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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06 노랑가방과 마틸다
  2. 2007/02/28 옥수수가 익어가는 시절엔...
  3. 2007/02/23 마늘 이야기...



 노랑가방과 마틸다

틈틈이 초등학생용 권장도서 중 호기심 가는 책을 골라 읽고 있다. 대부분 외국 창작동화인데, 내가 초등학생 시절엔 접할 수 없던 책들이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읽으면서 이 책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나만의 방법으로 별표를 하고 있는데, 별표를 많이 주는 첫 번째 기준은 얼마나 감동적이냐이다. 감동 전에 교훈을 주려는 책들이 가끔 있는데, 그런 책은 내 기준으로는 낙제점이다. 어쩌면 나의 기준이 편협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도 감동적인 동화를 읽을 때 책읽기의 재미를 흠뻑 느끼고 그래야 다른 책도 읽어 볼까하는 마음이 동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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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것 중 <노랑 가방> -비룡소 출판사 - 과 <마틸다> -시공 주니어-가 좋았다. 특히 <노랑가방>은 주체성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해 볼 수 있는 책으로 저학년보단 고학년이 읽기를 권한다. <마틸다>는  옳지 못한 권위에 대한 도전적인 내용이고 결국 세상이 밝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통쾌하게 그리고 있다. <지각대장 존> -비룡소 출판사 - 과 함께 비교해 보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샬롯의 거미줄>- 시공 주니어-이 영화화 되어 국내에서 화재가 되고 있다. 샬롯이 열심히 거미줄 짜는 얘기를 책으로 읽었을 때는 특별한 감동이 없었는데 영화로는 어떤지 궁금하다. 그러나 내가 책으로 읽고 영화로 보고 한 것들의 대부분은 영화가 책이 주는 감동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는데, 아마도 영화는 피동적 행위이고 책읽기는 능동적 행위인데서 오는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간혹 권장도서목록을 믿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다. 평가 기준의 차이에 의한 것 말고 간혹 실수로 책을 잘못 선택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000옮김을 사야 하는데 실수로 000엮음으로 된 책을 사는 경우가 그러하다. ‘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 작가의 <도련님> 이란 책을 읽었는데 읽다가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이 정도 수준의 책을 그렇게 대단한 것으로 광고를 하다니 하며 실망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겉표지를 찬찬히 보는 순간 알았다. 000번역 또는 000옮김이 아니라 000엮음이었던 것이다.

실은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거의 금서 취급을 하는 책 중 하나가 000엮음 또는 편집부 엮음 이라고 돼 있는 책들이다. 다시 말하면 줄거리 중심으로 엮은 글로서 그런 글들은 원작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대부분 원작이 갖고 있는 웅장한 서사나 혼이 깃들어 있는 묘사는 가지치기 당하고 줄거리를 짜는 데 필요한 껍질만 남은 글들이 십중팔구다. 이렇게 껍질만 있는 책을 읽게 되면 동화나 소설을 감동적으로 읽을 수 없다. 감동을 느끼지 못하면 책에 대한 욕구가 주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서사나 묘사가 뛰어난 문학작품을 오히려 지겹게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완역된 책 고르기를 강조한다. 빨간 머리 앤도 폭풍의 언덕도 ‘논술대비 초등 세계 명작’ 운운하며 엮음으로 나온 책 말고 토씨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우리말로 옮긴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긴 글을 읽기 어린 나이라면 20 페이지짜리 외국동화를 20페이지짜리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을 보는 편이 훨씬 낫다고 본다.  

좋은 책을 읽는 목적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논술 대비가 목적이 아니다. 주객이 전도돼서 결과가 좋을 리 있겠는가?

지난 여름 휴가 길에 휴게소에서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을 싸게 팔기에 옳거니 하고 사서 읽었는데 재미있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났는데 ‘원작으로 읽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자꾸 들었다. 같이 읽은 남편도 그 점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하나 하게 된 생각.
’내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도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이나 청소년을 위한 토지는 권하지 말아야지. 차라리 조금 어 커서 성인이 된 후에 그냥 <토지>와 그냥 <장길산>을 읽으라고 해야지.

우리집 아이들 책을 여기저기서 물려 받다보니 때론 내 관점에서 보아 부적합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읽었으면 하는 생각에 얻어 갖고 온 상자에서 꺼내지 않고 쌓아두었는데, 용케도 이책 저책 꺼내서 읽어 달란다. 할 수 없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읽는데, 알리바바의 욕심쟁이 형을 도둑들이 ‘갈기갈기 찢어 죽였다.’는 표현이 나와서 순간적으로 ‘칼로 찔렀다.’로 얼버무려 읽었다. -칼로 찔려서 어떻게 됐는데? 라고 딸이 물으면 아마 의사선생님이 고쳐 주셨겠지 뭐! 라고 대답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안 물어 보더라 - 다음 장면에 토막 난 시체를 구둣방 할아버지가 꿰맸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또 어쩔 수 없이 대충 넘어가서 읽어 주는 수밖에.  아무리 동화라지만, 자기네 것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도적들 얘기는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조금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차라리 아니 읽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글쎄 ......

얼른 하리하우스를 손봐서 책들을 정리했으면 좋겠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좋은 책을 딱 꽂아놓고 이렇게 끔찍한 내용이 있는 책은 까치발을 하고도 뽑을 수 없는 곳에 꽂아두고 싶다.

세상에 좋은 책은 끝없이 많은데 책값은 비싸고 어쩌나. 벌써 여기저기 흩어져버린 아이들 세뱃돈을 다시 그러모아 새로 나온 그림책이나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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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솔농원 옥수수 밭에서 김매는 엄마^^

 옥수수가 익어가는 시절엔...

옥수수는 다 찰지고 쫄깃거리는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쌀이 찹쌀과 멥쌀로 구분되는 것처럼 옥수수도 찰옥수수와 메옥수수가 있더라. 허면 찰옥수수와 메옥수수를 어찌 구분할까. 확실한 방법은 먹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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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우리집 냉동실에 쌀가루가 있는 데, 이것이 멥쌀가루인지 찹쌀가루인지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거다. 그래서 방앗간에 가서 여차저차 이야기를 하고 구분이 가능하냐고 했더니 찹쌀과 멥쌀은 불리기 전에만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일단 불리고 빻았으니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다는 게다. 먹어봐야 안다는데, 잘못해서 팥죽에 넣는 옹심이( 새알 )를 멥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결국은 찹쌀이든 멥쌀이든 상관없이 쓸 수 있는 김치양념용 풀로 썼을 것이다. 방앗간 집 아저씨가 구분을 못할 정도니 찰옥수수와 메옥수수의 구분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

물론 충청도 오지에서 자라며 옥수수를 먹은 경력이 9단이니만큼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있는데, 우선 보기에 껍질이 얇아 속이 투명하게 비치고 껍질에 윤기가 나며 손톱으로 알을 눌러보았을 때 통통한 탄력이 느껴지는 옥수수가 맛있는 찰옥수수일 가능성이 크다. 때를 잘 맞춰 친정엘 가면 큰 솥으로 하나씩 옥수수를 삶아 주시는데, 그 때 난 위의 기준으로 더 맛있는 옥수수를 골라 먹는다. 물론 친정 집에 것은 다 찰옥수수이지만, 그래도 더 눈에 띠는 것을 골라 ‘음, 이 맛이야.’ 하며 먹는다. 그 순간엔 내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고 옥수수통을 들고 있는 손도 즐겁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내 어머님 몫일게다.

‘논귀에 물 들어가는 게 좋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보기 좋다.’ 라는 속담을 자주 쓰시는 어머님 눈에 자식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옥수수를 먹는 게 오죽 보기 좋으시랴. 더구나 어머님이 직접 가꾸신 옥수수 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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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지대가 높아 모든 농작물의 수확이 남쪽보다 한참씩 늦은 탓에 여름방학이 다 끝날 무렵에야 옥수수를 꺾어 먹을 수 있었다. 아주 불운 할 땐 그 맛있는 옥수수를 한번도 쪄먹어 보지 못하고 개학을 맞아 서울로 올라와야 했던 적도 있다. 그때의 아쉬움이란......  지금도 너무 이른 여름에 친정나들이를 가면 아직 옥수수가 덜 여물어 못 먹기도 한다. 어쩌다 너무 늦게 여름 나들이를 가면 너무 여물어서 맛이 없는 옥수수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께서 옥수수가 딱 알맞게 여물 때를 맞춰 고향에 올 수 없는 타관의 자식들을 위해 개발하신 옥수수 재배방법 덕택에 한여름을 지나고 추석 때가 되어 가도 맛있는 옥수수를 금방 꺾어다 삶아 먹으라고 주신다. 물론 밭에서 꺾어오시는 건 아빠의 몫이지만. 그 새로운 옥수수 재배 방법이란 바로 옥수수 심는 날짜를 각각 다르게 하시는 거다. 예를 들면 감나무 밑 밭가에는 먼저 심고 외갓집 마당에는 일주일 뒤에 심고 또 마늘밭에는 또 일주일 뒤에 심고 하는 방법이다. 한날에 옥수수를 밭으로 하나 심어놓고 미쳐 못오는 자식들 때문에 애태우시다가 개발하신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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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익을 때를 기다렸다 옥수수 먹으러 와라 하시면 그 날짜를 맞추는 것이 부담일 것이다. 그것이 요즘 도회지 생활하는 사람들의 짜여진 삶인 것이다. 그러나 어머닌 외갓집 마당에 있는 다음 기회를 말해주고, 그것이 아니면 마늘밭에서 기다리는 더 느긋한 기회를 마련해 놓으셨기에 옥수수를 먹으러 가야하는 자식들은 부담이 없다. 그리고 그나마 기회를 못 맞추면 냉동실에 넣었다. 싸 주시니 또 걱정이 없다.

옥수수 한 통에 얼마를 하랴마는 고향집서 먹는 옥수수는 값으로 칠 수 없는 무엇이 들어있다. 물론 내가 꺼려하는 뉴슈가도 넣고 삶아 주시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옥수수니 먹으라고 한다. 솔고개에서의 삭카린나트륨은 내 소관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둘 다 옥수수를 아주 좋아한다.

물론 휴게소와 국도변에는 삶은 옥수수가 즐비한 시절이라도 고향집 텃밭에서 꺾은 옥수수가 아니면 넘치는 행복감을 맛볼 수 없으니 의미가 없다. 게다가 밖에서 삶아 파는 옥수수를 잘 안 사먹는 이유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계속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의 온도에서 비닐봉투에 든 채 팔릴 때 까지 몇 시간이고 비닐봉투 안에 들어 있는 옥수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아무리 전자렌지의 전자파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강조하더라도 임산부가 되면 저절로 작동되는 전자렌지 곁에 붙어 서 있지 않는 것과 같이, 아무리 FDA의 승인을 받았느니 어쨌는지 해도 환경호르몬의 검출 여부를 믿을 수 없으니 아예 사먹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내가 먹으면 아이들도 같이 먹어야 하는 것이 더욱 꺼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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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그것은 나에게 또 다른 취향이다.
우리 집 마당에 한 골 크기의 땅에 고추도 몇 포기 심고 상추도 몇 포기 심곤 하는데  나는 그 사이사이에 옥수수를 심는다. 더 정확히는 시아버님께서 심으시는 것이지만 심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내 몫이다. 물론 밭에서 자라는 옥수수와는 달라 통도 못 생겼고 알도 잘 여물지 않지만 그 짙푸르고 기다란 옥수수 잎이 휘엉청 늘어져 있는 모습은 어떤 값비싼 난 잎이 휘어진 모양보다 건강하고 힘 있고 싱그러워서 좋다. 더구나 비 오는 날 접은 마당을 지날 때면 비에 젖은 옥수수잎이 살갗에 스치기도 하는데, 그 잎을 슬쩍 밀어내고 걸을 때의 느낌은 마치 응석받이 막내딸을 안아 옮기는 느낌처럼 행복하다.

하리 하우스에 옥수수 심는 철이 되면 어머니께 배운 지혜로 일주일 단위로 옥수수를 심을 것이다. 다음 주에 맞을 손님을 생각하면서 또 다른 옥수수 그루를 바라보는 마음은 아름다울 것이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솔고개 집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핵심
1. 옥수수가 오곡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덩치에 비해 영양소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름 한 철 멋으로 먹는 옥수수를 생각함에 영양소 운운하며 타박하는 것은 옥수수에 대한 바른 대접이 아니다. 대신 옥수수의 섬유질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 해소에 좋고 옥수수 수염 달인 물은 민간에서 신장염과 방광염의 약으로도 알려져 쓰고 있으니 대견하다 하겠다.

2. 옥수수를 이용한 요리는 다양하다. 옥수수를 찧어 쌀알처럼 작게 만들어 옥수수 밥을 하기도 하고 옥수수 알 표면의 얇은 막을 벗기고 팥과 함께 삶아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춰 먹기도 한다.

3. 옥수수 뻥튀기와 팝콘은 차원이 다르다. 뻥튀기 옥수수는 팝콘에 비해 열량이 훨씬 적다. 팝콘엔 버터나 마아가린, 때론 쇼트닝을 이용해서 튀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수수 뻥튀기도 직접 튀긴다면 뉴슈가나 당원을 넣지 말고 튀겨달라고 하는 것이좋다. 그런 재료들의 주 성분이 삭카린나트륨이기 때문이다.

4. 옥수수를 삶을 때 삶을 물에 소금과 설탕으로 적당히 간을 맞춰 삶으면 뉴슈가를 넣지 않고도 감칠맛을 낼 수 있다. 비율은 개인의 취향에 맡도록 조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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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머이와 아부지 마늘 밭에서 김매기 2006


 천연 항생제를 반찬으로 주셨던 우리 할머니

우리 애들이 5살 때다. 둘이 장난치다가 아들이 누나의 머리에 부딪혀 윗 앞니 두 개가 덜렁덜렁 흔들리는 사고를 당했었다. 5살짜릴 엎고 허둥지둥 동네 치과를 갔는데, 두 개 다 빼고 영구치가 날 때까지 의치를 해 넣는 게 좋다고 했다. 세상에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대병원 어린이 치과를 갔다. 한 보름 두고 보자고 하여 기다린 끝에 하나는 뽑고 하나는 살렸다. 휴우~
마침 해성한의원에 갈 때가 되어 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오미자를 물에 우려 내어 머금었다 뱉기를 반복시키면 이가 고정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 마음은 당장 오미자를 사러 갈 것 같았는데 게으름과 설마 하는 마음에 해 주지 않은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된다.

나중에 들으니 양약 중에도 머금었다 뱉는 약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후회 막급이다.

빼어버린 앞니 하나는 ‘치아종’이라는 것이 잇몸에 있어서 영구치가 날 때 방해가 되므로 어차피 미리 뽑아 주어야 했다는 치과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비룡소 출판사 -으로 이상익 선생님이 계신다. 치과의사 선생님이 인상이 좋다는 것과 실력이 좋다는 것의 상관관계는 입증된 바 없지만, 어쨌든 우리 아이들에게 인상 좋은 드소토 선생님이 계셔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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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종을 빼는 데는 잇몸 마취도 하고 시간도 꽤 걸렸다. 당연히 염증도 우려되었다. 선생님이 혹시 지금 먹는 감기약이 있으면 따로 안 먹어도 되고 없으면 하루쯤 먹는 게 좋으니 항생제 처방을 해 주겠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항생제였다. 여차여차 하여 항생제를 한 벅 먹였는데, 두 번 먹이기는 싫었다. 잇몸의 염증 정도는 항생제 없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잘 씹을 수 없는 아이를 위해 호두 죽을 끓였는데, 거기에 마늘과 양파를 다져넣었다. 그 죽을 먹어서인지 잇몸은 잘 아물었다. 근데 문제는 만 2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새 이가 나지 않은 것이다. 쯧쯧...

생마늘이나 생양파는 향과 맛이 강하지만 음식 속에서 익으면 매운 향과 맛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도 잘 먹는다. 그 다음 끼니때도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요리했었다. 그것도 충청도 단양군 적성면 솔고개 산인 오리지날 단양마늘을.

마늘이 갖고 있는 항염기능을 따로 말해 무엇하랴. 아메리카산 천연 항생제라는 프로폴리스는 너무 비싸서도 못 먹이는데, 고향집 앞밭에서 나온 마늘에 풍부한 천연 항생제 성분이 있다니 얼머나 큰 기쁨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야채를 특히 당근과 양파를 많이 먹이고 싶을 때는 ‘최병옥표 스파게티’나 ‘최병옥표 피자빵’을 해 준다. 스파게티 소스와 피자 빵 소스는 동일한 방법으로 만드는데 간단하다. 다지는 데 시간은 좀 걸리지만...

불린 표고버섯, 양파, 당근, 양배추, 감자, 마늘 등 집에 있는 야채는 다 다져 넣고 볶는데 되도록 기름을 적게 두르고 볶는다. 볶다가 표고버섯 불린 물을 넣고 아니면 월계수 잎을 넣고 끓인 물을 넣고 야채가 푹 익도록 끓인다. (월계수 잎을 처음엔 무시 했는데 그 삐쩍 말라비틀어진 월계수 잎에서 나는 향기는 너무도 상큼하다. 박하 향 같기도 하고 제피 향 같기도 한 것이 매력적이다.) 재료가 거의 익었을 때 케첩과 소금 약간으로 간을 맞춘다. 토마토가 흔한 계절엔 토마토를 갈아 넣기도 한다. 표고버섯 대신 새송이를 다져 넣으면 오돌오돌 버섯 씹히는 맛이 아주 좋다. 기름기 없는 부위의 육류를 다져 넣어도 좋다.

이렇게 소스를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녹여 먹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많은 종류의 야채와 마늘을 먹는 줄 모르고 맛있다며 잘도 먹는다.

허긴 그렇게 천연 항생제 먹이며 키워도 요즘 우리 아들은 아데노이드와 편도 비대로 인한 코골이 때문에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로 몇 달째 고민하게 만드니 원...

내가 우리집 거의 모든 요리에 마늘과 양파를 듬뿍 넣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겐 일종의 속임수다. 그런데 그런 속임수 없이 우리에게 마늘을 듬뿍 해 주셨던 분이 계신데 바로 우리 친정 할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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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다섯을 손바닥만한 단칸방에서 돌보시던 할머니. 학교에 이것 저것 돈을 내야 하면 우린 할머니께 손을 내밀었고, 할머닌 돈이 없다며 “손가락을 빼서 주랴!” 하셨다. 수중에 돈은 없고 손주들은 달라 하는 상황에서 내신 역정이셨다. 손주들을 빈 손으로 학교로 보내시면서 내신 그 역정 속에 진짜 손가락을 빼서 팔 데가 있으면 그리 하고 싶으셨을 할머니의 안타까움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할머니는 안계신지 오래다.

돈은 없고 먹을 먹을 건 귀하고, 그런 상황에서 (70년대 중반 서울 유학파인 우리 형제들의 기록이다.) 할머닌 우리에게 마늘을 무쳐 반찬으로 주셨다. 단양 마늘을 캐는 6월 쯤, 부모님이 돈은 못 보내도 마늘은 넉넉히 보내셨었나보다. 때론 생마늘을 얇게 썰어서 고추장에 무쳐 주셨고, 때론 통마늘을 쪄서 고추장에 무쳐 주셨다. 생 마늘 무침은 매웠다. 그래서 생마늘  무침에 대한 기억은 애틋하지 않다. 그러나 찐 마늘을 무치면 이상하게 맵지도 않고 맛이 있었다. 지금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함께 내 콧날을 시큰하게 만드는 것은 익은 마늘 무침이다.

김장 준비로 마늘을 한 양푼씩 깔 때마다 마늘무침이 생각나서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하는데 잘 안된다. 익은 마늘 무침이 없이도 한 상이 차려지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아침, 죽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지승이가 묻는다.

“엄마, 우리가 커서 엄마 아빠가 되면 엄마는 죽어서 없어요?”

감정이라고는 들어가 있지 않은 너무도 담백한 질문이었다. 호기심 만세!

그런데 대답하는 순간 나는 담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누구에게 위안을 주는 대답이었는지 모르겠다. 한가지 내 아들을 많이 사랑해서 내린 대답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옛날, 손가락을 빼서 팔 데가 없어서 손주들을 공납금 없이 학교에 보내셨던 할머니의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지금은 솔고개 학강산 양지바른 곳에 누워계신 할머니께 맛있는 요구르트 한 병 바치고 싶다.

핵심
1. 진짜 좋은 단양 마늘은 밭에 비닐 대신 짚을 덮고 겨울을 난다. 그 모진 겨울을 땅에서 나느라고 웅크려 자라 알이 작고 매운 맛이 진하다.

2. 진짜 단양 마늘은 친정 어머니께 부탁해도 어떨 땐 구하기 어려운데, 시중엔 어쩜 그렇게 단양 마늘이 많은지...

3. 그래서 진짜 단양 마늘은 좀 비싸다.

4. 같은 단양마늘이라도 시골 집 헛간 처마 밑에선 오래 가는데 서울에선 저장이 잘 안 된다. 까서 찧어 냉동실에 넣고 먹는 것이 최상책인 듯.

5. 단양 마늘은 항염 작용이 뛰어나고 몸을 덥혀주며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만 생마늘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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