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폭포가 진짜 있어요?
그럼 당연히 있지.
엄마, 폭포가 보고 싶어요.
너 폭포 본 적 있잖아!
그렇게 말하고 어떤 폭포를 보았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폭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작은 인공폭포 한 두 번 보았나 싶긴 한데, 그것도 물이 떨어지는 장면이 아니고 폭고 자리만 마련된 인공폭포를 본 것 같습니다. 인공 폭포에 물이 흐르지 않아도 나는 저젓이 인공폭포거니 아는데, 지승이에겐 물이 흐르지 않는 인공폭포는 폭포인지 아니지 생각할 대상조차 아닌 겁니다.
지승이 왜 갑자기 폭포가 보고싶어졌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폭포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웅장함을 보여 줘야겠다 싶을 때 폭포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아들이 폭포를 보고싶다 합니다.
<파워 어브 원>
거의 20년 전에 본 영화인데, 그 영화 속에 나온 폭포가 잊혀지지 않고 늘 가슴 한곳에 살아있었습니다. 그 폭포에 대한 꿈을 지승이가 일깨워줍니다.
엄마, 폭포가 보고 싶어요.
폭포가 보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아프리카의 '빅토리아폭포'를 생각하는 것은 과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룡폭포나 천지연폭포처럼 내가 본 폭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빅토리아 폭포에선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엄함.
내가 기억하는 영화 속의 폭포가 빅토리아 폭포가 맞을 거라고 믿고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북아메리카의 나이아가라, 남아메리카의 이과수, 그리고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파워 어브 원>의 사회적 배경이 인종갈등이었던 걸 상기한다면 남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가 맞을 것 같습니다.
장대한 빅토리아 폭포를 보며 물방울 하나 하나의 힘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물방울 하나 하나가 모인 폭포의 힘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주인공. 그 깨달음은 주인공에게 힘이 됩니다. 폭포와 같은 장엄한 힘.
아이들이 크면 CD로 사주고 싶었던 영화 중에 하나가 <파워 어브 원>입니다. 그 폭포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데 그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가 안 되었는데 폭포를 보고싶다 합니다. 영화는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고민이 됩니다.
물론 인터넷에 세계 3대 폭포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보여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장엄한 감동은 <파워 어브 원>이란 영화 속의 폭포이지 관광객의 눈으로 볼 폭포는 아닙니다. 자연의 장엄함을 가슴으로 느끼기 전에 폭포에 대한 판박이를 머릿 속에 저장시켜 주고 싶진 않습니다. 그럼 내가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생각합니다.
꿈 꾸게 하는 것. 가슴 속에 울렁이는 희망을 갖고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 아들을 안고 엄마의 기억 속에 있는 <파워 어브 원> 폭포를 이야기 해 주어야 겠습니다.
'지혜로운 우리 아들'에 해당되는 글 21건
- 2011/03/23 폭포가 보고 싶어요.
- 2011/03/11 열이틀 째 이야기 -지혜와 지식 (1)
- 2011/03/10 여드레 아흐레 째 이야기 - 프라모델과 집중력 (2)
지혜로운 사람
이것이 우리 집 가훈입니다.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지식은 인격의 체 없이 드러나는 것이고 지혜는 지식이 인격의 거름망을 통과하여 나오는 정화입니다. 지혜는 고품격 지식입니다.
우리 아들이 참 지혜롭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는 것은 아들이 공부를 잘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직 어리니 인격이 완성됐다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생기는 것은 아마도 가능성 때문일 겁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이끌 씨앗을 아들에게서 발견합니다.
오랜만에 약수터를 갔습니다. 보통 물을 떠오는 것은 아이들 몫인데 겨울 해가 뉘엿뉘엿 지려 하는 때고 눈이 아직 많이 쌓인 길이라 같이 나섰습니다.
눈길을 걸어 약수터에 도착해서 준비해 간 코코아를 한잔씩 마셨습니다. 물병에 물을 담아 내려가려는데 지승이는 물이 나오는 관 앞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엄마 먼저 간다고 소리쳐도, 너 혼자 있으라고 을러도 쭈그리고 앉아 뭘 열심히 합니다. 가서 보니 코코아 마셨던 컵에 물을 담아 약수터에 길게 자란 고드름을 녹이고 있는 겁니다. 같은 물인데 관에서 졸졸 나오는 물은 얼지 않았는데 주위는 온통 얼음입니다. 그게 신기했나 봅니다. 물을 받아 끼얹으면 그 얼음을 녹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손이 시릴 텐데 연신 물을 떠서 얼음 위에 뿌리고 있습니다. 얼음은 0도 이하고 물은 0도 이상일 터이니 가능한 발상이긴 합니다. 하지만 얼음 위에 덧뿌려지는 물이 얼음 위에 다시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 물로 얼음을 녹일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결국 혼자 남겨 놓고 한 참을 내려와 기다린 후에야 아들은 따라 내려왔습니다. 어쨌든 궁금한 건 한 번 해 보는 실천력. 그런 실천력이 있기에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라 믿습니다.
하리는 시골인지라 서울보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안되는 편입니다. 재활용 할 수 있는 물건들도 그냥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서 다른 집 밭에 있던 비료포대 같은 것들이 날려 와 굴러다니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울에 있는 쓰레기를 한 번 치워야지 하면서 엄두가 나질 않아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수터에 갔다 온 아들이 자신이 쓰레기를 줍겠답니다. 그래서 큰 봉투를 하나 주고 주우라고 했습니다. 숯불구이 할 때 숯을 뒤집는 용도로 쓰던 집게도 하나 들려 주었습니다. 너무 멀리 가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들어왔습니다.
아이들 유치원 때 휴지를 줍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배운 뒤 길에 있는 깡통을 주워 온 일이 있습니다. 재활용 하면 된다면서.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깡통이 얼마나 더러울까를 생각하면 칭찬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쓰레기를 줍는 것도 중요하지만 맨손으로 더러운 쓰레기를 주우면 손이 얼마나 더러워지겠냐는 말을 먼저 했습니다. 몇 번 그러고 나서 더 이상 아이들은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진 않습니다. 대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길에 함부로 버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철저히 심어주고 있습니다.
한참을 있다가 아들이 들어왔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어쨌냐고 했더니 쓰레기를 분리 하려고 쓰레기는 박스에 부어놓고 봉투는 박스 옆에 두었답니다 나는 그냥 봉투 째 폐기물 표를 사서 붙여 버리려고 했는데 아들은 주운 쓰레기들을 분리수거 하려 한 것입니다. ‘아이 디러워라!’ 속으로 하면서 아들에겐 잘 했다고 칭찬했습니다.
아는 것을 올곧게 실천 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지혜라 하니 우리 아들은 분명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하리에서의 열이틀 째는 쓰레기 주우며 지혜를 다시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여드레 아흐레 째 이야기
건담 조립--시간이 아까워!
한이네가 떠나고 다시 셋만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남은 자로서의 약간의 울렁증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천만 다행으로 ‘건담’이 왔습니다. 주문을 해 놓고 입고가 지연되니 주문 취소를 해 달라는 업체의 부탁을 거절하며 애타게 기다려 온 건담. 그 건담은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하던 순간에는 일본 땅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일본 땅에서 태어나기도 전에 ‘넌 내거야.’ 라고 ‘찜’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총알배송, 당일배송, 특급배송, 이런 시대에 한 달을 넘게 기다려 받은 건담. 이별 뒤의 우울함을 말끔하게 잊고 지승이 건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들은 느려. 하지만 기다려주면 천천히 잘 할 거야,’ 라고 맘먹어도 때때로 안타깝게 하고 때때로 화도 나게 하고 때때로 속도 상하게 하는 아들입니다. 하지만 아들이 건담을 조립하는 동안만큼은 ‘그래, 우리 아들은 맘만 먹으면 뭐든 해 낼 놈이야.’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아이들의 능력은 집중력이란 말로 대신해도 좋을 정도로 얼마만큼 집중하느냐에 좌우됩니다. 그런데 건담을 조립하는 동안 지승의 집중력은 높이 살만 합니다. 오후 서너 시 쯤 받은 건담을 받자마자 뜯어서 조립하기 시작했는데, 저녁 먹기 전까지 한 네 시간을 매달려 했습니다. 해 있을 때 조립하기 시작한 것이 해가 깜빡 넘어가고 불 켜고 해야 하는 시간도 넘어 저녁 먹을 시간도 지나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만하라고 했더니 지승이 하는 말
“시간이 아까워!‘
시간이 아까운 걸 절로 깨닫는구나 싶었습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자식을 보는 엄마로서 참 흐뭇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건담을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세 시간을 한자리에 앉아서 만들더니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끝낸 터라 여유 있는 오전을 보냈습니다. 지윤이도 지승이가 완성한 걸 보더니 지승이에게 도와달라고 해서 자신의 건담을 다 조립했습니다. 손끝이 야문 지윤인 지라 방법을 알자 속도는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지윤에게도 건담을 해 보라고 권해보길 잘 했단 생각을 했습니다.
오후엔 사랑방에서 난타 연주회를 했습니다. 지윤, 지승이는 여섯 살 때 다닌 유아체능단에서부터 장구를 배웠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우리 가락에 배우기 시간에 장구를 배웠습니다.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지승이는 사물놀이를 꾸준히 배웠고, 지윤인 3학년 일년동안 난타를 집중적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작은학교 난타교실인 사랑방에는 북 징 장구 꽹과리 의 사물을 모두 갖추어 놓았습니다. 거기에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탬버린, 소고, 트라이앵글에 손바닥만한 심벌즈, 캐스터네츠까지 타악기는 넘치도록 넉넉합니다. 때로 좀 웅장한 (?)심벌즈 소리가 필요하다 싶을 땐 스테인레스 냄비 뚜껑을 쌍으로 내다 쓰기도 하는데, 울림이 꽤 좋습니다.
타악기는 리듬을 즐길 수 있고 가격이 관악기나 건반악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정에서 자유로이 연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학교 사랑방에서는 연주가 가능합니다. 사랑방 출입문은 드넓은 데크 쪽이고 창문은 뒷밭 쪽이라 환한 낮에 연주하는 데는 이웃에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없습니다. 또 시골 어른 대부분은 풍물 소리를 친숙하게 여기셔서 듣기 좋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마침 3학년 2학기에 ‘후이야 훠이 훠이’ 하는 국악가락의 노래를 배웠다기에 그 곡으로 연주를 했습니다. 나는 북을, 지윤인 장구를, 지승이는 징과 꽹과리를 맡았습니다.
-앞 논 에는 찰벼를 심고,
후이야 훠이 훠이
뒷 논 에는 메벼를 심고
후이야 훠이 훠이 ...
아이들은 저희들 배운 것을 엄마에게 가르치며 노는 것에 신이 나고 , 엄마는 아이들 노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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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2011/03/10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리하우스 북치는 지윤공주^^ 유튜브 동영상입니다.
http://youtu.be/Ik1-LRj3uD4
위에 주소를 클릭하면 됩니다. -
나그네 2011/04/12 0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담 조립은 저와 아들의 공통 취미입니다.ㅎㅎ.다 커서 무슨 장난감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프라모델은 고도의 집중력과 도면을 볼 수 있는 공간능력을 필요로 하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들과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게 있다는 것이죠.함께 대화해 가며 도면을 보면서 부품을 자르고 서로 맞추고 있노라면 25년이상의 세월을 뛰어 넘어 어린 아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어릴적 건담을 보면서 느낀 그 느낌을 아들도 느끼고 있겠죠.ㅎㅎ.제가 다음에 스트라이크를 선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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