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고운 우리딸'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1/03/09 겨울공주 (1)
  2. 2010/11/04 어린이 대공원에서 보낸 즐거운 하루 (1)
  3. 2010/10/26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 (1)
 

겨울공주와 친구들

 


오늘은 일요일 아침입니다.

영희야, 일어나렴. 오늘이 우리 겨울공주 영희 생일인데 빨리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아침 먹어야지.

‘흥’

영희는 아침부터 자기 생일인데도 뾰로통합니다. 왜냐구요? 자기 생일이 겨울인 것이 못마땅한 것이지요. 겨울공주라는 별명도 겨울이 생일이어서 생일 때나 생일이 가까워지면 겨울공주라고 부르지요.

영희는 투덜거리며 세수하고, 밥 먹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딩동...

영희야~ 친구 왔다...

현관문을 열고 보니 자기의 단짝 친구 주영이가 와 있었습니다. 주영이는 영희를 만나자마자 선물을 주면서 생일 축하해 라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미리, 지슬이, 희성이 등 3명의 친구가 왔고 선물도 주었지만 영희는 여전히 뾰로통합니다.

자, 모두들 영희 방에 들어가서 놀고 있으렴. 얘들아...

네...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모두 영희의 안내를 받으며 영희 방에 들어갑니다.. 미리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난 내 생일인 가을이 싫어...

그 말을 듣고 있던 지슬이가 말했어요.

그래? 나는 내 생일인 여름이 싫더라. 난 겨울이 좋아...

맞아, 맞아... 주영이도 신나지만 추운 겨울이 좋나 봅니다.

희성이도 한마디 합니다.

난 내 생일인 봄이 싫어. 가을이 좋아...

뾰로통해서 한마디도 안하고 있던 영희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영희가 말했어요.

난... 내... 생일인 ... 겨울이 무지무지 싫어...

영희는 어찌나 겨울이 싫었던지 이 말을 하면서 울먹거렸지요.

1분간 -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흘렀어요. 그런데 갑자기 희성이가 무릎을 탁 치며 말합니다.

아하~ 그러면 되겠구나... 얘들아 내가 하고 말하려는데 영희가 말을 뚝 끊어버렸어요.

잠깐!!! 그런데 주영아, 내가 니 생일 파티에 갔을 때는 아무 말 없이 잘 지냈었잖아. 어떻게 한거니? 참은 거니?

응.

주영이가 대답합니다.

그럼 주영아~ 니가 참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안 될까?

하고 영희가 또다시 묻습니다.

좋아...

주영이가 대답합니다.

대신 너희들은 학생이고 나는 선생님이야.

그래 좋아...

희성이도 한마디 합니다.  지슬이와 미리도 아무 말 없는 것 보니 찬성인가 봅니다.

자... 그럼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내 생일에 관한 불만을 쓰는 종이를 주겠어요. 그곳에다 불만을 적으세요.


미리--내 생일인 가을이 싫다.

희성- 봄인 내 생일이 싫다.

영희- 겨울인 내 생일이 싫다.

지슬- 여름이 싫어. (내 생일인)


와~~ 한명도 빠짐없이 불만이 있구나

하고 주영이가 말했습니다.

그럼 생일 되면 그 계절의 좋은 일만 생각하는 거야. 봄은 새해가 있는 날. 여름은 물놀이를 하고, 거을은 독서, 겨울은 눈썰매 등 이렇게 말이야.

와 주영이가 오랜만에 큰 일을 했네

하고 미리가 놀립니다.

야~~ 미리 너 정말!!

하면서도 아이들 입에서 하나 둘 웃음보가 터져나옵니다.

우리 겨울공주 영희도 오랜만에 생일을 맞아 웃어 보내요.


글- 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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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11/03/09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리포터를 읽으며 지윤이가 이상하게 생각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작가의 사진이 1권에서보다 5권으로 갈수록 더 젊어보이고 예쁘게 나왔다는 겁니다. 왜 전에 사진보다 나중에 찍은 작가의 모습이 아름다워보이는지 묻기에 1권을 쓸 때는 작가가 가난하여 자신을 치장할 수 없었고 지금은 해리포터를 판 돈으로 개인재산이 여왕 다음으로 많은 부자이니 걱정도 없고 예쁘게 꾸며서 더 젊고 예뻐보이는 걸거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여태까진 글과 작가의 부를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예술은 예술인지라 돈과 예술작품은 별개라는 진부한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는 엄마로서 처음으로 예술이 돈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 겁니다. 그랬더니 <작은 아씨들>에서 조가 글을 써서 돈을 벌게 된 일을 떠울려 말하더니 나에게 묻습니다. 엄마 나같은 어린이도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래서 그렇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도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며 쓴 글이 바로 겨울공주와 친구들입니다. 말하자면 지윤의 첫 동화인 셈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두번째 동화입니다. 첫번째는 여덟살 때 쓴 귤 이야기가 있습니다. '응애' 하고 귤이 태어났습니다. 로 시작하는 글이었는데, 그때도 참 잘 썼다 싶었는데 두번째 겨울공주 이야기도 참 잘 썼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나무랄데 없는 구성입니다. 내 딸 지윤이가 커서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멋진 글을 쓰는 작가가 되도 좋겠습니다. 명성 뒤에 자연스레 따르는 부야 누려도 좋겠지요.

어린이 대공원에서 보낸 즐거운 하루

우지윤

내가 앉아 있는 곳은 어린이 대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의자다. 지금 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중이다. 올라가는 순간부터 소름이 돋았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나는 이 때 부터 끝날 때 까지 눈을 꼭 감고 탔다. 롤러코스터에서 내려 올 때 얼마나 다리가 후들거렸는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아찔하고 무서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타고 싶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기구를 타 보고 싶었기 때문에 바이킹을 탔다. 보기만 해도 재미있어 보이는 바이킹. 그렇지만 막상 타고 나니깐 너무 무서웠다.

마지막으로 탄 놀이기구는 유령의 집이다. 너무 끔찍했다. 쿵쿵 땅이 흔들리나 하면 괴상한 소리도 났다. 나는 1분 안에 그곳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나는 동생과 함께 집에 왔다. 참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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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10/11/04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진행형은 주로 현장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공포영화에서 주인공의 시선이 움직이는 길을 카메라가 같이 따라가는 기법은 그 일이 눈앞에서 금방 벌어지고 있다는 현장감을 고조시킨다. 마찬가지로 글에서의 현재진행형은 주인공이 겪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긴박감이나 현장감을 강조한다.
    그 현재진행형이 딸의 글에서 발견되었다. 대부분 아이들의 경험담은 과거형으로 표현된다. 과거의 일이므로 자연스레 과거형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딸이 롤러코스터를 탄 경험은 현재진행형으로 시작되었다.

    ... 지금 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중이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경험이 너무나 긴장감 넘치는 것이기에 글을 쓰는 시점에서 그 긴장감을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글의 종결어미를 현재 진행형으로 쓰게 되었을 것이다. 내용이 형식을 지배함을 딸의 글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내용에 따라 형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은 딸이 스스로 익힌 것이다.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는 독서활동 속에서 자연스레 터득한 표현법. 많이 읽는 것이 잘 표현 하는 지름길이다. 일기 숙제는 지겹다고 난리를 치지만, 뭐든 읽는 것은 싫다고 하지 않는 딸이기에 읽기를 통해 쓰는 법을 익힌 것이다.

    쓰게 하고 싶다면 많이 읽히라.
    쓰게 하고 싶다면 많이 경험하게 하라.
    쓰게 하고 싶다면 많이 생각하게 하라.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

‘솔직 단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 이런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참 행복할겁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어린아이일수록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린이일수록 행복에 가깝고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에서 멀어지는 어른이 되어 갈수록 행복에서 멀어진다는 뜻이 됩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언제나 솔직한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게 되고 단순한 것은 어리석은 것으로 취급되고 순수는 농락당하기 쉬운 대상이 되어 상처받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과는 상반되는 모습으로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어른이 되어서도 솔직함으로 만사를 해결할 수 있고 단순함으로 얽힌 관계를 만들지 않고 순수함으로 상대방까지 정화시키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을 성인이라 부르는 게 아닐까 합니다.

딸과의 대화엔 망설임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공부를 잘 하는 가장 큰 비결이라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수업시간이 지루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왜 지루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딸이 미간을 좁히며 힘주어 말합니다.

“지루해요! 전 제가 궁금한 걸 배우는 게 좋아요.”

하긴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들은 평소 딸이 궁금해 하는 것들이 아닌 건 맞습니다.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딸이 여민지 선수와 지소연 선수의 싸인을 받고 싶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으면 열심히 공을 차고 또 차고 연습하는 게 중요하지 싸인이 중요한 게 아니야.”

딸이 대답합니다.

“아니예요. 싸인이 있으면 마음이 즐거워서 연습이 더 잘 돼요.”

하긴 그 말도 맞습니다. 마음먹기가 반이라는데...

배운 속담을 참 재치있게 잘 쓰는 데 이것 또한 속담을 단순명료화 시킨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한번은 내가 머리가 아파서 ‘아이고 머리야, 엄마 머리 아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딸이 말합니다.

“엄마, 안 아프다고 말하세요. 말이 씨가 된다잖아요.”

또 한 번은 내가 소리 안 나는 작은 방귀를 끼었는데 냄새는 아주 지독했습니다. 좀 멋쩍고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데 딸이 말합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잖아요. 그러니까 작은 고추가 맵듯이 작은 방귀가 독하다!”

그 연결고리를 알겠냐는 듯 손짓까지 하며 설명을 하는 데 너무 웃겨서 한참 웃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밥먹다가 딸이 예쁜 방귀를 뽕 끼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엄마, 방귀가 아주 세면 사람이 날아갈 수도 있겠네요?”

참~, 나~, 원~, 내~, 이거 초등 3학년 생각 맞아?

너무 바쁜 아침이라 웃을 시간도 없어 급하게 밥 먹여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나, 원, 내’ 입니다. 3학년 2학기 국어 책에 '방귀쟁이 며느리'이야기가 나오는 데, 그 며느리의 방귀가 위력이 있어서 집안세간을 날리는 대목이 나오는 데 그 이야기의 연상작용이 아닌가 합니다.

며칠 전에 딸이 3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보았습니다. 시험 결과는 아직 모르겠지만 딸이 말합니다. 무진장 어려웠다고. 그래도 답은 아주 예쁘고 성실하게 잘 썼을 겁니다.

집에서 사회 문제집을 푸는 데 정답은 ‘각 고장은 생산물 교류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였습니다. 근데 딸은 이렇게 답을 썼습니다.

‘고장과 고장끼리 상호의존을 참 잘 한다.’

만약 내가 채점을 하는 사람이라면 ‘참 잘 한다.’는 표현에 밑줄을 그어주고 하트를 하나 그려주었을 겁니다. ‘상호의존’이라는 단어를 설명함에 ‘참 잘 한다.’는 마음을 넣어 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트 안에 담아서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10월 하순 기온 10년 사이 가장 춥다고 하여 코트를 다려놓았는데 아침에 안 입고 갔습니다. 같이 가는 친구들 다 입었는데 선생님이 아직 동복 입으라 아니하셨다고 안 입고 간 겁니다. 한참 걸어야 할 텐데 어쩌나 애태우며 돌아오다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그렇게 잘 들어라. 이그, 지지배!’

어느새 공부밖에 모르는 엄마가 됐는지 ......

솔직 담백 단순 명료 순수 순진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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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0/11/01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윤이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맑고 순수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