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우스 소꼽친구 성희와 지윤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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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 성희

둘 다 일곱 살 봄이었습니다, 지윤이와 성희가 처음 만났을 때. 처음엔 이모와 조카인 줄 알 정도로 사이 좋아 보이는 엄마와 딸이 한글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지윤인 하리하우스 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 곁을 맴돌다 지겨워져서 엄마와 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는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밖엔 찬란한 봄 햇살이 비치고 있었기에 성희에게도 실내에서 한글 공부 하는 것 보단 놀고 싶은 마음이 컸을 터인데 우리 집에 가서 같이 놀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윤이와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같이 놀았으면 하는 친구 하나 새긴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하리에 내려가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성희를 볼 기회가 많아 졌고, 문득 어느 날 성희가 엄마 손을 잡고 놀러 왔습니다. 지윤이가 놀아달라고 조르지 않을 것만으로도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지승에게도 어여쁜 여자 친구 하나 생기는 셈이니 그 또한 좋았습니다.

하리에서 지내는 첫 여름. 유치원 다닐 때라 숙제도 없고 성희 학원도 안가고 해서 내내 만나 놀았습니다. 아침 먹으면 부르러 가고, 아침 전에 부르러도 오고. 긴 긴 저녁 해가 다 져서 깜깜한 길을 무서워 갈 수 없어 할머니께서 데리러 오시도록 놀았습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 성희가 제천으로 이사를 갔지만, 하리가 외가댁이었으므로 방학이나 놀토엔 같이 놀 수 있었습니다.

성희는 참 예쁘게 자란 아이였습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 속에서 자랐으니까요. 친손주는 가을볕에 놀리고 외손주는 봄볕에 놀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성희는 봄볕에 놀며 자란 맑은 아이입니다. 밥 먹으면 너무 당연히 그릇은 개수대에 넣어 놓고, 뭘 먹어도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뭘 줘도 안 가리고 잘 먹고. 특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것이 데리고 있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가끔은 경쟁상대가 되기도 하고 때론 삐지기도 하고 어떨 땐 흑흑 울기도 하고, 어떨 땐 빽빽 소리도 지른다는 성희. 내가 볼 땐 삐지고 우는 모습은 봤지만 소리 지르는 모습은 못 봤는데, 지윤이가 나에게 일러바치길 어른들이 안 보는 데서만 소리 지른 답니다. ^^ 뭐 그거야 지윤이나 지승이나 똑 같겠지만요. ㅎ ㅎ ㅎ 가끔 한 집에 데리고 키워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어울리는 성희와 지윤이. 서로에 대한 우정으로 삶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사이로 성장하길 기도합니다.

참, 지승이는 성희 동생 완이를 데리고 놀기 더 좋아 합니다. 아무래도 깍쟁이 같은 여자 친구보단 말 잘 듣는 남자 동생이 더 편한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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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우스의 소꼽친구 성희와 지윤이 현곡리 냇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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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지윤이와 지승이 2006년 4월 9일  - 688x461

자전거

자전거 내 자전거.

빨간색인 예쁜 내 자전거.

빨간색 하면 떠오르는 건?

빨간 맛있는 앵두!

빨간색 하면 떠오르는 건?

활활 타는 불.

내 자전거는 불처럼 빨리 달린다.

내 머리카락은 허우적거리며

나를 따라 온다.

지윤이가 2학년 가을에 쓴 시입니다. 빨간 앵두 그림이 있는 자전거를 타고 저녁 늦도록 놀다가 집에 오는 길 횡단보도에 서서 잠깐 기다리는데, 시가 생각났다고 하며 읊었습니다. 그 중 머리카락이 허우적거리며 나를 따라 온다는 표현이 너무 멋있어서 집에 와서 다시 말해보라하고 받아 적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연필을 들고 쳐다보고 있으니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났는지 그냥 막 말할 때 보다 생동감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처음 읊은 것을 나도 기억하지 못하니 그냥 받아 적었습니다. 생각의 속도를 말이 따라가기 힘들고 말의 속도를 글씨가 따라가기 힘들어 순간적으로 내뱉는 멋진 표현들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지윤이 어렸을 때부터 거침없이 시를 잘 말했습니다. 엄마는 말의 속도를 쫒아갈 수 없어 개발세발 적어놨다가 나중엔 그 글씨가 무슨 글씬지 아이와 머리 맞대고 고민하기도 한답니다. 잠깐만! 하고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으면 될 텐데 아이 생각을 잠깐만 하고 막을 수 없어 외워야지 하고 있다가 그만 홀딱 까먹어 버리기도 합니다. 아무 꾸밈 없이 내뱉는 아이들 말은 그 자체가 시 일 때가 많습니다. 한참을 지나 읽으면 이때 이렇게 잘 썼었나 싶은 시도 있습니다. 물론 ‘잘 썼다’의 기준은 엄마표 기준입니다.

기차

씽씽 달리는

무궁화호

내 마음도 기차와 함께

쌩쌩 달려가네.

2009년

엄마, 너무 더워요.

목에 땀이

글썽글썽해요.

2008년 여름 어느 날.

시는 경험의 반영이란 걸 여실히 증명해주는 지윤이의 시들입니다.

서울에서 하리하우스 갈 때  청량리서 단양까지 무궁화호 타고 다닙니다.

여름엔 목에 땀이 글썽글썽 맺혀도 에어컨 안 틀어 줍니다.

그런 경험 하나하나 쌓여서 이렇게 멋진 표현들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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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0/07/22 0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학년 푸른교실에 올린 글이네요.아이들은 눈에 보이는데로, 느낀것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마음을 볼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순수함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지면서 점점 사라진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때의 순수함과 맑음을 지윤이가 항상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솔바람 2010/07/22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른교실에 올렸던 글 맞습니다. 기억력 정말 좋으십니다.^^
    그런데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학교 문집에 올린 글은 이것보다 길이가 좀 깁니다. 이것이 '산문시' 임을 알아채지 못하신 선생님께서 (아님 선생님 기준으론 산문시가 아닌 산문이었을 가능성이 크죠.^^ 지윤 2학년때 선생님! 갑자기 뵙고 싶어 집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생각나든 뵙고 싶어 지는 선생님이시니 박태훈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신게 맞습니다.)길이를 더 길게 써오라 하셔서 더 붙인 것이고 위의 것이 원본입니다. 물론 지윤이가 그때도 자기 작품에 손대는 것을 싫어해서 길이를 늘이느라고 고생 했습니다. 길이를 늘이기 싫으면 새로운 글을 쓰라고 했더니 이 작품이 맘에 든다고 이걸 내겠다고 고집은 부렸습니다.
    7월부터 한국화 방과후를 다시 시작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화 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어머니, 지윤이가 자기 스스로 하겠다면서 손도 못대게 해요.' 하셨습니다. 집에서도 그런다고, 너무 버릇 없이 굴진 않았나 걱정되어 말씀드렸더니 '스스로 하는 게 좋지요.'하고웃으셨습니다.
    한국화를 초등 방과후에서 배우는 학교는 아주 드물겁니다. 서사부초의 방과후 중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부서이기도 합니다. 멀리 있는 한국화를 가까이 즐기게 해 주는 좋은 기회를 방과후에서 만나게 되어 참 기쁩니다.
    뭐든 '너 스스로 하는 게 가장 좋은 거야.'를 강조한 폐단 인것 같기도 해서 걱정 될 때도 있습니다. 가르침을 받는 것과 조언에 겸허해야 더 발전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가르쳐 주시는 걸 싫다하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없다고 했더니, 자기는 가르쳐 주시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직접 내 그림에 그려주시는 게 조금이라도 있는 게 싫다는 겁니다. 가끔 나중에 내가 내 아이들을 이길 수 없을 때가 오면 어쩌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나그네님 보시기에도 우리 아이들 좀 튀지요? 그럴 때가 오면 그냥 받이들이고 기도하며 살아야지 하는 마음 갖고 있습니다. 부모가 부모 뜻대로 자식을 좌지우지 하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 합니다. 길이 아닌 것 같은 길로 가려하는 자식을 돌려 세우는 방법은 부모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승이를 학교에 보냈는데, 한글을 모르고 학교에 갔습니다. 전 학교에서 한글부터 가르치리라 믿었거든요. 그게 맞지 않나요? 어쨌든 상황은 지승이에게 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학교에 가 있는 아이를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구나. 그저 기도하는 것 밖에.
    이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춘기를 넘기고 성년이 된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내는 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하면 부모도 자식도 불행해 집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자식이 멀리 떠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저 멀리 있는 자식을 위해 끊임 없이 기도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그런 부모가 되자고.

  3. 나그네 2010/07/24 0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바람님! 저는요 지윤이와 지승이가 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요 각자 개성이 있고 그에 맞는 사람의 향기가 있는 겁니다.
    제가 지윤이를 왜 좋아하는지 아세요? 지윤이의 거짓없는 생각과 발랄함, 그리고 지윤이만의 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요 솔바람님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게 엄마의 마음이겠지요. 내가 가는 길이 옳은것인지,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일이 옳은 것인지 항상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이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 아닐까요? 그 마음을 지승이와 지윤이가 알것입니다.
    저는요 아이들을 보며 그들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훌륭하게 성장해서 사회의 일원이 되는 모습이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걱정보다는요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 믿음이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라 또한 믿습니다.

  4. 솔바람 2010/09/10 1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펑펑 눈이 내리네
    친구따라
    엄마따라
    펑펑 내리네.
    겨울이 되면 산은
    하얗게 뒤덮여
    하얀 산으로 변하네.
    펑펑 눈이 내리네,
    친구따라
    엄마따라
    펑 펑.

    2008년 겨울 기차안에서

    소풍

    룰루랄라
    소풍가는 길은 언제나 즐거워요.
    짹짹거리는 참새따라
    졸졸 흐르는 시냇물 따라
    콩딱콩딱
    통통
    뛰어 노네.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