이 건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들은 느려. 하지만 기다려주면 천천히 잘 할 거야,’ 라고 맘먹어도 때때로 안타깝게 하고 때때로 화도 나게 하고 때때로 속도 상하게 하는 아들입니다. 하지만 아들이 건담을 조립하는 동안만큼은 ‘그래, 우리 아들은 맘만 먹으면 뭐든 해 낼 놈이야.’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아이들의 능력은 집중력이란 말로 대신해도 좋을 정도로 얼마만큼 집중하느냐에 좌우됩니다. 그런데 건담을 조립하는 동안 지승의 집중력은 높이 살만 합니다. 오후 서너 시 쯤 받은 건담을 받자마자 뜯어서 조립하기 시작했는데, 저녁 먹기 전까지 한 네 시간을 매달려 했습니다. 해 있을 때 조립하기 시작한 것이 해가 깜빡 넘어가고 불 켜고 해야 하는 시간도 넘어 저녁 먹을 시간도 지나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만하라고 했더니 지승이 하는 말

“시간이 아까워!‘

시간이 아까운 걸 절로 깨닫는구나 싶었습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자식을 보는 엄마로서 참 흐뭇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건담을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세 시간을 한자리에 앉아서 만들더니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끝낸 터라 여유 있는 오전을 보냈습니다. 지윤이도 지승이가 완성한 걸 보더니 지승이에게 도와달라고 해서 자신의 건담을 다 조립했습니다. 손끝이 야문 지윤인 지라 방법을 알자 속도는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지윤에게도 건담을 해 보라고 권해보길 잘 했단 생각을 했습니다.


오후엔 사랑방에서 난타 연주회를 했습니다. 지윤, 지승이는 여섯 살 때 다닌 유아체능단에서부터 장구를 배웠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우리 가락에 배우기 시간에 장구를 배웠습니다.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지승이는 사물놀이를 꾸준히 배웠고, 지윤인 3학년 일년동안 난타를 집중적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작은학교 난타교실인 사랑방에는  북 징 장구 꽹과리  의 사물을 모두 갖추어 놓았습니다. 거기에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탬버린, 소고, 트라이앵글에 손바닥만한 심벌즈, 캐스터네츠까지 타악기는 넘치도록 넉넉합니다. 때로 좀 웅장한 (?)심벌즈 소리가 필요하다 싶을 땐 스테인레스 냄비 뚜껑을 쌍으로 내다 쓰기도 하는데, 울림이 꽤 좋습니다.

타악기는 리듬을 즐길 수 있고 가격이 관악기나 건반악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정에서 자유로이 연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학교 사랑방에서는 연주가 가능합니다. 사랑방 출입문은 드넓은 데크 쪽이고 창문은 뒷밭 쪽이라 환한 낮에 연주하는 데는 이웃에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없습니다. 또 시골 어른 대부분은 풍물 소리를 친숙하게 여기셔서 듣기 좋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마침 3학년 2학기에 ‘후이야 훠이 훠이’ 하는 국악가락의 노래를 배웠다기에 그 곡으로 연주를 했습니다. 나는 북을, 지윤인 장구를, 지승이는 징과 꽹과리를 맡았습니다.

-앞 논 에는 찰벼를 심고,

후이야 훠이 훠이

뒷 논 에는 메벼를 심고

후이야 훠이 훠이 ...

아이들은 저희들  배운 것을 엄마에게 가르치며 노는 것에 신이 나고 , 엄마는 아이들 노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겨울나그네 2011/03/10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리하우스 북치는 지윤공주^^ 유튜브 동영상입니다.

    http://youtu.be/Ik1-LRj3uD4

    위에 주소를 클릭하면 됩니다.

  2. 나그네 2011/04/12 0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담 조립은 저와 아들의 공통 취미입니다.ㅎㅎ.다 커서 무슨 장난감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프라모델은 고도의 집중력과 도면을 볼 수 있는 공간능력을 필요로 하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들과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게 있다는 것이죠.함께 대화해 가며 도면을 보면서 부품을 자르고 서로 맞추고 있노라면 25년이상의 세월을 뛰어 넘어 어린 아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어릴적 건담을 보면서 느낀 그 느낌을 아들도 느끼고 있겠죠.ㅎㅎ.제가 다음에 스트라이크를 선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